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 관련법 규제완화…대형사고 주원인

지난달 21일 오후 3시 53분께 충북 제천시 하소동의 한 스포츠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지난달 21일 오후 3시 53분께 충북 제천시 하소동의 한 스포츠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미지 제공 : 뉴시스)

지난해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수원 광교 공사현장 등 대형 화재사고가 마지막까지 이어지면서 소방 관련법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게 일고 있다.

소방당국은 소방점검 관련 규정을 완화했지만, 건물 유주 등 책임 있는 인식전환이 뒷받침되지 않아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와 유사한 대형 참사 발생 가능성이 여전히 상존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소방서의 소방특별조사 규정과 안전관리인 선임 규정 등 소방 안전관리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일주일 전 소방특별조사 대상 통보…실효성 떨어질 수밖에 없어

현행법에 따르면 소방청장, 소방본부장 또는 소방서장은 관할구역에 있는 소방시설 등이 관계 법령에 따라 적합하게 설치·유지·관리되고 있는지, 소방대상물에 화재, 재난·재해 발생 위험이 있는지 등 소방안전관리에 관한 특별조사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소방특별조사의 실효성이 매우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소방특별조사를 실시하기 위해서는 소방청장·소방본부장·소방서장이 7일 전에 관계인에게 조사대상, 조사기간, 조사사유 등을 서면으로 알려야 한다는 규정 때문이다. 시설 소유주가 비상구 폐쇄, 스프링클러 미작동 등 관련법을 위반했다고 할지라도, 일주일 동안 이를 원상복구 시켜놓으면 그만인 것이다.

물론 화재, 재난·재해가 발생할 우려가 뚜렷하여 긴급하게 조사할 필요가 있는 경우, 소방특별조사의 실시를 사전에 통지하면 조사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 등 사전 통보 없이 조사할 수 있는 단서 조항도 있다. 하지만 중대한 사안이 아닌 이상 민원을 유발하면서까지 비상구 폐쇄 등을 불시 점검을 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이 소방당국의 설명이다.

합동소방점검의 경우 사전 통보 없이 불시 점검을 하고 있지만, 조사 대상이 극소수에 불과해 큰 효과를 거두기 어려운 상황이다.

소방당국의 한 관계자는 “규제 완화 차원에서 소방조사 7일 전에 서면으로 통보하도록 했지만,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제천 스포츠센터 대형 참사도 비상구 폐쇄가 화를 키웠다”고 밝혔다.

◇소방안전관리자 자격 취득요건 강화해야

소방안전관리자의 교육과정과 관리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는 3~4일의 교육과정을 거친 후 100점 만점에 60점 이상만 합격해도 소방안전관리자 2급을 취득할 수 있다. 불합격하더라도 재교육 없이 다시 시험만 보면 된다.

아울러 가족이나 친인척을 소방안전관리자로 선임할 수 있도록 한 것도 큰 문제다. 지난달 29명의 생명을 앗아간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사고가 대표적인 예다. 스포츠센터의 전 건물주 A씨는 자신이 건물 소방안전관리자로 지정했던 아들 B씨 명의의 안전점검보고서를 지난해 8월 제천소방서에 제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보고서에는 소화기 충압 필요, 비상조명등 교체 등 비교적 경미한 지적 사항만 있었다.

이에 A씨는 분말 소화기를 보수하거나 비상조명 설비 전구를 교체하는 조치만 취하고도, 1년에 한 번 반드시 받아야 하는 소방안전점검을 통과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현 건물주 이모(53)씨가 지난달 전문업체에 의뢰했던 소방안전점검에서는 ‘불량 종합세트’라는 판정이 나왔다. 이씨가 소방안전점검과 점검 후 조치를 좀 더 빨리했더라면, 이런 대규모 참사로 이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따라 소방안전관리자 자격 취득 요건을 강화하고, 외부 전문가를 소방안전관리자로 선임하거나 소방서가 지정하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소방서의 한 관계자는 “소방협회의 방화관리자 자격 따기는 운전면허 필기시험보다 쉽고, 건물주의 가족이나 친인척이 소방안전관리자를 맡으면 건물주의 입맛대로 해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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