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대학교 안전공학과 임현교 교수
충북대학교 안전공학과 임현교 교수

 

봄이다. 매년 꽃나무들에 움이 트고 새순이 돋는 걸 보면 나이가 적지 않음에도, 금년에도 또 새로운 봄이구나 하고 새삼 감상에 젖곤 한다. 해마다 같은 교정에서, 같은 환경에서 맞는 봄이건만 해마다 봄이 다르게 느껴지는 것은 무엇보다도, 새로이 대하게 되는 신입생들의 상기된 얼굴 덕분일 것이다. 최근 아무리 취업률이 낮고, 아무리 취업준비생이 수십만을 넘는다 하지만, 신입생들의 눈에서는 젊은 꿈을 엿볼 수 있다. 그리고 그 한 쪽에서 나 역시, 사명감과 보람에 새로운 각오를 다지곤 한다.

그런데, 가슴 한편에서 섭섭한 것은 새 교양과목으로 설강하고자 했던 안전관련 교양과목이 번번이 수강신청자 미달로 한 번도 설강해 보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원래 이 과목은 학교측에서도 신입생들의 안전확보를 위하여 내심 그 효용에 기대를 걸었던 듯하니, 과목을 담당키로 했던 담당교수로서는 여간 마음이 켕기는 것이 아니다.

세 살 버릇이 여든 간다고, 어렸을 때 교육받은 건 평생을 좌우하는 것인데, 이제까지 우리나라는 이 점을 매우 소홀했던 반면, 기업이나 사업장의 구성원이 된 다음에야 비로소 산재예방이라느니, 무재해라느니 사원 교육에 열을 올리고 있는 건 아닐까. 그래서 필자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우리나라의 산재를 줄이려면 어렸을 때부터의 교육이 절실하다고 피력해 왔다.

이미 잘 알려진 일이지만, 일본에서는 방석처럼 생긴 지진방재모자를 쓰고 대피훈련을 하는 어린이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필자도 몇 차례 목격한 바 있는데, 흥미로운 것은 우리나라의 어린이집에 해당하는 보육원의 보육교사가 아기 바구니에 담긴 영유아들을 안고 대피훈련에 참가하는 모습이었다.

그래서인지, 일본에는 ‘안전교육심리학’이라는 분야가 있다. 이 분야는 영유아 시기부터 어떻게 안전교육을 시킬 것인가, 어떤 내용을 교육해야 안전의식을 효과적으로 몸에 습득할 것인가를 연구하는 분야라고 한다. 더욱이 이 분야에 종사하는 분들의 사명의식은 대단해서, 몇 년 전에 필자가 만난 여성 박사는 대학교수를 마다하고 사설 연구소를 열고, 전국을 누비며 계몽활동 중이었다. 이 분과 나누었던 이야기 한 토막. 영유아의 안전교육은 언제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으며, 누가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가 물었더니, 그 답이 이러했다. 아이들은 엄마의 등에 업혀서 이미 엄마의 어깨너머로 안전교육을 받는다는 것이었다. 울엄마는 어떤 신호에 횡단보도를 건너는지, 횡단보도가 아니면 어디쯤에서 건너는지, 그런 작은 경험이 쌓이고 쌓여 아이들의 안전의식을 만들어 간다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 무단횡단은 엄마의 ‘교육효과’에서 비롯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예방하려면, 사회 구성원들의 비판적 눈길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유럽 각국도 미래 세대의 안전교육을 위하여 매우 공을 들인다. 쉽게 목격되는 것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어린이들의 나들이로, 형광색 조끼를 입은 어린이 두 명씩 짝을 지어 앞뒤로 열을 서고, 그 쌍 다섯마다 교사가 들어서서 같이 이동한다. 

이렇게 영유아기부터의 교육과 훈련이 생활화되어야 유사시에 활용될 수 있는 것인데, 우리는 성인이 되어서야 막상 훈련을 시작하려니 쑥스럽고 멋쩍을 수밖에. 다행히 작년 여름, 정확히는 2017년 7월 26일부터 국민안전교육진흥기본법, 약칭 안전교육법이 법률 제14839호로 시행되게 되었다. 이 법은 국민의 안전교육 진흥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재난으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데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래서, 이제야 비로소 이 법을 근거로 영유아보육법, 유아교육법, 초중등교육법, 고등교육법 등이 우리의 미래 세대를 위해 차례로 일관성 있는 안전교육을 하게 된 셈이다. 하면, 산업안전교육법은 이 법의 연장선 끝에 서 있는 것이라고나 할까. 이 법에 따르면, “안전교육”이란 ‘국민이 안전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각종 재난 및 안전사고 발생 시 이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안전에 대한 지식이나 기능을 습득하는 교육’을 말한다.

그런데, 우리 교육이 반성해야 하는 점 중의 하나는 안전교육이 단순히 지식교육에 머물고 있지 않은가 하는 점이다. 한 가지 예로, 위험예지훈련(KYT)은 세 가지 능력의 육성을 목적으로 한다. 즉, 주변의 위험요인(물적 요인)에 주의하는 능력, 자기 자신이 만들어내는 위험요인(인적 요인)에 주의하는 능력, 그리고 바른 일을 실행하는 능력이 그것이다. 이 세 가지 중 우리는 무슨 교육을 시키고 있는가. 특히 인적 요인이 중요한 경우에는 두 번째, 세 번째가 중요한 법인데 사고원인을 나 아닌, 남의 탓하는 데 익숙한 교육만 횡행하거나, ‘이렇게 할 줄 알면 되었으니, 나머지는 알아서 하고, 이제 그만~ !’ 하는 식의 교육으로 머무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해마다 겪는 봄이건만 금년도 신입생들에게는 어떻게 하면 더 살아있는 교육을 시킬 수 있을까 어지러이 고민하고 있었는데, 날아든 소식에 또 가슴이 미세먼지만큼이나 뿌옇다. 금년 봄 학기에도 안전관련 교양과목은 폐강이라니 …

저작권자 © 안전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