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안전관리, 미흡한 안전의식으로 인한 人災 올해도 다발

2017년의 시작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한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이 왔다. 올해 역시 무재해 원년을 목표로 희망차게 출발했지만, 다양한 사건사고로 인해 연일 ‘인재(人災)’와 ‘안전불감증’이라는 단어가 끊임없이 회자됐다. 이런 상황 속에 지난해와 올해 연달아 ‘지진’까지 덮치면서 안전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가 더욱 커졌다.  
우리나라 안전의 현주소를 되짚어보고, 이것이 안전 선진국으로 가는 디딤돌이 되길 바라면서 부실한 안전관리, 미흡한 안전의식, 허술한 대응체계 등이 원인이 되어 발생했던 2017년도의 주요 사고와 재해를 정리했다.

<공동취재팀>

 

부끄러운 안전 현주소…여전히 갈 길 멀어
타워크레인 사고, 문제에서 난제(難題)로 비화

 

올해도 '안전불감증' 끊임없이 회자
안전문화 정착 위한 범국가적 노력 필요

서울 낙원동 철거 공사 중 붕괴 - 2명 사망, 2명 부상
(이미지 제공: 뉴시스)


1. 서울 낙원동 철거공사 중 붕괴, 기준 지키지 않은 채 공사 강행
2017년이 시작된 지 며칠이 지나지 않아 서울에서 대형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1월 7일 오전 11시 30분경 서울 종로구 낙원동의 한 호텔 건물 철거공사 중 붕괴사고가 발생, 현장에서 작업 중이던 2명이 숨지고 2명이 부상당했다. 당시 근로자들은 먼지를 가라앉히기 위해 물을 뿌리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경찰 조사결과, 이 사고는 전형적인 ‘인재(人災)’였다.

1984년 지어진 이 건물은 지상 11층, 지하 3층의 규모로 지난해 11월부터 철거작업이 시작됐다. 사고 당시에는 지상 1층과 지하층 철거만 남겨둔 상태였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철거작업이 이뤄지는 층 아래 2개 층에는 각각 18개씩, 총 36개의 지지대를 설치해야 했지만, 사고 당시 작업 중이던 1층 아래 지하 2개 층에는 총 3개의 지지대만 설치돼 있었다. 또 작업장에 400t 규모의 철거 폐기물이 방치돼 있었던 데다, 계획보다 1.5배 정도 무거운 포크레인이 현장에 투입되는 등 안전기준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즉, 철거업체는 공사비를 절감하기 위해 안전조치를 이행하지 않은 채 공사를 강행했고, 이에 대해 시공사의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종합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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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동탄 메타폴리스 화재, 최소한의 안전조치도 없었다
지난 2월 4일 오전 11시 1분경 경기도 화성시 반송동 66층짜리 메타폴리스 건물의 상가동 3층 어린이 놀이시설 철거현장(264㎡)에서 불이 났다. 이 불로 철거작업자 정모(49)씨 등 2명과 철거현장 바로 옆 피부과에 있던 고객 강모(44)씨 및 여직원 강모(27)씨 등 총 4명이 숨졌다.

또 당시 상가에 있던 47명이 연기를 마셔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사고는 용단작업 중 발생한 불티가 가연성 물질에 튀면서 발생했다. 문제는 작업현장의 상황이었다. 실내에서 용접작업을 함에 있어 기본인 환기 등을 하지 않았으며, 화재를 예방하기 위한 방염포, 불티 비산방지 덮개 등도 설치하지 않았다. 여기에 현장에는 합판조각, 우레탄 조각, 카펫 등 가연성 물질이 곳곳에 널브러져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렇게 매우 위험한 상황 속에 작업자들은 H빔 등 철구조물에 대해 산소용접기로 용단작업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불꽃이 주변으로 옮겨 붙는 등 위험한 상황이 계속됐지만, 작업자들이 합판 등에 불이 붙으면 물을 뿌려 끄는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건물의 방재를 담당하는 관리업체는 화재경보기, 유도등, 스프링클러, 연기배출기(급배기팬), 방화셔터 등의 작동을 수동으로 정지시켰다.

철거공사작업 중 오작동의 우려가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로 인해 화재에 즉각적인 대응이 이뤄지지 못하면서 유독가스가 급속히 확산됐고, 그것이 결국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진 것이라고 분석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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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거제 조선소 크레인 충돌, ‘신호체계 오류’가 원인
올해에는 유난히 크레인 사고가 많이 발생했다. 지난 5월 1일 오후 2시 52분께 경남 거제시의 한 조선소에서 800t급 골리앗 크레인과 32t급 타워크레인이 충돌, 타워크레인 붐대가 건조 중인 선박 위를 덮쳤다. 이 사고로 선박 위에 있던 근로자 6명이 숨지고 25명이 중경상을 입는 등 모두 31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휴식시간을 앞두고 현장 근로자들이 미리 나와 한곳에 몰려 있었던 바람에 인명피해가 컸다. 사고는 골리앗크레인이 구조물을 옮기던 중 타워크레인 붐대 와이어와 접촉하면서 발생했다. 골리앗크레인이 이동할 때는 타워크레인 붐대 밑으로 지나가도록 돼 있었지만, 신호체계가 잘못돼 타워크레인의 붐대가 내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골리앗크레인이 지나가 충돌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운전수와 신호수들이 전방과 측방을 잘 살피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무전소통을 제대로 하지 않은 상태에서 크레인을 이동시키다가 사고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즉, 작업자들의 부주의가 사고를 발생시킨 것으로 경찰 조사결과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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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남양주 건설현장 타워크레인 붕괴, 원인은 부품불량
지난 5월 22일 오후 4시40분께 남양주 다산신도시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18t 규모의 타워크레인이 꺾여 부러지면서, 위에서 작업 중이던 근로자 김모(54)씨 등 3명이 숨지고 2명이 중상을 입었다.

사고의 직접적 원인은 크레인에 사용된 부품 문제였다. 경찰은 시공사로부터 타워크레인 설치 작업을 도급 받은 업체가 타워크레인 키를 높이는 작업(텔레스코핑)을 하다 부품인 보조폴(톱니바퀴의 역회전을 막는 걸림쇠)이 떨어져 나가면서 마스트가 균형을 잃고 쓰러졌다는 결론을 내렸다. 문제는 사고 전에 있었다.

사고 4일 전인 5월 18일 텔레스코핑을 하다 보조폴 일부가 파손됐다. 보조폴은 크레인 상부 하중 전체를 지탱해야하는 중요한 부품이기 때문에 정밀 가공 공정을 거쳐 제작된다.

하지만, 해당 업체는 외국의 정품을 쓰는 대신 서울의 한 철공소를 통해 임의제작한 후 타워크레인에 사용했다. 정품을 쓸 경우 주문부터 도착할 때까지 공사가 지연되기 때문에 임의로 사제 부품을 쓴 것이다. 해당 업체는 이 과정에서 정밀 도면도 없이 파손된 기존 부품을 종이에 대고 그려 철공소에 보냈다. 이에 규격조차 맞지 않아 부품을 다시 깎아내야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이렇게 제작된 보조폴은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부러졌다. 국과수 조사결과 이 보조폴은 정품과 규격이 다르고 탄소 성분도 과다하게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렇게 잘못된 부품 사용 하나가 5명의 인명피해를 발생시킨 사고로 이어졌다. 안전불감증의 단면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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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제천 케이블카 붕괴사고, 무리한 작업이 사고로 이어져
지난 8월 10일 오후 2시 57분께 충북 제천 청풍면의 관광케이블카 신축공사현장에서 케이블카가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는 유압실린더로 지주를 10㎝가량 든 상태에서 지주 받침대를 교체하던 중 유압실린더가 균형을 잃어 지주가 바닥으로 쓰러지며 발생했다.

이 사고로 근로자 2명이 숨지고 3명이 부상을 당했다. 사고는 공사기간 단축과 비용절감을 위해 안전조치를 소홀히 한 채 무리하게 작업하다 발생했다. 화물을 나르기 위해 지난해 1월 설치한 화물용 케이블카(삭도)의 철제지주의 한쪽이 휘었고, 시공사 측은 결국 철제 지주 교체를 결정했다.

이때 케이블카를 지지하고 있는 네 방향 철제 지주를 한 개씩 교체해야 했는데, 업체의 지시로 암반 등에 고정돼 있던 4개 지주를 유압실린더로 모두 들어 올린 뒤 한꺼번에 교체하려다 중심을 잃으면서 철제 지주가 쓰러진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근로자들은 사고 위험성을 알리고 안전조치를 요구했지만, 업체측은 공사기간과 비용을 줄이려고 이를 무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지주 교체 과정에서 전문가 등의 조사나 참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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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조선소 탱크작업 중 폭발, 파손된 방폭등으로 유증기 유입
8월 20일 오전 11시 37분께 창원의 한 조선소에서 건조 중이던 화물운반선 내 지하 3층 RO탱크에서 폭발사고가 발생, 도장 작업 중이던 근로자 4명이 숨졌다.

해당 선박은 7만4000톤급 화물운반선으로, 폭발사고가 난 RO(잔류기름)탱크는 가로 7.3m, 세로 3.7m, 높이 10.5m 크기이며, 가장 위쪽부터 1·2·3층으로 구분된다. 경찰 조사결과, 이번 사고는 전기 스파크가 발화되어 폭발로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탱크 내부에서 전기가 사용된 곳은 방폭등(폭발을 방지하는 등)이 유일한데, 전체 방폭등 4개 중 2층의 1개는 사고 직후 깨져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탱크 내부에서 도장작업을 할 때 발생하는 유증기가 실외로 제대로 배출되지 않은 상태에서, 방폭기능이 제대로 되지 않은 이 방폭등 내부로 유증기가 들어가 폭발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사고 현장에 있던 방폭등은 모두 인증기준에 못미쳤던 것으로 추가적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또 있었다.

경찰은 폭발 직후 일시적으로 화재가 발생했다가 꺼지면서 근로자들이 질식사했다고 밝혔다. 밀폐공간의 작업이었음에도 이들 근로자 모두 송기마스크나 공기호흡기 대신 일반 방독마스크를 착용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밀폐공간 작업 시 송기마스크나 공기호흡기를 착용해야 한다고 규정한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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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의정부 건설현장 타워크레인 붕괴, 노후화된 장비 사용이 원인으로 추정
지난 10월 10일 오후 1시 36분께 경기도 의정부시 낙양동 용암마을 12단지 신축 및 철거작업을 하던 20층 높이의 타워크레인이 전도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작업 중이던 근로자 A(50)씨 등 4명이 30m 아래로 추락해 A씨 등 2명은 현장에서, 다른 1명은 병원으로 옮기던 중 숨졌다.

사고는 지난 5월 22일 발생한 남양주 타워크레인 전도사고와 마찬가지로 타워 높이를 조절하는 ‘텔레스코핑’ 작업 중 발생했다. 사고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노후화된 크레인 사용이 주요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현장에서 사용되는 타워크레인이 10~15년의 연수를 가진데 비해, 이번에 사고가 난 크레인은 제작된 지 27년이나 지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고로 타워크레인의 안전관리 문제가 다시금 화두가 됐다.

이에 정부는 타워크레인 등록 단계부터 해체 단계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 대한 안전관리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타워크레인 중대재해 예방대책’을 11월 16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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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더 이상 우리나라도 지진안전지대가 아니다
11월 15일 경북 포항에서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했다. 이는 지난해 9월 12일 경주에서 규모 5.8 지진이 일어난 지 1년 2개월 만에 발생한 강진으로, 전국 각지에서 진동이 느껴질 정도였다. 수 십 차례에 걸쳐 이어지는 여진에 포항 곳곳 건물의 외벽이 떨어지고 유리창이 깨지는 등 큰 피해가 났다.

또한 액상화 현상과 땅밀림 피해가 나타났고 이로 인해 1797명의 이재민과 551억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이에 정부는 사상 처음으로 수능시험을 일주일 연기하고 피해 수습에 범국가적 역량을 집중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은 11월 24일 포항 피해현장을 전격 방문해 피해상황을 직접 확인하고 건축물 내진보강 등 지진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나갈 것을 약속했다.

한편 이번 지진 대응과정에서는 빠른 재난문자, 특별재난지역 조기 선포, 재난안전특교세 긴급 지원 등 정부의 노력이 빛났다. 더불어 자원봉사 행렬, 전국적 성금모금 등 국민들의 성원과 관심도 포항지역의 일상을 되찾게 하는 큰 힘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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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또 발생한 바다의 악몽…영흥도 낚싯배 전복사고
12월 3일 인천 영흥도 앞바다에서 급유선(명진15호)이 낚싯배 선창1호를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낚싯배가 뒤집혀 탑승자 22명 중 15명이 목숨을 잃었다.

경찰조사 결과, 이번 사고는 낚시 어선을 발견하고도 충돌을 막기 위한 감속이나 항로변경 등을 하지 않은 명진15호 선장 전모(37)씨의 주의 소홀 등 과실이 빚어낸 전형적인 인재였다.

이런 상황 속에 정부의 부실한 사후대처가 피해를 키웠다. 특히 해경의 초동대처능력은 2014년 세월호 참사와 비교해 나아진 것이 없다는 지적이다. 당시 해경 구조선은 출동명령후 20분이 지나 선착장을 출발하고 현장에 도착하는데도 30여분이 걸렸다.

10분 운항거리를 30분 이상 걸려 출동한 것이다. 또한 수색에 투입할 장비가 없어 구조대를 기다리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도 연출했다. 게다가 관련부처인 해양수산부는 일반어선의 안전규제방안을 지난 3월 만들어놓고도 선주 등의 반대를 우려해 추진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인재(人災) 논란에 불을 지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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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한해 마지막도 타워크레인 사고로 얼룩져
정부가 사고재발방지에 심혈을 기울였음에도 결국 한해의 마지막을 타워크레인 사고가 얼룩지게 만들었다. 12월 9일 오후 1시10분경 경기 용인의 한 공사현장에서 타워크레인이 넘어지는 사고가 나 근로자 7명이 75m 높이에서 추락, 3명이 숨지고 4명이 다친 것이다.

사고는 마스트(기둥)를 13단 높이에서 14단으로 올리기 위해 작업자 6명이 75m 상공에서 인상작업을 하던 중 아랫부분 지점 기둥이 부러지면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타워크레인 중대재해 예방대책을 발표한 지 한 달도 안됐고, 영흥도 사고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인 터라 이 사고의 여파는 매우 컸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12월 11일 타워크레인 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것에 우려를 표명하며 “정부의 대책과 실제 현장의 갭(차이)을 어떻게 줄일 것인지 연구하고 방법을 찾아 달라”고 지시했다. 이에 고용노동부와 국토교통부, 경찰 등 관계기관이 합동으로 엄중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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