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

지난해 산업안전분야의 가장 큰 화두는 산업안전보건기능의 지방이양 문제였다. 올해에도 이에 대한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입장은 어떤지 궁금하다.

본지는 신년 특집 ‘세이프티 인터뷰’ 코너에 김성순 환경노동위원장을 초대, 지방이양에 대한 환노위 차원의 추진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과 우리나라 산업안전 문화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나눠봤다.


 

Q. 안전과 관련해 최근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중점 추진하고 있는 사항은 무엇입니까.

최근 산업안전보건 기능의 지방이양이 문제시 되고 있습니다. 이에 환노위 차원에서 지방이양으로 발생할 수 있는 감독이원화 및 지자체의 준비부족 등의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이에 대해 신중히 검토할 것을 고용노동부에 촉구해나가고 있습니다. 또 이와 관련해 여러 의원들이 정책토론회 등을 개최하여 지방이양의 부당성을 사회에 적극 알려나가고 있기도 합니다.

이외에도 산업재해율이 10여년 동안 7%에 머물러 있다는 점에서 고용노동부에 대책마련을 꾸준히 요구해나가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는 중소기업 및 서비스업종 재해에 대한 대책마련을 환노위 차원에서 적극 요구해나가고 있습니다.

Q. 위원장님께서는 우리나라의 안전문화를 어떻게 바라보고 계시는지요.

우리나라의 보험이나 공과금 등을 감안한 국민부담률은 25~26%에 이른다고 합니다. 미국이 29%, 일본이 27%라는 점을 볼 때 여타 선진국들과 비슷한 수준이지요.

이처럼 국민부담율이 높다면 국가는 국민의 건강, 교육, 보육, 주택, 안전 등 삶의 질과 직결된 분야에 대해 적극 나서서 책임을 져야 합니다. 그 중에서도 안전에 대한 책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경우 안전에 대한 국가적 책임은 굉장히 미흡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국가적으로 안전에 대한 정책 개발이 지지부진하고, 국민들의 안전에 대한 의식이 미약하면서 지금은 사회에 안전불감증과 함께 후진국형 안전문화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산업안전 분야를 놓고 봐도 1960년대 이후 개발위주의 성장정책을 펼쳐오는 과정에서 장시간 근로 및 비정규직 관행 등 열악한 노동환경을 유지해오고, 근로자의 안전과 건강을 보장키 위한 노력도 그만큼 부족하면서, 지금은 산재공화국이라는 국가적인 오명까지 쓰고 있는 상황입니다.

안전은 개인의 생명을 보전하는 것과 동시에 국가 경쟁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매우 중요한 가치입니다. 우리나라가 지속가능한 국가발전을 도모하려면 경제성장 규모에 걸맞게 국민들의 생명과 권익을 보호하는 노력이 선행돼야 합니다. 또 그와 함께 안전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 역시 높아져야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Q. 앞에서 말씀해 주신대로 산업재해 문제가 최근 심각한 상황에 놓여있습니다. 그렇다면 산업안전 분야의 바람직한 발전방향에 대해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산업안전은 국가의 책임도 있지만, 기업체들이 책임져야 할 부분도 매우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 기업에서 발생한 여러 가지 건강과 안전문제는 결국 사회적인 문제로 확산되기 때문이지요. 지난해 모 전자회사에서 발생한 백혈병 문제가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산업안전에 대한 기업들의 책임과 참여를 강화시키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 정부가 고용분야에 중점을 두면서 기업들이 여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고용과 경제발전의 전제조건은 안전입니다. 고용과 함께 산업안전도 병행해 중요시 다뤄져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적으로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들어준 후 고용을 늘려나가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래야만 생산성도 향상되면서 기업의 발전도 도모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산업현장의 안전에 대해 기업과 사회가 적극 책임지며, 고용과 산업안전의 문제가 연계되어 나갈 때 산업안전의 선진화가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앞으로 관련법도 그러한 방향으로 개선되어나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Q. 위의 질문과 관련해 산업안전 분야에서 개선되어야 할 사항들을 세부적으로 짚어주시기 바랍니다.

10여년간 산업재해율이 줄지 않고 있는 이유는 소규모사업장 및 서비스업 등 최근 산업변화에 따른 위험상황을 정책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저는 다음과 같은 5가지 사항들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먼저 재해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제조업종에 대해서 지원방법을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과거에는 재해발생사업장 중심으로 지원했지만 앞으로는 재해발생확률을 기준으로 고위험군, 중위험군, 저위험군 등 위험등급을 나누고, 이에 따라 정부의 지원방법을 차별화시켜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즉, 사고성 재해예방을 위한 정교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로 최근 산업구조의 변화를 감안하여 서비스업에 대해서도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서비스업의 위험특성을 반영하여 안전 및 보건기준을 강화하고, 위험작업별로 안전교육 및 재정적 지원을 확대해나가야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세 번째로 최근 여성, 고령자, 외국인 등 산재취약계층의 취업이 늘어나면서, 이들의 재해도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에 있습니다. 실제로 이들 산재취약계층의 재해자는 2001년 26,985명에서 지난 2009년 49,693명으로 크게 늘어난 바 있습니다. 이에 우선적으로 이들 재해의 발생 원인을 면밀히 분석해보고 그에 맞는 재해예방 사업들을 개발하여 정부차원에서 적극 시행해나가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네 번째로 사업장의 자율적인 안전관리 노력을 이끌어내는 것에도 중점을 둬야 합니다. 이를 위해 정부차원에서 안전교육을 지속적으로 실시하여 근로자 및 사업주들의 안전의식을 향상시켜나가고, 노사 참여형 안전활동을 활성화시켜 사업장의 안전예방활동을 내실있게 추진해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안전사고는 눈에 보이지 않는 위험요인에 의해서 대부분 발생하고 있습니다. 또 최근에는 사회의 발달에 따라 새로 대두되는 업종에서도 크게 증가되고 있는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에 보이지 않는 위험은 어떤 것이 있는지, 그리고 새로운 업종에서 생길 수 있는 안전문제가 무엇이 있는지를 빨리 파악하고, 그 대책을 강구해나가야 할 것입니다. 가시적인 것 외에 불가시적인 것에 대한 예방책도 미리 세워둬야 한다는 뜻입니다.

Q. 중소기업의 안전문제도 최근 매우 심각합니다. 이에 대해서도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중소기업의 경우 기본적으로 안전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안전시설에 대한 투자에도 미흡한 상황입니다. 또 열악한 재정 속에 이들 문제점들에 대한 개선에 크게 신경쓸 여력도 없습니다. 이런 점을 볼 때 중소기업의 산재 발생률은 대기업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중소기업 사업주들이 안전에 대해 법적으로 책임지도록 하고, 중소기업에 대한 맞춤형 재해예방대책을 수립ㆍ시행해나가야 합니다. 중소기업 중에서도 산재발생률이 높은 분야를 집중 관리할 수 있도록 분류하고, 기업 특성에 맞게 안전예방교육과 방문점검을 주기적으로 실시해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 필요시 재정적인 지원을 해주는 한편, 안전보건 우수기업에 대해서는 혜택을 주고 그렇지 못한 기업에 대해서는 엄격하고 지속적인 점검을 실시하면서 기업의 인식전환을 유도해나가야 할 것입니다.

제 개인적으로 볼 때 중소기업 문제에 대한 제도개선과 대책마련이 산업안전 분야에서는 가장 시급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Q. 위의 답변 내용들 외에 안전과 관련하여 정부에 개선을 요구하실 부분이 있으시다면?

전체 산업재해 못지않게 10대 청소년의 산재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일하는 청소년이 전체 청소년의 6.5%나 되는데, 사업장에서는 안전교육 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청소년들이 일하고 있는 사업장이 대부분 중소 규모라는 점에서 사업장에서의 안전교육은 분명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를 감안하면 학교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안전교육을 실시해야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최근 국가인권위원회가 교육과학기술부에 학교안전보건교육에 대한 내용의 법령 및 정책개선을 권고했지만, 교과부에서는 아직까지 이렇다 할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습니다.

산업안전보건을 당장 학교의 교과과정에 포함시킬 수 없다면, 관계 전문가들과 협의를 거쳐 교과서 및 교재에 내용을 포함하는 등 관련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합니다.

Q. 산업안전보건 기능의 지방이양이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현재 지방정부에 산업안전보건에 대한 전문조직이 전혀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이고, 각 지자체가 지역경제 활성화에 역점을 두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업주에 대한 관리감독이 충실히 이뤄질지 의문스럽기만 합니다.

이런 상황 속에 안전인증, 안전보건기능, 사업주의 감독 기능과 같이 노동자의 생명 및 건강과 직결되는 산업안전보건 기능을 지방으로 이양하는 것은 산업안전분야에 있어 많은 문제점과 혼란을 가져올 것이 분명합니다. 국가도 국민의 안전을 보호해야 한다는 책무를 져버린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겠지요.

여하튼 이 의견에는 대부분의 환노위 위원들이 공감하고 있어, 관련 법개정은 어려울 것이라 전망됩니다. 아마 상당기간 지방이양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Q. 그렇다면 앞으로 지방이양은 어떤 방향으로 논의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산업안전문화가 정착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지방으로 이양시킨다니깐 반대의 목소리가 높은 것입니다.

안전은 국가가 책임진다는 생각아래 오히려 법과 관리감독을 강화해서 산업안전을 정착시켜나가고, 이에 대해서 지방에서도 관심을 가질 수 있게끔 분위기를 조성해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지금은 어떻게 보면 중앙의 일방적인 명령 하달 식으로 정책이 추진되고 있지만, 지자체에서 세부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부분도 분명 있을 것입니다. 그 일은 지방에서 하고 중앙정부에서 관리할 것은 중앙정부에서 책임지는 방식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우선적으로 산업안전문화를 완전히 정착시키고 각 지자체의 안전관리 능력을 향상시킨 후 지방이양을 논의해보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새해를 맞아 안전관계자들에게 덕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다사다난했던 경인년 한해가 저물고 신묘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새해를 맞아 산업안전 분야에 종사하시는 분들의 가정에 만복이 가득하시길 기원합니다.

비교적 관심이 적고, 쉽지만은 않은 분야에서도 묵묵히 일해주시는 여러분들이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우리나라 산업이 이렇게 발전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들의 노고에 대해 깊이 감사를 드리며, 앞으로도 힘드시겠지만 조금 더 노력한다는 마음을 가지고 맡은 바 업무에 최선을 다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저도 환경노동위원장으로서 근로자가 안전하게 일을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산업안전보건 정책의 선진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와 현장의 매개체 역할에 최선의 노력을 다해나갈 것입니다.

산업현장에서 국가의 발전과 가정의 행복을 위해서 열심히 일하는 분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2011년이 모든 사업장에서 재해가 없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모든 분의 가정에 건강과 행복을 거듭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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