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성평가 이행점검 강화…미이행 시 벌칙 부과

위험작업 일시중지 요청제도, 발전5사 시행 후 확산
공공기관·300인 이상 사업장, 안전·보건관리자 직접 채용 의무화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은 지난달 2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정부가 산업재해 사망사고 감소대책, 교통안전 종합대책, 자살예방 국가행동 계획 등 '국민생명 지키기 3대 프로젝트'에 본격 착수한다고 밝혔다.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은 지난달 2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정부가 산업재해 사망사고 감소대책, 교통안전 종합대책, 자살예방 국가행동 계획 등 '국민생명 지키기 3대 프로젝트'에 본격 착수한다고 밝혔다.
(이미지 제공 : 뉴시스)

 


지난달 23일 정부가 발표한 ‘산업재해 사망사고 감소대책’은 산업재해를 획기적으로 감축하고,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이 보장되는 일터를 조성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번 대책이 크게 주목을 받는 이유는 그 어떤 대책보다 상당한 추진력을 확보하고 있는 동시에 명확한 목표가 세워졌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동안의 산업재해 예방대책은 고용노동부, 국토교통부 등 주무부처가 소관 업무에 한해 개선책을 제시하는데 그쳤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대책은 국무총리실을 필두로 고용노동부,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 행정안전부, 기획재정부, 환경부 등 11개 부처가 공동으로 마련하면서 범부처의 행정력이 결집됐다.
여기에 더해 ‘사고사망만인율 절반 감축’을 목표로 4개 분야에서 98개의 추진전략이 마련되는 등 그 어느 대책보다 명확하게 세부 과제들이 규정돼 있는 것도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는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수가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판단에 따라 이번 대책을 마련했다.

지난 2016년 기준으로 사고사망자는 969명에 달한다. 정부는 이에 따른 경제적 손실액이 21조4000억에 달할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더욱이 우리나라 노동자 만 명당 사고사망자수(사고사망만인율)는 0.58.로 독일(0.16.), 일본(0.19.), 미국(0.36.) 등 안전 선진국에 비해 2~3배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안전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졌지만 여전히 산업재해가 빈발하면서 국민적인 불안감이 큰 상황이다.

고용노동부의 한 관계자는 “외주화 확대 등 생산방식 변화에 따라 안전관리 주체 간에 책임관계가 복잡해지면서 안전관리 사각지대가 발생했다”라며 “특히 안전보다 효율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여전히 만연돼 있고, 기업의 안전투자도 부족한 상황이다”라고 분석했다.

우리나라의 산업재해 발생 현황을 살펴보면 현재의 문제점을 명확하게 파악해 볼 수 있다. 먼저 외주화 확산에 따라 하청 및 소규모 사업장에서 산업재해가 빈발하고 있다.
실제로 전체 사고사망자 중 하청노동자의 비중은 거의 절반(42.5%, 2016년 기준)에 육박하고 있다. 50억 이상 건설현장의 경우에는 이 비율이 무려 88.4%에 달하는 실정이다. 또한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전체 사망자의 72.8%(969명 중 705명)가 발생했다.

업종별로는 건설 등 고위험 분야에서 산업재해가 다발하고 있다. 건설(51.5%, 499명)과 제조업(23.9%, 232명)에서 사고사망자 3/4 이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 현 상황이다. 주체별로 안전관리에 대한 권한과 역량에 걸맞는 역할.책임이 미흡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대표적인 예로 발주자의 경우 현행법상 구조물에 대한 안전유지 의무는 있으나 작업자에 대한 안전관리 역할·책임이 없어 안전관리에 소홀한 상황이다. 또 하청은 고용주로서 안전조치 의무를 부담하고 사고 발생시 처벌을 받지만 안전관리 여력이 부족하고, 재해예방을 위한 투자에 적극 나서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부족한 안전 인프라도 산업재해를 야기하고 있다. 산재 발생의 구조적 원인으로 지적되는 불법하도급 및 불공정거래 관행에 대한 감시.감독이 부족한 것은 물론이고, 감독인력이 적어 현장의 안전관리 체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는데 한계가 있다.

이 같은 상황판단에 따라 정부는 안전일터 조성을 위해 이번 대책을 수립한 것이다. 참고로 이번 대책에는 지난해 8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중대 산업재해 예방대책’ 가운데 미흡한 부분을 보완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발주자·원청·하청·노동자 등 주체별 안전관리 역할·책임 명확화
정부는 발주자가 공사단계별로 작업자 보호를 위한 안전조치를 이행하도록 의무화한다. 또한 발주자가 구조물 안전관리에 대한 책임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강한 제재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건설공사 입찰시 안전관리비는 낙찰율과 관계없이 공사 ‘예정가격 기준’으로 계상키로 했다.

공공기관 발주자의 책임은 한층 강화된다. 앞으로 정부는 ‘발주자 안전관리 가이드라인’을 마련·적용하고, 주무부처 중심으로 이행여부를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또 적정 공사기간 확보를 위해 토지보상·실시계획 인가 등 사전작업 완료 이후에만 공사에 착수하도록 업무지침을 시달하고, 200억 이상의 공공공사를 발주하는 발주청의 안전관리활동을 평가하고 그 결과를 공개하여 기관장의 책임성을 강화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안전관리에 대한 원청의 역할도 확대된다. 정부는 원청에게 하청노동자의 안전관리 책임을 부여하는 장소를 현행 22개 위험장소에서 원청의 관리 하에 있는 모든 장소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위험의 외주화 방지를 위해 도금작업, 은·납·카드뮴 등 제련·주입·가공 및 가열 작업 등과 같은 고유해.위험작업의 도급을 금지하고, 도급인가 대상에도 ‘황산·불산 등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설비를 개조·분해·해체·철거하는 작업’ 등을 추가하기로 했다.

특히 하청노동자가 유해·위험작업 수행 시 원청이 특별안전보건교육 이수 여부를 확인한 후 조치하도록 새롭게 의무를 부여키로 했다.

하청 등 사업주들의 책임도 강화된다. 고용부는 사업장 감독 및 기술지도 시 위험성평가가 제대로 실시됐는 지에 대한 이행점검을 실시하고, 하청이 원·하청 공생협력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안전관리 역량을 높일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안전관리에 대한 사업주의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해 공공기관과 300인 이상 사업장은 안전·보건관리자를 직접 채용토록 할 방침이다.

안전보건에 대한 노동자들의 인식을 바꾸기 위한 방안도 추진된다. 정부는 노동자들이 보호구 착용 등 기본 안전수칙을 준수할 수 있도록 교육, 감독, 점검 등을 활용한 계도와 적발(과태료 부과)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투 스트라이크 아웃제 시행…노동자 개인보호구 미착용 등 안전수칙 위반 시 퇴출
고위험 사업장 밀집지역 중심으로 지방고용노동관서에 ‘광역산업안전감독팀’ 설치
사업장 안전보건교육 점검방식 변경…서류 중심 점검에서 노동자 인터뷰 방식


‘투 스트라이크 아웃제’가 시행되는 것은 특이점이다. 정부는 공공발주 공사에서 개인보호구 미착용 등 안전수칙 위반 시 1차 현지 시정지시 후에는 2차 위반 시 즉시 퇴출하는 방안을 도입키로 했다. 투 스트라이크 아웃제는 올해 국토부 산하기관 및 발전 5사에 우선 적용된다.

정부는 성과측정을 거쳐 2019년에는 전체 공공기관에 투 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긴급대피 및 작업중지 요청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도 추진된다. 정부는 위험상황 발생 시 노동자가 긴급대피 후 사업주에게 작업중지를 요청할 수 있는 요건을 산업안전보건법에 명시하고, 노동자의 정당한 작업중지 요청을 사업주가 거부할 경우 제재(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고용부는 노동자가 작업 중 위험상황을 발견해 신고할 경우 현장에 출동하여 상황확인, 시정조치 등을 실시한다. 또한 하청노동자가 위험상황을 공공 발주청에 직접 신고하는 위험작업 일시중지 요청제도(Safety Call)를 도입한다. 이 제도는 올해 발전5사에 우선 적용된다.

◇건설·조선·화학 등 고위험 분야 집중관리
정부는 고위험 분야의 재해 취약 작업에 대한 산업안전 감독 및 안전보건관리 기술지도를 집중 실시한다. 산업안전 감독계획 수립 시 건설, 조선 등 고위험 업종 및 재해다발 요인을 반영하고, 화학공장 대정비 등 위험작업 일정을 사전에 파악.공유하여 시기별로 밀착관리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고용부는 고위험 사업장 집중 지역을 중심으로 지방고용노동관서에 ‘광역산업안전감독팀’을 설치하여 집중 관리하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주요 기업 경영진, 고위험 사업장 집중지역 자치단체가 참여하는 안전보건 리더회의를 수시로 개최해 산재예방 활동 및 안전관리 우수사례와 안전기술 정보를 공유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업종별.위험분야별로도 사고사망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이 추진된다.

먼저 건설분야에서는 안전관리계획이 적정하게 작성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계획 승인 시 외부 전문기관 검토가 의무화된다. 또한 철거공사 안전관리 강화를 위해 일정규모 이상(3층 또는 연면적 500㎡ 이상)은 허가제로 전환(현재 신고제)된다. 또 고용부는 안전관리자 선임대상 공사의 규모를 단계적으로 확대(120억 이상→50억 이상)하고, 감리인이 품질 외에 안전관리도 살펴보도록 감리보고서에 안전관리 이행상황을 기입토록할 계획이다.

건설업 사망사고 중 약 20%를 차지하는 건설기계.장비에 대한 관리도 강화된다. 안전한 장비가 현장에 투입될 수 있도록 미수검 및 안전검사 불합격 건설기계.장비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미수검 건설기계 및 불합격 장비 사용에 따른 과태료를 대폭 상향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조선.화학업종의 사망재해 예방을 위해서는 원청이 안전보건관리비를 계상하도록 의무화한다. 협력업체의 안전관리를 위한 적정 비용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정부는 재해취약 직종별 안전관리 모델을 개발하여 사업장에 보급한다.

◇현장 관리·감독 시스템 체계화
정부는 이번 대책이 효과적으로 현장에서 작동되도록 산업안전 감독 체계를 개편하고, 불공정거래 관행 등 구조적 문제까지 개선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먼저 컨설팅형 현장지도·감독을 통해 사업장에서 안전관리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도록 지도해 나간다.

물량 중심의 감독에서 탈피해 감독기간과 인원을 늘려 사업장의 효과적인 안전보건시스템 구축을 지원하는 컨설팅형 지도.감독으로 개편해 나간다는 것이다. 또한 고용부·안전보건공단·민간재해예방기관의 정보를 연계하는 안전보건정보연계시스템을 구축해 이를 토대로 산재취약 사업장 등을 분석하여 감독대상을 선정하기로 했다.

산업안전감독관은 지난해 기준 448명에서 올해 561명으로 113명 증원하고, 2021년까지 기계.화공 등 기술직 감독관의 비율을 60% 이상으로 상향시켜나갈 방침이다.

특히 ‘감독결과 강평’에 노사가 참여토록 하여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개선 필요사항 등을 공유함으로써 안전에 대한 노사의 관심을 제고키로 했다.

정부는 안전 관련 불공정관행 해소에도 적극 나선다. 과도한 저가 하도급 근절을 위해 적정성 심사를 강화하고, 하도급자 선정 시 입찰정보(공사물량 등) 공개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또한 건설공사.전기공사.정보통신공사 등 재하도급을 금지하고 있는 법령의 실효성을 강화하기 위해 제재수준을 정비하고, 감독을 강화하기로 했다.
 
◇안전인프라 확충 및 안전중시 문화 확산
정부는 안전기술을 활용하여 산업재해 발생을 원천적으로 방지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사회 전반의 안전 최우선 문화 확산을 도모한다.

구체적으로, 현장의 수요를 반영한 안전기술 개발에 적극 나선다. 산재다발 분야 및 유형, 신기술 접목 가능성 등을 고려하여 안전기술 개발 과제를 즉시 사업화 또는 R&D 과제로 발굴하겠다는 것이 고용부의 방침이다.

또한 안전사고 방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안전제품의 경우 사용.설치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타워크레인 충돌방지장치, 잠수 작업 시 익사사고 방지를 위한 비상기체통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외에도 정부는 안전기술.제품, 안전 관련 R&D 현황 등의 정보를 공유하는 ‘안전산업 정보공유 통합포털’을 구축키로 했다. 이 포털에는 국내외 안전산업 현황, 안전산업 입찰정보, 안전관련 연구.개발에 관한 사항, 전문인력 및 교육 등에 관한 정보 등이 공유된다.

안전보건교육은 현장 중심형으로 개편된다. 정부는 체험교육장을 확충하고, VR(가상현실) 콘텐츠를 활용한 가상현실 교육 등 체험교육을 확산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사업장 안전보건교육 점검방식은 대대적인 변경된다. 현행 서류확인 중심의 점검에서 벗어나 노동자 인터뷰 방식으로 교육성과를 측정하겠다는 것이 고용부의 기본 방침이다.

중소기업 경영자 및 산재 다발 사업장의 최고경영자를 대상으로 하는 안전보건교육은 신설된다. 경영자의 안전 중시 경영마인드를 확립하기 위함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대책에는 범국민 안전의식 제고를 위한 다양한 방안도 포함돼 있다. 정부는 건설현장 작업자들의 안전의식 제고를 위해 매월 24일을 ‘건설기계·장비 점검의 날’로 지정해, 전국적인 캠페인을 실시하고, 기업이 스스로 안전중시 문화를 구축할 수 있도록 컨설팅 등을 통해 기업 내부의 안전문화 수준 진단 및 개선활동을 유도키로 했다.

정부는 이번 대책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법령 개정이 필요없는 사항은 즉시 시행하고, 법 개정사항은 1분기 안에 입법예고를 거쳐 올해 안에 개정이 완료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국민생명 지키기 3대 프로젝트 점검협의회’를 분기마다 개최(실무점검회의는 매월 1회)해 이행상황을 체계적으로 점검.관리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저작권자 © 안전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