社說

2월 5일부터 4월 13일까지의 일정으로 진행 중인 2018년도 국가안전대진단이 중반을 넘어선 가운데, 행정안전부가 지난 7일 추진현황을 점검·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3월 6일 기준으로 약 1개월 간 대진단을 실시한 결과 민간전문가, 공무원, 민간시설 관리자 등 14만 명이 점검에 참여했고, 점검대상인 30만 개소의 건축물과 시설물 중 11만5206개소(38.6%)에 대한 점검을 완료하는 등 대진단은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 

추진 일정이나 계획은 큰 문제가 없지만, 대진단을 통해 드러난 결과물에 적잖은 아쉬움이 남는다. 일부 시설에서 안전관리 미흡사항이 지적됐는데, 사항 대부분이 수년 전부터 수없이 지적됐던 건들이라 우리 사회의 변함없는 안전불감증을 떠올리게 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공동주택에서는 방화문 고장, 대피로 적치물 비치 등이 반복적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 중소형병원에서는 피난 유도등 불량 및 미설치, 화재감지기·수신기·옥내소화전 앞 물건 적치, 스프링클러 고장 등이 많이 지적됐다.

최근 대형화재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요주의 대상으로 떠오른 목욕시설과 숙박업소의 경우는 보다 적극적인 개선이 추진되어야 함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었다. 유독 기본적인 사항에서 지적이 많았던 것이다. ▲소화기 불량 ▲비상벨 고장 ▲완강기 미설치 ▲피난 계단과 복도에 물건 적치 ▲피난 유도등 고장 등이 대표적인 예다.

화재취약시설로 매번 거론되는 전통시장에서도 방화문 주위 물건 적치, 전선 관리상태 불량 등 기본의 미비에 대한 지적이 잇따랐다. 이밖에 대표적인 다중이용시설인 영화관·공연장에서도 비상대비 매뉴얼 미비 등 적잖은 지적사항이 나왔다.

일단은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수많은 문제점을 찾고 이에 대한 개선이 이루어질 수 있어서 다행이다. 허나, 서두에서도 잠시 언급했듯 이들 기본을 지키지 않은 지적사항들이 우리나라의 안전수준을 심하게 저하시킨다는 점에서 안타깝기 그지없다.

소화기와 비상벨, 피난유도등 등 기본적인 안전장치들이 정상작동 하도록 주기적으로 관리하고 피난 계단과 복도에 물건을 적치하지 않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조금의 관심과 부지런함만 있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이 성실함의 대가로는 사고예방이라는 큰 선물이 주어진다.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밀양 세종병원 화재, 서울 종로 여관 화재 등 최근 여러 건의 대형 화재사고가 발생했다. 모두 기본적인 안전시설이 제대로 설치되어 있었거나 제대로 작동했다면 사고로 인한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 하다못해 대응매뉴얼만 잘 준수했어도 수많은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결국 기본을 지키지 않은 것이 감당 못할 큰 피해를 불러온 것이다.

국가안전대진단이 끝나기까지 앞으로 한 달여의 시간이 남았다. 정부와 지자체의 점검에서 지적사항이 적발되지 않기를 바라는 요행의 마음가짐을 갖기 보다는, 이 기회에 부실과 허술을 말끔히 털어버리고 갔으면 한다.

국민 모두가 정부의 점검보다 더 꼼꼼한 자체점검과 진단으로 내주변, 내직장, 내가정의 위험요소를 철저히 뿌리 뽑고 튼튼한 안전의 기본을 새롭게 세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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