社說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건설업계 퇴직자로 구성된 안전보건지킴이 167명이 지난 3월말부터 중소 건설현장 순회점검활동에 투입됐다. 이들의 역할은 안전관리자 선임의무가 없는 공사금액 120억원 미만 현장을 대상으로 사망사고 위험이 높은 고소작업, 굴착작업, 건설기계·장비 사용작업 등에 대해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안전조치가 미흡한 사항에 대해 개선을 권고하는 것이다.

수 십 년 동안 건설업계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베테랑들을 안전관리 역량이 부족한 중소건설현장의 안전점검 지원에 나서게 한 것은 매우 잘한 일로 보인다. 이들의 연륜과 경험은 중소현장의 위험요소 발굴에 큰 힘이 될 것이 자명하다. 다만, 실효성 확보가 문제다. 이들이 아무리 고급 전문성을 활용해 철저한 안전점검에 나서고 개선사항을 제시해준들 현장에서 무시하면 말짱 도루묵이다.

고용부도 이런 문제점을 우려해 일종의 보완책을 세워놓긴 했다. 안전보건지킴이들의 점검을 통해 안전관리가 불량하다고 판단된 곳에는, 안전보건공단 전문가가 현장 전반의 안전관리를 지도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선이 되지 않을 경우에는 지방고용노동관서의 감독을 받게 한다는 게 주 내용이다.

대응 자체는 합리적이나, 과연 이것이 실효성 있게 점검과 연계가 될지 의문이다. 안전보건지킴이들이 주로 투입되는 중소건설현장은 대부분 공사기간이 그리 길지 않다. 반년에서 1년도 채 되지 않는 현장이 대다수일 것이다. 언제 점검하고, 언제 보고하고, 언제 지도하고, 언제 감독을 하고, 언제 시정조치를 할 수 있을까. 이 일련의 과정이 모두 진행되기도 전에 아마도 현장이 사업을 마무리하지 않았을까 싶다.

사실 이런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안전보건지킴이사업은 그동안 적잖은 성과를 거두어 왔다. 안전보건공단에 의하면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최근 3년간 3억원이상 120억원미만 중소규모 건설현장의 사고사망만인율에서 지킴이가 순회점검한 현장(1.26)은 전체 현장(1.60) 대비 21.3%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지킴이들의 기술적 전문성이 뛰어나고 현장을 살피는 감각이 우수하다보니, 적잖은 제약이 있음에도 이를 극복하고 재해감소에 기여를 하고 있음을 짐작케 한다. 따라서 보고체계를 간소화하거나, 안전보건지킴이들의 권한을 확대해주면 이 사업이 더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지킴이들은 이미 검증을 마친 안전보건전문가들이다. 최소한 지킴이들이 지적사항과 개선사항을 바로 관할 고용노동관서에 보고하고, 해당 관서가 즉각적인 조치에 나설 수 있는 체계는 마련돼야 한다고 본다. 그래야 중소현장도 경각심을 가질 것이고 안전보건지킴이들도 더 큰 책임감을 갖고 업무에 나설 것이다.  

모두가 알고 있듯, 우리 산업현장에 산재왕국의 오명을 씌운 주범 중 하나는 건설재해다. 그 중에서도 중소건설현장의 재해현황은 심각하다. 일례로 최근 3년간 건설현장 사고사망자 중 74.7%(1,024명)가 120억원 미만의 중소규모 건설현장에서 발생했을 정도다.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건설재해를 감소시킬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총력을 다해야한다. 건설현장 안전보건지킴이사업은 재해감소의 가능성이 입증된 사업이다. 이제는 이 가능성이 더 큰 실체로 이어질 수 있도록 키워야 한다. 최근 고용부는 산재 사망자를 절반으로 줄이기 위한 방안의 일환으로 안전보건지킴이 사업을 지속 확대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사업 규모를 늘리는 만큼, 지킴이들의 권한도 확대해서 더 큰 재해예방 성과를 거둘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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