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시간 변경으로 인한 신체적‧정신적 피로 누적돼

“사망과 업무 사이 상당한 인과관계 있어”

법원이 20년 동안 일했던 작업장이 바뀐 후 스트레스를 호소하다 6개월 만에 돌연사한 노동자에 대해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판사 김국현)는 S자동차 평택공장 노동자 A씨의 배우자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최근 밝혔다.

재판부는 “A씨는 전보로 인한 업무 및 근무시간 변경 등으로 신체적·정신적 피로가 누적됐을 것으로 보인다”며 “A씨의 사망과 업무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20년간 맡았던 업무와 다른 일을 하게 되고, 근무시간도 주·야간 교대근무로 바뀌었다”며 “적응하기까지 상당한 피로와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라 예측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씨는 전보된 후 약 6개월 만에 사망했다”며 “사망 당시 47세였고, 급성심장사 등을 유발할 기존 질환이나 위험인자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1994년 S자동차에 입사한 A씨는 약 20년 동안 평택공장 프레스생산팀에서 근무하다 지난 2014년 10월 조립1팀으로 전보됐다. A씨는 경제적 문제로 야근이 있는 도장팀에 지원했지만, A씨보다 사번이 빠른 직원에게 밀려 조립1팀으로 배정됐다.

프레스팀에서 생산된 부품의 품질 검사를 맡았던 A씨는 조립팀으로 옮긴 뒤 차량 배선 정리 작업 등을 담당했다. A씨는 직무 변경 후 가족과 직장 동료에게 “무슨 큰돈을 벌겠다고 야간을 신청했는지 나도 알 수가 없다”, “원래 자리에 남게 해달라고 해보지 못한 게 후회된다”,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고 말하는 등 정신적 고통을 호소했다.

A씨는 사망 당일 오전 7시30분까지 야간 근무를 하고 퇴근한 뒤 집에서 자던 중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 유족은 “야근으로 인한 피로 누적, 새로운 업무에 대한 두려움, 시간 안에 빠르게 일해야 하는 압박감, 전동공구의 진동·소음, 허리를 굽힌 상태에서 하는 작업, 매주 변경되는 근로시간 등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유족은 이후 “업무상 재해”라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청구했다. 공단은 “사인을 명확히 할 수 없고, 업무 내용이 사망에 이를 정도의 부담 요인인지 확인되지 않는다”며 부지급 처분 했고, 이에 불복한 유족이 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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