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우 교수의 산업안전보건법 해설

정진우 교수(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위험성평가의 기법으로는 다양한 방법이 제시되어 있다. ISO/IEC 31010(Risk management . Risk assessment techniques)에서는 31가지의 위험성평가 기법을 소개하고 있다. 중요한 점은, 위험성평가의 기본적인 절차와 방법에 따르는 것이고, 사업장 전체 영역(분야)에 걸쳐 합리적으로 예상할 수 있는 모든 유해위험요인을 포괄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사업장의 일부 영역(분야)이나 일부 유해위험요인에 한정된 위험성평가를 실시하였다고 하여 산업안전보건법 제41조의2에 따른 사업장 위험성평가(이하 ‘일반 위험성평가’라 한다)를 실시하였다고 주장하거나 그렇게 간주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공정안전관리(PSM) 대상설비에 대하여 HAZOP(Hazard and Operability Study)이라는 위험성평가 기법에 의한 위험성평가, 즉 특정 위험성평가를 실시하였다고 하여 이것만으로 일반 위험성평가를 실시하였다고 간주할 수는 없다. 사업장에는 PSM 대상설비 외에 다른 영역(작업, 기계·설비)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고, HAZOP기법은 설계·운전단계에서의 화재·폭발·누출사고 예방을 위한 공정안전제도(산업안전보건법 제49조의2)의 일환으로 실시되는 방법이기 때문에, 이들 사고 외의 다른 사고요인(위험요인)은 포괄하지 못하고 건강장해요인(유해요인)도 누락되어 있다.

특히, 설치·해체작업, 보전작업, 트러블 대처작업 등과 같은 비정상작업(abnormal work)에 대한 당해 작업 개시 전 위험성평가는 HAZOP기법으로는 커버되지 않는다. 요컨대, 일반 위험성평가의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HAZOP기법 외에 해당 작업, 기계·설비의 특성에 적합한 다른 위험성평가 기법도 아울러 활용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유해위험요인이 복잡하고 그 특성이 많이 이질적인 사업장의 경우에는, 1가지의 위험성평가 기법을 적용하는 것으로는 위험성평가를 적절하게 수행하는 데 부족할 수 있어 2개 이상의 위험성평가 기법을 활용하는 것이 필요할 수도 있다. 이러한 점 때문에 ISO/IEC 31010(6.1)에서도 1개의 사업장에서 2개 이상의 위험성평가 기법을 활용할 수 있음을 명시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HAZOP 등과 같은 공정 위험성평가 기법 외에 일반 위험성평가의 일부를 구성한다고 보여지는 산업안전보건법상의 다른 제도(유해위험방지계획서, 근골격계질환 유해요인조사 등)에 대해서도 위의 설명과 동일한 논리가 적용될 수 있다. 특히, 안전보건진단명령은 실시의 취지와 주체·방법이 위험성평가의 그것과는 확연히 다르기 때문에, 이것을 부분적으로나마 위험성평가를 실시한 것으로 갈음할 수 있는 여지는 없다고 할 수 있다.

외양상 일반 위험성평가와 일부 유사하다는 것만을 이유로, 그 실시절차·방법 및 실시시기를 비교 확인하지 않은 채, 더군다나 일회적으로 실시하였다는 것을 근거로 일반 위험성평가 전체 또는 일부분에 대해 실시한 것으로 보는 것은 불합리하다.

일반 위험성평가로 갈음되는 것은 어디까지나 일부분에 한정되는 것이고, 그것도 산업안전보건법 제41조의2에 따른 위험성평가의 프레임에 해당하는 기본적인 절차·방법 및 시기요건 등을 충족하는 경우에만 갈음되는 것이라고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위험성평가 제도의 취지에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위험성평가의 파편화, 형해화(형식화)를 조장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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