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
우석대학교 소방안전학과 교수

기존 숙박서비스만 제공하던 여관, 호텔 등이 최근에는 외식, 연회, 스포츠, 유흥 등 다양한 서비스를 즐길 수 있는 복합시설로 변화하고 있다. 이렇게 숙박시설이 복잡 다변화되다보니 예전에 없던 문제점들이 생겼는데, 그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높아진 화재 위험성’이다. 이제는 단순 숙박시설을 넘어 다중이용시설에서 발생할 수 있는 화재위험이 상존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기존 숙박시설 및 업계가 안고 있던 화재의 취약성이 크게 줄어든 것도 아니다. 여전히 저렴한 가격에 임대하여 운영하는 쪽방형태의 오래된 여관이 전국 곳곳에 산재해 있다. 특히 이들 여관의 경우 영세하다보니, 소방시설이 매우 허술하고 안전에 대한 의식이나 관심도 미비하다. 이런 점 때문에 화재발생시 피해가 커진다.

올해 1월 20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서울장 여관에서 방화로 일어난 화재사고가 그 예다. 당시 서울여행을 왔다가 경비를 아끼고자 여관에 투숙했던 세 모녀를 포함해 10명이 소방안전시설이 거의 없는 무방비 상태에서 속수무책으로 죽거나 다쳤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점점 더 화재위험요소가 많아지는 여관, 호텔 등 숙박시설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개선방안을 찾아보자.

첫째, 객실문의 구조를 더욱 안전하게 개선해야 한다.
국내외 숙박시설의 경우, 객실 출입문 열쇠가 대부분 카드형식으로 되어 있다. 카드 삽입구에 카드를 넣었다 뺀 후 녹색불이 들어올 때 문을 열면 된다. 열쇠에는 단순 개폐기능뿐만 아니라, 객실 전원을 연결시키는 등 부가기능이 많다. 편의성이 좋기는 하지만, 단점도 적지 않다. 문을 열면 도어클로저에 의해 자동으로 문이 닫히는 형태가 대부분이라서 한번 닫히면 카드키가 없는 한 열 수 없기 때문에 키를 반드시 들고 나와야 한다.

여기서 문제는 화재 등 긴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당황해서 카드키를 객실에 놔두고 복도로 나왔는데 이미 복도에 유독가스가 가득 차 있어 객실로 다시 돌아가야 할 경우, 이것이 불가능해진다는 점이다. 꼼짝 없이 큰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소방안전측면에서는 복도에 유독가스가 가득 찼을 경우, 객실 안으로 들어가서 문틈으로 유입되는 가스를 수건 등으로 막고 창문을 모두 연 상태에서 구조를 기다리는 것이 맞다. 따라서 카드키를 한번 꽂으면 문이 열리고 다시 한 번 꽂았을 때 문이 닫히는 구조로 숙박시설의 객실 출입문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둘째, 실사용이 가능하도록 완강기를 설치해야 한다.
완강기란 사용자의 몸무게에 따라 자동적으로 내려올 수 있는 기구 중 사용자가 교대하여 연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건물탈출장치를 말하며, 주로 지상 3층에서 10층 규모 건물의 창문근처에 설치된다.

중소건물에서 화재 등 응급상황 발생 시 탈출에 큰 도움이 되는 장비지만, 매뉴얼만 봐서는 사용하기가 어려운데다 만약 잘못 설치되면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다. 실제 필자가 호텔이나 여관을 이용 중 확인해 본 결과, 완강기를 창문근처가 아닌 캐비닛에 보관할 정도로 설치 및 관리 상태가 부실한 곳이 대부분이었다. 또 매뉴얼이 아예 없거나, 매뉴얼이 있어도 잘 이해가 되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완강기가 제 역할을 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지대가 있는 창문근처에 배치하고, 그림을 포함한 상세한 매뉴얼을 보기 쉬운 곳에 부착해야 한다. 여기에 더해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안전모를 함께 비치하면 더욱 좋다.  

셋째, 소방시설 설치에 대한 재정적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 
연면적 600㎡ 미만의 여인숙 및 숙박업소 등 소규모 숙박시설은 경제적 여건이 좋지 않다보니 소방시설의 설치 상태도 좋지 않은 게 일반적이다. 이들 숙박업소의 경우 의무 설치해야 하는 소방시설은 (연면적 33㎡이상 시설에 설치해야 하는) 소화기와 (화재 감지 후 자체적으로 경보를 해주는) 단독경보형감지기 정도다. 헌데 이마저도 부담돼 잘 설치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안전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아무리 규모가 작아도 숙박시설이 화재로부터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자동으로 화재를 감지하여 건물주 등 관계인에게 경보해주는 자동화재 탐지설비정도는 추가로 설치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간이스프링클러설비의 설치도 권장하며, 가능하다면 실내장식물의 방염처리도 주기적으로 하는 것이 좋다. 숙박시설의 사업주 모두가 안전의식을 갖고 상기 제안들을 적극 추진하면 좋겠지만, 이 정도도 투자하기가 힘든 영세 숙박시설에 대해서는 정부가 국민안전 차원에서 재정적 지원 등에 나서주었으면 한다.

아울러 우리 국민들이 지역이나 규모, 형태 등에 상관없이 여관, 호텔 등의 숙박시설을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보다 정교한 안전대책을 하루 빨리 마련해 주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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