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 Talks

오한진 을지대학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오한진 을지대학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건강을 위해 몸에 좋은 식재료나 식품을 꼼꼼히 따져서 구입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재료라도 조리를 잘못하면 영양 손실이나 발암물질이 생길 수 있다. 국제암연구소는 “바비큐나 프라이팬에서 요리할 때처럼 주로 육류 등의 식품을 높은 온도나 직접 뜨거운 불판과 불꽃에 접촉하면서 조리하면 고기가 타거나 그을린 부분에 암을 유발하는 성분이 생성된다”고 보고하고 있다.

영국 식품기준청(FSA)은 탈 정도로 바싹 구운 감자나 토스트에 암을 유발하는 화학물질이 많다는 연구 보고서를 발표했다. 탄수화물 함량이 높고 단백질 함량이 낮은 식물성 원료인 감자 등을 고온에서 튀기거나 볶을 때 생성되는 발암 유발물질 아크릴아미드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역시 섭취를 줄일 것을 권고하고 있다. 토스트를 살짝 구운 경우 kg당 아크릴아미드 수치가 9㎍에 불과했으나 검게 바싹 태운 경우에는 그 수치가 무려 167㎍으로 치솟았다. 감자의 경우도 자연상태일 때보다 감자칩으로 만들었을 때 아크릴아미드 수치가 50배나 높아졌으며(1,052㎍/kg), 구운 감자 역시 80배가 높았다. 결과적으로 음식을 지나치게 높은 온도에서 오랜 시간 조리할수록 아크릴아미드 수치도 함께 증가한다. 이렇게 조리된 음식을 일정량 이상 체내에 섭취할 경우 신경계에 독성을 나타내게 된다.

조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발암물질 줄이기
이처럼 음식을 조리하는 방법이 매우 중요하다. 대부분의 발암물질은 조리 과정에서 발생한다. 식품을 조리하거나 가공할 때 식품의 주성분인 탄수화물, 단백질, 지질 등이 분해되어 생성되는 벤조피렌은 잔류 기간도 길고 독성도 강해 국제암연구소에서는 ‘확인된 인체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단기간 다량으로 노출되면 적혈구가 파괴돼 빈혈이 생기고 면역 기능이 떨어진다. 또한 장기간 노출되면 생식 기능이 저하되며 암 발생 가능성이 커진다. 벤조피렌에의 노출을 줄이려면 고기를 굽기 전 불판을 충분히 가열한 후 고기를 굽고 숯불 가까이에서 연기를 마시지 않도록 주의하며 검게 탄 부위는 제거해야 한다.

헤테로사이클릭아민은 육류나 생선을 조리할 때 생성되는 유해성 물질로 100℃ 이하로 조리할 때는 거의 생성되지 않지만 조리 온도를 200℃에서 250℃로 올리면 3배나 많이 생긴다. 튀김이나 구이, 바비큐의 경우 대부분 높은 온도에서 조리하기 때문에 헤테로사이클릭아민류가 생성된다. 따라서 고기를 먹을 때는 양파, 마늘 등 황화합물이 들어 있는 향신료와 연잎, 올리브잎, 복분자 과육 등 항산화물이 든 소스를 첨가해 먹는 것이 좋은데 이를 통해 헤테로사이클릭아민의 생성을 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크릴아미드의 형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튀김의 경우 온도를 160℃가 넘지 않게 하고 오븐에서도 200℃를 넘지 않는 것이 좋다. 음식을 삶거나 끓여서 조리할 경우 120℃보다 낮은 온도에서 조리해야 한다. 감자는 냉장고에 넣지 말고, 8℃ 이상의 서늘한 곳에 보관하며 황금색 정도로 튀기거나 굽고, 갈색으로 변하지 않게 조리하는 것이 좋다. 감자튀김을 할 때 물과 식초를 1대 1의 비율로 만든 식초물에 감자를 15분간 담근 뒤 조리하면 아크릴아미드의 발생을 줄일 수 있다. 또한 코팅이 벗겨진 프라이팬에서 조리하면 과불화화합물(PFOA)이라는 발암물질이 생성되기 때문에 사용하지 말아야겠다.

건강한 조리방법으로 바꿔보자
그렇다면 건강한 조리법은 무엇일까? 가급적 유기농 재료를 사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조리법을 저염과 저지방, 저당분으로 바꿔보자. 그리고 화학조미료 대신 멸치나 다시마, 새우, 표고버섯 등을 갈아서 만든 천연조미료를 사용하자. 또한 소금 대신 마늘, 생강, 파 등의 향신료나 식초와 레몬으로 맛을 내자. 음식의 간은 반드시 먼저 맛을 본 뒤 식은 후나 먹기 전에 한다. 발암물질을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숯불구이와 같은 직화구이는 피하고 구이보다는 삶거나 찌는 것이 좋다. 생선도 기름에 튀기거나 굽기보다는 찜으로 먹는 것이 좋다. 우리가 즐겨 먹는 김밥이나 샌드위치, 부대찌개에 들어 있는 햄이나 소시지도 끓는 물에 데친 후 조리하면 발암 물질의 원인이 되는 아질산나트륨을 상당수 줄일 수 있다. 칼로리가 높아 비만의 위험이 있는 튀김은 삼가고 육류를 섭취할 때는 파나 깻잎 등 채소와 함께 먹도록 한다.

음식은 지나치게 높은 온도에서 조리하는 것보다 저온에서 짧게 조리하도록 한다. 어떻게 조리된 음식을 먹느냐에 따라 많은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 하루 세끼 짠맛을 줄이고 칼로리와 지방을 낮춰 몸의 면역력을 높이는 건강한 조리법으로 바꾸면 몸에 좋고 맛있는 밥상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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