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fety Column

정성효 대림산업 안전보건진단팀 차장

공수파서두(空手把鋤頭)
빈손에 호미를 쥐고

보행기수우(步行騎水牛)
물소를 타고 걷는다

인종교상과(人從橋上過)
다리 위에서 돌이켜보니

교류수불류(橋流水不流)
다리가 흐르고 물이 섰구나

‘생계(호미)를 붙들고 마음(물소)에 의지하여 물살(세상)을 타던 중 문득 물 밖에 나와 돌이켜보니, 내가 움직일 뿐 정작 물(세상)은 멈춰 있더라’는 옛 선시(禪詩)입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처럼 ‘세상은 가만히 있는데 내 마음이 흔들리니’ 세상이 흔들리는 것으로 보였더라는 것입니다.

캐나다 지역에 살던 인디언들은 아주 원시적 형태의 곰덫을 사용했습니다.

커다란 돌덩이에 꿀을 바르고 튼튼한 나뭇가지에 밧줄로 매달아 놓은 것입니다.

꿀을 좋아하는 곰이 그 돌덩이를 보면 꿀 냄새를 맡고 일어서서 앞발로 돌덩이를 잡으려고 합니다. 그 반동으로 밀려난 돌덩이가 시계추처럼 흔들려 곰을 때리고, 돌에 맞은 곰은 분노하 여 좀 더 힘껏 돌을 후려칩니다.

곰이 돌덩이를 세게 때릴수록 돌덩이는 더 큰 반동으로 곰을 때립니다.

결국, 곰은 자기가 휘두른 폭력의 반동과 싸우다 탈진하여 인디언에게 붙잡혀 죽습니다.

곰은 그 폭력의 악순환을 중단시키지 못합니다. 자신을 위협하는 상대에 대한 두려움과 그 두려움에서 나온 분노로 인지력을 잃어버린 곰은 그 상황의 실체를 도무지 보지 못합니다.

두려움과 분노에 사로잡힌 곰은 돌을 더 세게 후려치고 돌덩이의 반동도 세집니다.

만일 곰이 돌 때리기를 중단한다면 돌덩이도 움직임을 멈췄을 것입니다.

곰이 두려움에서 벗어나 평정을 찾았다면, 밧줄에 매달린 돌덩이는 스스로 흔들리지 않으며, 자기가 그 돌덩이를 흔들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것입니다.

죽음을 향한 자학적 싸움을 멈추고 돌덩이를 세우고 그곳에 묻어있는 꿀을 맛있게 먹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인간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백 년 전에도 천 년 전에도 이 세상의 모습은 그다지 다르지 않았습니다. 어느 시대이든 시대적 상황과 인물들을 살펴보면 같은 세상을 같은 처지에서 살았던 사람들이 각자의 마음에 따라 제각각 다른 세상을 살고 있었던 때가 많습니다.

인간관계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갈등도 내가 곰이 되거나, 상대방이 곰이 되어 일어납니다. 누구에게는 다툼과 절망만 가득하여 살아가는 것이 두렵고 죽으려니 그 또한 두려웠던 세상이었지만, 다른 누구에게는 사랑과 희망이 가득한 낙원 같은 세상이었습니다. 그 다른 느낌은 모두 마음이 빚어낸 것이었습니다.

마음의 관성(慣性)은 좀처럼 멈춰지지 않아서 사람들은 마음에 휘둘리면서 살고 있습니다. 마음을 멈춰 세워 곰이 바위와 싸우는 것과 같은 행위를 중지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마음이 끊임없이 만드는 생각을 잠시 멈추는 것입니다.

약 10분 정도의 여유시간을 만들어 어디든 조용한 장소를 찾습니다.

수목이 있는 자연을 혼자 천천히(!) 걸으면 좋겠지만, 실내라도 괜찮으니 조용한 곳에 편안히 앉아 눈을 감고 천천히 심호흡을 합니다.

핸드폰 알람 등으로 시간을 설정하고, 마법사가 마법을 시작할 때처럼 손가락을 한 번 튕기거나 손뼉을 한 번 치는 신호와 동시에 ‘생각 중지’라고 말합니다.

그 순간부터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모든 생각을 의식적으로 멈춥니다. 정해놓은 시간 동안 생각이 모두 비워진 멍 한 상태로 마음을 비웁니다.

끊임없이 생각이 떠오르면 그때마다 ‘지금은 생각하지 않을 거야’라는 단호한 태도로 생각을 지웁니다. 눈을 감은 상태가 좋지만 졸음이 오거나 잡념이 계속되면 자연을 그린 풍경화나 초록 화분을 보면서 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복잡한 도심지 풍경이나 산만하고 어지러운 풍경은 배제하는 것이 좋습니다. 약 10분 정도 머릿속을 비우는 ‘생각중지’를 시행하면 마음이 완전하게 휴식하면서 잡다한 잡념의 30% 이상이 사라지며, 스트레스성 건망증이 완화되고, 창의력과 기억력이 현저하게 향상되는 놀라운 효과를 체험할 수 있습니다.

‘생각중지’를 통해 흔들리는 마음을 멈추는 데 익숙해지면, 우리가 일상에서 범하곤 하는 바위와의 싸움을 멈추고 달콤한 꿀을 맛볼 수 있습니다.

자연의 애벌레들도 번데기가 되어 모든 활동을 잠시 멈춘 시간을 통해 한 단계 확장된 존재로 우화(羽化)합니다. 흔들리는 마음을 잠시 멈추고, 가만히 세상의 진면목을 살펴보는 지혜가 필요한 시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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