박흥실 한국중부발전(주) 서울화력발전소장

사업장에 안전보건문화를 정착시키는 데는 경영진의 확고한 의지, 근로자의 적극적인 참여, 우수한 안전기법 등 여러 가지가 필요하다. 이 모두가 굳건한 안전체계를 조성함에 있어 중요한 사안들이지만, 그중에서도 ‘경영진의 의지’는 대다수 전문가가 1순위로 꼽는 필수사안이다.

경영진이 안전보건에 관심이 없다면 사업장내에서의 안전보건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 우수한 안전관리체계가 갖추진 사업장들을 보면, 공통적으로 경영진이 안전보건에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본지는 올 한해 최고의 안전경영인을 가리는 ‘2010 안전경영대상’에서 대상(전기·가스·수도업부문)을 수상한 한국중부발전(주) 서울화력발전소의 박흥실 소장을 만나 그의 경영방침과 안전신념 등에 대해 들어봤다.

 

Q. 서울화력발전소 및 소장님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화력발전소인 서울화력발전소는 1930년 1호기가 준공된 이래 80년이라는 세월동안 서울시내 산업현장과 시민들의 전력수요 대부분을 담당해왔습니다.

현재는 제 4, 5호기를 통해 총 387,500kW의 설비용량을 갖춰 수도권에까지 전력을 공급하고 있으며, 국내 최초로 열병합발전설비도 구축해 여의도, 동부 이촌동, 반포, 마포지역의 5만여 세대에 난방열과 온수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서천화력발전소장, 인천화력본부장 등을 거쳐 올해 5월 이곳 소장으로 부임했습니다. 부임 이후 이곳 최대의 강점인 안전관리능력이 더욱 발전할 수 있는데 중점을 두고 현장을 이끌어 가고 있습니다.

Q. 안전에 관해 소장님께서 가지고 계신 신념을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희 회사의 경영방침 중에 ‘사람이 중심이 되는 회사’라는 항목이 있습니다. 이 항목은 제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부분입니다.

아시겠지만 안전설비나 기법 등은 그간의 세월동안 큰 발전을 이루어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업재해는 줄지 않고 있습니다. 그럼 대체 원인은 무엇일까요? 바로 사람입니다. 현재 일어나고 있는 산업재해의 주원인은 부주의에서 비롯된 인재입니다.

이런 점에서 저는 사람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곧 안전이고, 최고의 안전관리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리 서울화력발전소가 지금까지 무재해를 이어올 수 있었던 이유 역시 사람이 중심이 되는 안전관리를 구현해왔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Q. 제18회 안전경영대상 대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수상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발전소 앞 광장에 새겨져 있는 光惠始源(광혜시원)란 글귀처럼 어두운 서울의 밤거리에 빛을 비춘지 어느덧 80년이 되었습니다. 역동적인 근세부터 현재까지 국가경제의 밑거름이 되어온 우리 서울화력발전소는 역사적으로나 문화적 유산으로 큰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런 상징성에 누가되지 않도록 그간 선배전력인과 후배직원들이 하나가 되어 산재예방활동에 전심전력을 다해왔습니다. 이번 안전경영대상 대상 수상은 바로 이런 선·후배 전력인과 노·사가 하나 되어 노력한 결과가 밖으로 드러난 것이라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우리 서울화력발전소는 이러한 결실이 끊임없이 이어질 수 있도록 전 직원이 혼연일체가 돼 안전활동에 더욱 매진할 것입니다.

Q. 그동안 서울화력발전소가 산업안전보건분야에서 이룩한 성과에 대해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1980년 11월 7일부터 무재해를 시작해 올해 11월 6일부로 ‘무재해 30년’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했습니다.
이는 전국에서도 두 번째로 많은 무재해 일수에 해당하는 엄청난 기록입니다.

또한 내년 3월이면 무재해 22배 달성도 앞두고 있습니다. 전국 4,000여개에 달하는 무재해 추진기업 가운데 무재해 21배를 달성한 기업이 단 7곳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쉽게 그 가치를 짐작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특히 다수의 위험요소가 상존해 있는 발전소에서 산업재해가 단 한건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점을 사회 각 분야에서 높게 평가받아 그간 제9회 대한민국안전대상 안전문화공로부문 행정안전장관상, 안전경영대상 고용노동부장관상 등 여러차례에 걸쳐 안전분야 유수의 상을 수상한 바 있습니다.

Q. 현재 펼치고 있는 안전보건활동에 대해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먼저 저희 회사에서는 기상재해와 발전설비 재난에 대비한 가상사고 모의훈련을 주기적으로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전 임직원이 언제 어디서 재해가 발생한다 해도 즉각적인 대처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즉 상시 준비태세가 완비돼 있다는 것입니다.
또 상호대립이 아닌 상호협력에 중심을 두고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운영해나가고 있으며, 현장식별 coloring, 3진 아웃제도, e-learning contents 개발 및 교육 등 다양한 산업안전보건 정책을 펼쳐나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KOSHA 18001 인증 등 안전보건경영시스템과 소방·방재분야관련 공간안전인증을 획득함으로서 시스템적인 측면에서도 만전을 기하고 있습니다.

Q. 사회적 책임 측면에서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안전활동을 지원해야한다는 의견이 커지고 있는데 이에 대한 의견은?

기업 규모, 경제 능력, 근로자 수준 등 다양한 측면을 고려했을 때 중소기업이 대기업만큼의 안전보건활동을 펼친다는 것은 사실상 매우 어렵다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측면을 무시한 채 무조건 중소기업측에 안전보건활동을 강화해 실시하라고 하는 것은 큰 실효를 거둘 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기도 어렵고, 할 의지도 없는 상황에서 실행에 옮긴 들 그 효과가 있을 리 만무하지요. 이런 점에서 저는 대기업이 나서는 게 중소기업의 안전수준을 높이는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다못해 대기업들은 자신의 협력업체만이라도 적극적으로 챙겨야 할 것입니다. 각 대기업들이 안전역량을 자신들의 협력업체에 전수해주면, 그 협력업체들은 또 이를 자신들의 하청업체에 전해주기 마련입니다. 이런 선순환 구조가 정착된다면 우수한 안전관리체계가 순식간에 산업현장 전반에 퍼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단, 이때 대기업들은 단순히 산재발생율을 업체평가에 반영하는 식으로 협력업체의 안전관리를 해서는 안 되고, 협력업체가 진정으로 안전을 느끼고 원해서 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저희 회사의 경우 사내에서 펼쳐지는 안전보건교육을 필두로 모든 안전보건활동에 협력업체를 참여시키는 것은 물론 우리의 우수한 안전기법도 적극적으로 전수해 주고 있습니다.

우리만이 아닌 우리와 관련된 모두가 안전을 하게 만들었다는 것이 우리 회사가 무재해를 이어가고 있는 비결이 아닌가 싶습니다.

Q. 위 질문에 더해 또 다른 무재해 비결이 있다면?

차별화된 우리만의 활동을 하나 더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저희 회사에서는 근로자들의 마인드컨트롤, 즉 정신건강관리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재해는 부주의에 의해서 일어나고 그 부주의는 근로자의 불안정한 마음이 원인이 돼서 발생한다고 보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근로자들이 항상 안정되고, 편안한 마음에서 업무에 임할 수 있도록 회사차원에서 올바른 호흡법과 명상법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이 활동에는 제가 교재를 만드는 등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직원들이 업무 전이나 업무를 할 때 수시로 명상을 하면 집중력을 잃지 않고 일에 충실할 수 있게 되는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재해발생의 위험도 상당히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Q. 국내 산업현장의 경영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아직도 많은 경영진들이 안전을 무의미하고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는 큰 오산입니다. 안전을 한다는 것은 엄청난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투자입니다.

일례로 만약 당신의 사업장에서 사고가 발생해 유능한 인재가 사망하거나 부상을 당했다고 생각해보시길 바랍니다. 당장 그 처리비용에 들어가는 수천만원이나 수억원은 아무 것도 아닙니다. 그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적게는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원을 투자했을 것입니다. 게다가 그와 같은 인재를 다시 키우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비용과 시간을 또 투자해야 할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안전은 기업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투자인 것입니다. 회사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성장을 꿈꾼다면 안전부터 꼭 하시길 당부드립니다.

Q. 마지막으로 산업안전보건 분야에서 일하시는 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현장을 순찰할 때마다 근로자들에게 ‘안전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것’이라는 말을 종종 합니다. 눈에 띄는 위험요인만을 제거한다는 것은 사고의 위험을 줄이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비록 위험이 없는 요인이더라도 이 요인이 어떤 재해를 불러 올 수 있는 지를 예측하고 사전에 제거하는 것이야 말로 사고의 위험을 예방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런 활동이 ‘안전관리’인 것입니다. 이를 꼭 명심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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