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하성 경일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

화재 시 발생하는 유독가스의 주성분은 불완전 연소 때 발생하는 일산화탄소다. 일산화탄소는 우리 몸속에 있는 적혈구의 헤모글로빈과 결합력이 산소보다 높다. 이미 일산화탄소가 결합된 헤모글로빈에는 산소가 결합할 수 없게 되어 세포에 산소 공급이 중단되도록 만든다. 다시 말해 유독가스를 흡입하면 숨을 못 쉬게 되는 상태와 같게 되는 것이다.

이 유독가스를 흡입하지 않도록 도와주는 것이 바로 방독면이다. 방독면은 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이 영국군의 독가스공격을 막기 위해서 처음으로 만들어졌다. 이후 발전적인 형태로 소방공무원의 화재진압이나 대중의 지하철 등에서 화재발생시 유독가스로 인한 질식 사고를 막기 위해서 착용하는 호흡기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142명의 희생자를 낸 대구지하철 참사가 발생한 지 14년이 흘렀다. 유사한 사고를 막기 위해 지하철에는 방독면이 비치되어 있다. 하지만 착용시간이 길고, 착용방법이 복잡하여 중요한 방독면으로서의 기능인 유독가스를 막는 데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에 화재 등 긴급시에 사용하는 방독면은 유독가스를 걸러주는 기능 외에도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갖추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첫째, 착용시간이 짧아야 한다.

어느 한 방송사에서 지하철에 비치되어 있는 일반방독면과 착용이 간편한 방독면의 착용시간에 대해 방송한 적이 있다. 착용시간을 각각 비교해 본 결과 일반방독면은 30초가 걸렸는 데 반해 간편방독면은 착용시간이 9초에 불과해서 착용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3배 이상 차이가 났다. 착용시간이 길면 길수록 대피시간도 그만큼 길어지기 때문에 귀중한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동일한 성능이라면 방독면의 착용시간이 짧으면 짧을수록 좋은 방독면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 착용방법이 쉬워야 한다.

지하철 등 방독면의 비치장소에는 사용방법에 대한 설명이 있고, 최근에는 지하철에 설치된 TV영상으로도 방독면 착용방법을 안내하고는 있지만 사용방법이 복잡하여 일반시민이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화재 등 긴급 상황에 대비해 유독가스를 마시지 않도록 만들어진 것이 방독면인데 착용방법이 복잡해서 위급한 상황에서 당황이라도 하게 되면 제대로 착용하기가 쉽지 않다. 비닐을 제거하고 마개를 분리한 다음 머리카락까지 모두 방독면 안에 넣고 호흡구에 입을 밀착시킨 후 끈을 조여야 한다. 최소한 5단계의 과정을 거쳐야지만 착용이 제대로 되는 것이다. 1단계 또는 2단계 정도로 착용방법을 최대한 간소화해야 좋은 방독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휴대하기 간편해야 한다.

화재는 건물 안, 지하철 내 등 언제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다. 화재발생 후 최초 5분, 우리는 이 5분을 ‘골든타임’이라 부른다. 이는 화재가 급격히 확대되기 전에 소방차가 화재현장에 도착하여 인명을 구출하고 화재를 진압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말한다. 하지만 교통체증, 불법주차, 소방서와 화재현장까지의 먼 거리 등으로 인해서 실제 도착시간은 5분을 훌쩍 넘기는 경우가 많다. 또한 이 5분은 화재발생 후 사람이 지하역사 또는 건물 내에서 지상으로 대피해야 안전한 시간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방독면을 항상 휴대하고 다닌다면 유독가스로부터 나를 보호하면서 화재대피에 따른 골든타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착용시간이 짧고 착용방법이 쉽다고 하더라도 휴대가 간편하지 않으면 내가 어디에 있던 지금 처한 상황에서 방독면을 유용하게 이용할 수 없을 것이다.

다행히 최근 들어 이와 같은 방독면이 개발‧시판되고 있다. 우리 모두 착용시간이 짧고, 착용방법이 쉬우며, 휴대하기가 간편한 방독면 하나쯤은 가지고 다니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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