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광수의 마음 돋보기

 

문광수 교수(중앙대 심리학과)
문광수 교수(중앙대 심리학과)

 

2018년 무술년 새해가 밝았다. 모든 사업장이 안전하고 사고가 없는 한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아마 많은 기업과 조직들의 대표들이 신년사에서 “안전이 최우선이다”, “안전에 타협은 없다”, “안전을 위배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예외와 관용은 없다”와 같은 내용을 강조했을 것이다. 물론 회사의 책임자와 대표들이 안전에 관심을 갖는다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이러한 안전에 대한 강조가 실제 작업하는 과정에서 실천되고 있는 지는 깊이 고민해 봐야 한다. 필자는 아마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생산성, 품질, 안전이 기업의 3대 경쟁력이 되었지만(Michael, Evans, Jansen, & Haigh, 2005), 아직 많은 국내 기업에서는 안전보다는 생산성, 품질이 우선이다.

이를 간단하게 확인할 수 있는 질문을 해보면 ‘기업의 HSE(Health, Safety, Environment) 담당 부서의 위상은 어떠한가?’ 아마 다른 부서보다 낮을 것이다.

또 ‘기업이 관리자들을 평가할 때 주로 사용하는 KPI(Key performance indicator)에 안전이 어느 정도 포함되어 있는가?’ 아마 많아야 20~30% 정도일 것이다.

이것도 최근 몇 년 내에 증가한 수치일 것이다. ‘작업을 하던 도중, 안전에 우려사항이 있을 때 작업을 중지할 수 있는가?’ 아마 이렇게 할 수 있는 회사는 거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그럴까? 지금까지 한국사회의 경쟁력은 속도였다. ‘한강의 기적’이 이를 반영하고 있다. 50년 동안 ‘빨리 빨리’를 강조해왔고, 이에 대한 성취를 중요시했으며 이것이 성과의 기준과 보상의 기준이 되어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화가 한국에 만연해있고 이러한 문화는 각각의 개개인들이 일을 할 때 무엇을 중요시 할지에 대한 판단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는 다시 안전 절차나 규정을 준수하는 안전행동보다는 불안전 행동을 하게 한다. 물론 문화적인 요인 이외에 고질적인 다단계 하청구조, 체계적인 안전관리 부재, 인간 행동의 특성, 조직의 안전 문화, 안전 리더십, 스트레스, 수면, 교육·훈련, 심리적 상태 등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앞으로는 이처럼 근로자들이 불안전행동을 하게끔 하는 다양한 요인들에 대해 칼럼을 통해 구체적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대한민국은 여전히 OECD에서 산업재해 비율(영국의 10배 이상)이 높은 국가이다. 안전보건공단의 보고 자료에 포함된 공식적인 기록만으로도 약 5분에 한명씩 부상을 당하고 있고 약 4시간 마다 1명씩 사망하고 있다. 공식적인 기록 외에 공상 처리나 미보고된 사고까지 포함한다면 더 많은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사고가 발생하면 근로자는 신체적·정신적 피해를 입게 되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알코올·약물 중독 가능성이 늘어난다. 무엇보다 가정이 붕괴되는 경우가 많다. 개인적 피해 이외에도 기업 역시 직·간접 보상 비용, 생산 손실, 동료 직원들의 사기 저하, 기업 이미지 저하 등 많은 피해를 입는다. 사고 다발 기업에 많은 인재들이 지원하겠는가?

이제 안전관리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속도가 경쟁력이었다면, 이제는 과거를 다시 한 번 평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미래에는 기업의 안전이 경쟁력이 될 것이다. 안전이 강조되다보면 생산성과 품질이 저하될 것으로 생각하지만, 많은 컨설팅 사례에서는 안전이 체계적으로 확립되면 생산성과 품질은 오히려 증가한다는 결과를 보였다.

새해를 맞아 안전, 생산성, 품질 중 무엇이 정말 중요하고 가치 있는 것인지 생각해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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