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 Talks

오한진 을지대학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오한진 을지대학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아무리 몸에 좋은 것도 지나치면 병이 된다. 먹을 것이 부족했던 과거와 달리 요즘은 먹을거리가 넘쳐나 영양 과잉 섭취로 인한 고혈압, 당뇨, 높은 콜레스테롤, 비만 등의 만성 질환 환자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몸에 좋다고 무턱대고 먹다 보면 오히려 영양 과잉 상태를 초래하고 영양 불균형을 불러일으켜 질병으로 발전할 수 있다.

많이 먹는 습관이 병을 부른다
지나치게 영양을 많이 섭취해 문제가 되는 현대인의 질병을 예방하려면 우선 식습관부터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필요 이상의 음식을 무의식적으로 먹거나 시간에 쫓기듯 허겁지겁 빨리 먹다 보면 많이 먹게 되고, 움직이지 않으면 이른바 나잇살이 찐다. 특히 중년 이후엔 성장호르몬을 비롯한 여러 호르몬 분비와 기초대사량이 감소하기 때문에 운동하지 않고 과식이나 폭식을 반복적으로 하면 내장지방이 쌓여 복부 비만이 된다.

기초대사량은 체온 유지 및 호흡, 심장박동 등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최소량의 에너지로, 기초대사량이 낮아지면 근육량이 줄어들면서 같은 양의 음식을 먹더라도 사용하는 에너지가 적어 지방이 쉽게 쌓이게 된다. 그렇다 보니 팔다리가 가는 사람도 배가 볼록 나오는 것이다. 복부 비만은 고혈압, 당뇨, 협심증 같은 심혈관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여성의 경우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줄어들면 지방세포의 분포가 엉덩이나 허벅지, 복부로 이동해 살이 더 쉽게 찌고 군살이 붙는다.


과식보다는 배고픔을 즐겨라
중년 이후에는 부족한 것을 더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건강을 위협하는 나잇살이 찌지 않도록 먹는 것을 줄여야 한다. 적게 먹으면 탄수화물 섭취가 줄고 몸에 지방이 축적되는 것을 예방하게 되어 나잇살이 빠지고 면역력도 높아진다. 평소 섭취하는 양에서 하루 500~1,000kcal 정도를 덜 섭취하되 고단백·저칼로리·저염식 식단으로 먹는 습관을 들이자. 소식은 하루 세 끼 식사를 규칙적으로 거르지 않고 먹되 무조건 적게 먹는 것이 아니라 음식을 골고루 내 몸에 꼭 필요한 정도의 열량만큼만 먹는 것이다. 연구결과 우리나라 장수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과식하지 않는 식습관과 비만이 없는 것이라고 한다.

식사량을 부족한 듯 먹고 식사시간을 적어도 20분 이상 걸리도록 천천히 먹으면 포만중추가 자극되어 적은 양으로도 포만감을 느끼게 되고 지방과 콜레스테롤이 감소하는 효과가 있다. 소식을 한다고 먹는 양을 갑자기 줄이거나 무리하게 단식을 하고 잘못된 방법으로 다이어트를 하면 오히려 기초대사량이 낮아지고 근육이 줄어들게 된다. 또 먹는 양을 줄이면서 포만감을 높이기 위해 과다하게 단백질 위주로 식단을 짤 경우 신장질환 등의 발생률이 증가하고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질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소식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수분 섭취가 중요하다. 물이 부족할 경우 갈증을 배고픔으로 착각하여 과식할 수 있다. 과식을 예방하려면 처음부터 밥을 반 덜어놓고 먹고, 작은 그릇을 이용하여 음식을 담는다. 또한 남은 음식은 과감히 버리고 배가 부를 때까지 먹지 않도록 한다. 패스트푸드와 탄산음료를 포함한 가공식품을 피하고 정제하지 않은 곡류와 식이섬유, 과일과 채소 등을 골고루 섭취한다.

나이가 들수록 먹는 것을 줄이는 것이 건강의 첫걸음이다. 음식물에서 영양분을 흡수해 몸속 에너지로 사용하는 과정인 신진대사가 저하되기 때문에 끼니마다 조금 배고픔을 느낄 정도로 적게 먹는 습관을 가지면 나잇살로 인한 복부 비만이나 생활습관병이라 불리는 대사증후군 역시 예방, 치료할 수 있다. 먹을 것이 넘쳐나는 영양 과잉 시대에 질병의 근원인 과식과 비만에서 벗어나 소식과 운동으로 건강한 생활을 유지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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