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술한 안전관리는 부끄럽고 창피한 일이다

한국노총·민주노총 등이 소속된 ‘산재사망 대책마련을 위한 공동캠페인단’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한정애·노회찬 의원실은 지난해 사망사고가 많이 난 기업들을 추려내 그 명단을 지난달 25일 공개했다. 여기에는 S중공업, H엔지니어링, G건설, D산업, H산업개발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모두 우리나라 경제와 산업을 대표하는 굴지의 대기업들이다. 양지에서는 나라의 자랑인 이들이 음지에서는 ‘최악의 살인기업’이라고 불리고 있다. 
 
부끄러운 일이다. 수치(羞恥)스러운 모습이다. 그런데 정작 당사자들이 이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노동계가 산재사망사고가 다발하는 기업의 명단을 공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양대 노총이 주축이 된 노동계는 반복적인 산재사망의 심각성을 알리고, 기업의 책임 강화를 위해 2006년부터 매년 최악의 살인기업을 선정, 발표하고 있다. 헌데, 매번 새로운 인물이 나오기 보다는 같은 인물들이 여러 번 이 불명예스러운 작품의 주·조연으로 등장하고 있다. D건설, H중공업, G건설, S조선해양 등이 대표적이다.  

가정과 삶을 지탱하는 일터에서 노동자의 소중한 생명이 사그라질 정도의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은 매우 부끄러운 일이고 다신 없어야 할 일이다. 그런데 이것이 반복해서 발생하는 사업장을 우리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그것도 안전관리에 투자할 인적 물적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도 아니고, 투자 여력이 충분한 대기업에서 사망재해가 반복 발생하는 것을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 그저 수치를 모르거나 후안무치(厚顔無恥)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이름 있는 기업은 자사의 기술력에 상당한 자부심을 갖고 있으며, 불량품 등으로 인해 그 명성에 흠이 가면 매우 부끄러워한다. 또 타 기업 보다 기술력이 뒤쳐진다는 평을 듣는 것도 매우 수치스럽게 여긴다. 때문에 더 발전된 기술력을 갖추기 위해 연구 개발에 지속적으로 인적, 물적 역량을 집중한다.  

반면, 안전은 어떠한가? 중대한 사망사고가 발생해도 죄송하다 말할 뿐, 그 누구도 부끄러워하거나 수치스러워 하지 않는다. 많은 이가 안타깝지만 운이 없었다는 후안무치한 행태를 보여 온 것이 사실이다. 자사의 부족하고 미흡한 안전관리 역량 때문에 사고가 나서 노동자가 사망했는데도 창피해 하질 않는 것이다. 부끄러운 줄 모르니, 잘못된 부분을 적극적으로 고치지 않고 발전하기 위해 노력도 하지 않는다. 살인기업이 또 살인기업이 되는 이유다.

수치를 아는 기업이 많아져야 우리의 일터가 보다 안전해 질 수 있다. 자기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를 보호하지 못하고 다치게 하는 것이 회사의 가장 큰 잘못이고 부끄러움임을 아는 기업이 많아져야 우리 산업과 경제가 지속 성장할 수 있다.

앞으로는 산업재해라는 수치스럽고 부끄러운 일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기업들이 앞 다퉈 안전기술을 연구하고 더 안전한 작업환경을 갖추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세상이 도래하길 바란다. 이 당부는 실현됐으면 하는 꿈을 얘기 하는 것이 아니다. 원래 그랬어야 하는 것이 하루 빨리 제자리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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