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 Talks

오한진 을지대학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오한진 을지대학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단백질, 지방과 더불어 3대 영양소인 탄수화물은 우리 몸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영양소이다. 탄수화물은 우리 몸이 활동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럼에도 언제부터인가 탄수화물이 마치 건강을 해치는 주범 취급을 받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사실 탄수화물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필요 이상으로 많이 섭취하는 것이 문제다. 탄수화물의 단맛에 중독되어 과잉 섭취하게 되면 혈당이 급격히 올라가고 고혈압이나 대사증후군 등의 발병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5 한국인 영양소 섭취기준’ 자료에 따르면 50~64세 남성의 탄수화물 섭취량이 전체 에너지 섭취량의 67.8%, 여성은 69.6%였다. 또 65세 이상 남성의 경우 72.1%, 여성 76.4%로, 다른 연령대가 60% 초반을 유지하는 것과 비교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 성인이 하루에 섭취하는 탄수화물의 적정비율은 총 열량의 55~65%이다. 탄수화물을 통해 총 에너지의 70% 이상을 섭취하면 당뇨병이나 대사증후군 등 건강위험이 증가하기 때문에 50세 이상은 탄수화물 비율을 낮춘 균형 잡힌 식사가 필요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그런데 쌀이 주식이다 보니 라면이나 빵, 과자, 초콜릿 등 단순당류 식품을 간식으로 먹다 보면 필요 이상으로 탄수화물을 섭취하기 쉽다. 이렇게 정제된 탄수화물을 조절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먹는 증상이 바로 탄수화물중독이다. 탄수화물을 적정량 이상으로 과다하게 섭취하면 에너지원으로 쓰고도 남은 포도당이 지방으로 바뀌어 몸에 차곡차곡 쌓여 비만이 된다. 특히 간, 근육 등에 쌓이는 내장 비만은 대사증후군은 물론 암을 유발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또한 탄수화물을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면 암의 성장속도도 그만큼 빨라진다고 하니 더욱 유의하자.
탄수화물중독, 어떻게 고칠 수 있을까?

탄수화물중독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먼저 생활 속에서 혈당지수(GI)가 낮은 탄수화물을 섭취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혈당지수가 낮은 식품일수록 소화 흡수되는 속도가 느리고 혈당을 천천히 올린다.

■ 혈당지수가 높은 식품 : 흰쌀, 감자, 식빵
■ 혈당지수가 낮은 식품 : 통밀빵, 콩, 현미, 채소, 과일, 견과류

이렇게 혈당지수가 낮은 음식을 조금씩 자주 먹으면 혈당이 높게 올라가지 않고 인슐린이 과도하게 분비되지 않아 비만이나 당뇨까지 예방할 수 있다. 또한 균형 잡힌 음식을 골고루 먹는 습관을 갖는다. 즉, 탄수화물의 양을 줄이고 기타 영양소의 섭취량을 늘려간다. 달걀 흰자, 살코기, 생선 등 단백질이 풍부한 음식을 많이 섭취하면 포만감이 빨리 와서 탄수화물의 섭취를 줄일 수 있다. 또한 음식을 천천히 먹으면 포만감을 느끼기 쉬워 과식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 탄수화물의 양을 미리 먹을 만큼 덜어놓고 먹는 것도 양을 조절하는 효율적인 방법이다. 조리할 때도 설탕 대신 다른 양념을 이용할 수 있으면 바꾸는 것이 좋다.

습관적으로 먹던 빵, 과자, 초콜릿 등의 간식이나 패스트푸드와 인스턴트 음식도 될 수 있는 한 줄이는 게 좋다. 특히 TV를 볼 때 과자나 간식을 무심코 먹는 습관을 버리자. 공복감이 심할 때는 견과류나 제철 과일, 신선한 채소류를 먹는 것이 좋다.

뿐만 아니라 설탕이 많이 함유된 시리얼, 과자, 음료, 케이크, 아이스크림, 사탕 등은 영양이 풍부한 다른 음식의 섭취를 방해해 영양 불균형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적게 먹도록 한다. 그리고 술이나 카페인 함유 음료를 많이 마시면 혈당을 낮춰 단 음식이나 탄수화물 음식을 더 먹게 만들 수 있으므로 섭취를 줄이도록 한다. 깊은 잠이 들지 못하거나 자다가 쉽게 깨면 가짜 배고픔이 증가하면서 탄수화물중독이 되기 쉬운 만큼 숙면을 취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탄수화물이 몸에 좋지 않다고 전혀 먹지 않는 것은 위험한 식습관이다. 탄수화물 중에서도 혈당지수가 높고 섬유질이 부족한 음식을 가려서 섭취하는 것이 현명하다. 다양한 식품을 적절한 양만큼 규칙적인 시간에 먹는 습관을 통해 탄수화물의 섭취를 서서히 줄여나가는 것이 건강으로 가는 지름길임을 명심하도록 한다.

본 콘텐츠는 오한진 교수의 ‘중년건강백과’에 실린 내용으로, 저작권은 저자인 오한진 교수 또는 지식너머 출판사에 있습니다.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안전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