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교 충북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

 

매년 10월과 11월 가을 단풍철에는 교통사고가 빈번히 발생한다. 실제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10월과 11월에 교통사고로 사망한 인원은 856명에 달한다. 월평균 428명으로, 여름 휴가철인 7~8월 평균치(347명)보다도 높다.

가을철 교통사고 사망 건수가 높은 이유는 1차적으로 행락철을 맞아 교통량이 크게 늘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대형 버스사고가 자주 발생한다는 점도 교통사고 사망 건수 증가에 영향을 미친다. 버스사고는 여러 사고사례나 분석에서 나타났듯 졸음운전, 과로 등 운전자의 불안전한 행동·상태가 원인인 경우가 많다.   

보도된 바처럼 해당 기업에서는 여러 가지 관리적인 요인 때문에 운전사의 과로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하였는지는 모르겠으나, 충분히 잠을 자지 못한 상태에서 운전에 임한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그 중대한 사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던 듯하다.

수면부족이나 과로 상태에서 운전을 하게 되면 우선 주의력이 저하된다. 주의력의 범위가 좁아져서 한두 가지 직무에만 집착하는 반면, 주변 상황의 변화는 알아차리기 어렵게 된다. 운전으로 말하자면 눈앞 정면에만 정신을 팔리게 된다는 뜻이다. 더욱이, 담당 업무를 수행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해지며, 본인의 업무수행능력이 점점 저하되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하게 된다.

또 다른 변화는 기억력의 저하이다. 자신이 어떤 일을 하고 있었는지 업무 수행 중에 깜박깜박 잊어버리는 일이 발생하게 되고, 오래된 버릇이 불쑥불쑥 나오게 되어 표준작업절차를 무시하기 쉬워지는 한편, 다시 이전의 작업으로 복귀하는 것이 어려워진다.

세 번째로는 반응시간이 증가한다. 업무 수행 중 발생하는 문제를 알아차리기 어려워지고 판단, 의사결정과 동작이 더뎌지며, 동작을 하더라도 정확성이 떨어져서, 결과적으로 담당 장비나 기기를 제어하는 것이 더 어려워진다.

운전이라고 하는 작업은 - 대상이 자동차든 비행기든 - 동시에 여러 가지 직무를 수행하는 다중과업수행(multi-tasking) 작업이다. 순간순간 변화하는 여러 가지 상황이나 조건에 대응하여 신속하게 반응하여야 하여야 한다. 인간공학에서는 이런 특성을 인간의 시배분(time-sharing) 기능이라고 하는데, 숙달된 사람이 아니면 좀처럼 수행하기 어려운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더욱이 나이가 듦에 따라 현저하게 훼손되기 때문에 고령자에게 운전 업무를 부여하는 것은 신중히 판단하여야 하는 문제라고 알려져 있다.

한편, 인간에게 수면이란 업무와 생활 중에 축적된 자극과 스트레스 요인을 해소하여 다음날의 명쾌한 업무와 생활을 가능하게 만들기 위한 자연스런 생리적 과정이다.

그러므로 수면 없이 장시간 깨어 있으면 인간의 각성수준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지속적으로 저하된다. 이제까지 연구된 바에 따르면 지속적으로 20시간 정도 깨어 있으면 뇌의 활동수준은 혈중 알콜농도 0.05%에 대응하는 수준으로 저하하며, 24시간 후에는 운전면허 취소수준에 이를 만큼 각성수준과 작업능력이 저하한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하루 10시간 이상 지속적으로 근무하게 했다고 하는 것은 - 조금 억지를 부려 말하자면 - 해당 운전자에게 술을 강요해 가며 취중 운전을 시켰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 놓이게 되면 누구나 깜빡깜빡 잠이 들게 된다. 이른 바 마이크로 수면(microsleep)이다. 이런 토막잠은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발생하는 생리적 현상의 수면으로서, 아무런 사전 조짐 없이 단 수초라도 지속될 수 있기 때문에 지속적인 경계를 요구하는 상황, 예를 들어 운전이나 기계 작업 상황에서 발생하면 매우 위험하다.

버스 운전자의 졸음운전으로 인한 몇 차례의 대형참사를 겪고 나더니, 정부에서는 올해 말까지 수도권 광역버스 3000여 대에 차로이탈경고장치(LDWS)와 전방충돌경고장치(FCWS)를 장착하게 한다고 발표했다. 또한, 6년 이내에는 모든 광역, 고속버스에 자동비상제동장치(AEBS)를 부착하게 한다고 한다. 곳곳에 센서를 활용하는 기술이 적용되는 것이다.

인간의 판단을 기계를 통하여 지원함으로써 사고를 줄이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기는 하지만, “빨리빨리” 달리는 ‘한국식’ 습관을 버리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아닐까 싶다. 아무쪼록 센서 부착이든 습관 개조든지 간에 무사고 운행에만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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