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우 교수(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의 산업안전보건법 해설

 

모름지기 사업장의 안전보건은 사업장 각 부문의 안전보건(전기안전, 가스안전, 소방안전, 설비안전, 보건, 위생 등)을 망라하여 종합적으로 관리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업장 안전보건관리를 총괄적으로 관리하는 기능이 구심점을 가지고 작동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는 각 분야의 안전·보건담당자가 구심점 없이 기술적 안전조치를 중심으로 각 개별법에 따라 분절적으로 관리되고 있는 양상이다. 그러다 보니 협력업체의 작업에 대한 안전보건관리가 포괄되지 못하는 등 안전보건관리가 종합적이고 시스템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근로자 안전보건과 시민 안전보건은 동전의 양면인 경우가 많다. 이는 근로자 안전보건을 확보하는 것이 시민 안전보건을 확보하는 첩경인 경우가 많다는 의미이고, 거꾸로 말하면 근로자 안전보건을 확보하지 못하면 그것이 시민 안전보건에 큰 구멍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에서는 예컨대 안전보건관리책임자(법 제13조)의 법정 직무로 산재예방계획의 수립, 안전보건관리규정의 작성, 위험성평가 실시 등을 규정하고 있는데, 이들 모두 직접적으로는 근로자 안전보건을 대상으로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시민의 안전보건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최근에 발생한 충북 제천시 스포츠센터 화재사고의 경우 주차장 천장 열선작업을 잘못한 것이 직접적 원인이었고, 경남 밀양시 세종병원의 화재사고는 응급실 천장에서의 전기합선이 주된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는바, 이 두 참사 모두 근로자 안전의 부실이 시발점이거나 그것과 직결되어 있었다.

또한 최근에 발생한 울산 뉴코아 아웃렛 화재사고, 2014년 5월 고양종합터미널 화재사고 모두 용접작업이 직접적 원인으로 작용했는데, 사업장 안전관리의 부실 때문에 사고가 발생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다중이용시설에서 사고가 날 경우 주로 소방관서의 잘못된 대처와 소방업체의 부실점검이 문제로 다루어지지만, 그 이전에 사업장의 전체적인 안전관리기능이 작동되지 않은 것이 보다 근본적인 문제라는 점에 대해서는 어디에서도 지적되지 않고 있다. 

한편 근로자의 안전보건을 제대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산업안전보건법상 구체적 기준이 설정되어 있는 부분뿐만 아니라, 근로자의 안전보건과 관련된다면 구체적인 기준이 설정되어 있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까지 포함하여 총괄적으로 관리를 해야 하는바, 이것 역시 안전보건관리책임자 제도의 입법취지이자 내용에 해당한다. 따라서 산업안전보건법 외의 법에 규정되어 있는 사항이라 하더라도 근로자의 안전보건과 관련이 된다면 사업주는 안전보건관리책임자를 통해 사업장의 안전보건에 관한 사항을 총괄적으로 관리하도록 하여야 한다.

사업장의 자체적인 안전보건 매뉴얼로 기능하는 안전보건관리규정(법 제3장) 역시 산업안전보건법규 외의 사항을 포함하여 사업장 안전보건을 포괄적으로 다루기 위한 문서화된 수단에 해당한다. 그리고 노·사 간에 안전보건문제를 심의·의결하기 위한 사업장의 자율적 기구인 산업안전보건위원회(법 제19조)에서 다루는 안건 또한 산업안전보건법규 사항으로 국한되지 않는다. 이상의 제도는 사업장의 안전보건문제를 총괄적으로 다루기 위한 중요한 수단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행정기관의 경우 이들 제도의 취지, 배경 등에 대한 이해도가 낮고 제도 자체에 대한 문제의식이 다소 부족하여 사업장의 총괄적 안전보건관리기능이 정상적으로 운용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근로자의 안전보건뿐만 아니라 공중의 안전보건을 위해서는 사업장의 총괄적 안전보건관리기능이 실질적으로 작동되는 것이 그 출발점이라는 사실을 명심하고 사회적 차원에서 이에 대한 많은 관심과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저작권자 © 안전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