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주·법인 양벌규정 조항도 책임주의 원칙에 부합

재판관 전원 일치 판결 내려

산안법상 위험방지조치
의무 위반으로 인한 공익 침해 매우 커 엄벌 불가피

건설공사 현장에서 안전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사업주와 회사를 형사처벌하도록 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A건설회사가 안전조치 의무를 위반한 현장소장과 함께 법인도 벌금형으로 처벌하도록 한 산업안전보건법 제67조(제23조 제3항 벌칙 부문)와 제71조(양벌규정)가 헌법상 책임 원칙에 반한다며 낸 헌법소원심판에서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고 지난 5일 밝혔다.

앞서 A사 소속 현장소장은 제주도의 한 건설공사 현장에서 안전난간 설치 등 안전조치 의무를 다하도록 감독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벌금 15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이에 불복한 A사는 정식재판을 청구했고, 소송 중에 해당 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지만 기각되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참고로 산안법 23조3항은 ‘사업주는 작업 중 근로자가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 토사·구축물 등이 붕괴할 우려가 있는 장소, 물체가 떨어지거나 날아올 위험이 있는 장소, 그 밖에 작업 시 천재지변으로 인한 위험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장소에는 그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71조는 ‘법인의 대표자나 법인 또는 개인의 대리인, 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이 그 법인 또는 개인의 업무에 관하여 제66조의2, 제67조, 제67조의2 또는 제68조부터 제70조까지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위반행위를 하면 그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그 법인 또는 개인에게도 해당 조문의 벌금형을 과(科)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법인이 업무에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않았을 경우 적용되지 않는다는 단서 규정이 붙어 있다.

이번 판결에서 헌재는 ‘형벌조항이 과잉형벌인지 여부’와 ‘양벌규정 조항이 책임주의 원칙에 어긋나는지 여부’를 판단했으나 모두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먼저 과잉형벌과 관련해서 헌재는 “산안법 23조3항을 위반하는 행위로 상해나 사망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산업재해 통계로 확인됐다”라며 “때문에 이 조항의 위반행위는 행정목적 및 공익 침해의 정도가 매우 크다”고 밝혔다.

이어 “이윤 추구 및 생계유지를 둘러싼 사업주와 근로자 관계의 구조적 특징 때문에 이를 위반하는 행위를 엄히 처벌하지 않으면 산업재해 발생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특히 헌재는 “사업주들은 이윤 증대를 위해 가급적 안전관리 비용을 줄이고자 하는 유혹에 흔들리기 쉬운 반면 근로자들은 위험한 근로조건을 무릅쓰고 근로를 제공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라며 “산안법 위반 행위를 엄격히 제재하지 않으면 안전상 공백이 커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양벌규정 조항도 책임주의 원칙에서 어긋나지 않는다는 것이 헌재의 판단이다.

헌재는 “71조 단서조항에서 법인의 독자적인 책임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 형사처벌을 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으므로 양벌규정 조항은 책임주의 원칙에서 어긋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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