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중심의 화재안전대책 수립·실행에 최선
전국민이 참여할 수 있는 화재대피훈련과 불시소방훈련 확대 실시


오는 7월에 개청 1주년을 맞이하는 소방청의 수장. 조종묵 청장은 소방조직 태생 이래 첫 청 단위 독립부처로 탄생한 소방청의 초대 청장이라는 점에서 취임 당시부터 각계의 큰 관심을 받았다.

그는 1990년 소방간부후보생 6기로 공직에 입문해 경북 의성소방서장과 소방방재청 기획조정관실 정보화 담당관, 중앙119구조본부장, 국민안전처 중앙소방본부 소방조정관 등 요직을 역임했다. 일선 현장과 정책부서를 두루 거친 그는 관록 있는 소방관이자 박식한 화재안전전문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때문에 현장감과 실무 및 행정능력을 모두 겸비하고 있다는 평가가 늘 그의 뒤를 따라 다닌다. 그의 이런 능력은 소방청이 빠르게 육상재난 총괄대응기관으로 자리매김하는데 있어 큰 원동력이 되고 있다. 감소 추세의 화재사고, 견고해진 국제 공조, 현장 맞춤형 안전대책 수립 및 실행 등이 이를 증명한다.

본지는 창간 9주년을 기념해 조종묵 청장을 만나 그간의 성과와 향후 정책 방향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Q. 초대 소방청장으로서 그간의 소회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독립 소방청 개청은 저를 비롯한 많은 소방인들과 안전인들의 오랜 소망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개청부터 지금까지 숙원을 풀었다는 기쁨 보다는 막중한 책임감에 마음이 늘 무거웠던 것이 사실입니다.

개청이 진정으로 의의가 있기 위해서는 우리가 반드시 ‘국민의 안전은 국가가 책임진다’는 국가안전망을 구축해내야 합니다. 이에 저는 초대 소방청장으로서 안전에 대한 국가의 약속을 이행하고 육상재난 총괄대응기관으로 굳건히 자리매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우선 올해는 ‘안전강국을 위한 세계최고 수준의 소방서비스 제공’이라는 목표 아래 현장중심의 총력대응시스템을 강화하고, 사람중심의 인텔리전트 소방을 실현하기 위한 역량 고도화에 행정력을 집중할 방침입니다.

 

Q. 평소 안전에 대한 신념과 철학이 궁금합니다.
28년 동안 소방공무원으로 재직하면서 하루도 빠짐없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며 스스로에게 해온 질문이 있습니다. 그것은 ‘안전한 사회를 만들려면 무엇이 필요한가’입니다.

아직 명확한 해답은 모르지만 그 실마리는 찾아가고 있습니다. 이를 한비자(韓非子)의 유로(喩老)편에 나오는 표현을 빌려 말씀드리면, 천길 높은 둑도 개미나 땅강아지의 구멍으로 인해 무너지고, 백 척 높이의 집도 아궁이 틈에서 나온 작은 불씨 때문에 타버린다(千丈之堤 以婁蟻之穴潰 百尺之室 以突隙之烟焚)라는 말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안전한 사회의 구현은 거창하고 복잡하지 않습니다. 위험신호를 인지하고 그에 따라 위험요인을 제거, 개선하려는 작은 실천에서 시작됩니다. 널리 알려진 ‘깨진 유리창의 법칙’도 이와 같은 맥락입니다. 작은 위험요소라도 계속해서 방치되면 많은 사람들이 이를 당연시 여기게 되고, 더 시간이 흐르면 결국 대형사고로 발전하게 됩니다. 우리는 이미 이런 사례를 수없이 지켜봐왔습니다. 이에 저는 작은 위험요소부터 철저하게 사전에 제거하는 것이 ‘안전문화의 꽃’을 피우는 방법이라는 신념 하에 소방청을 이끌어가고 있고, 이를 우리 사회에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Q. 지난 4월 17일 많은 기대 속에 ‘화재안전특별대책’이 발표됐습니다. 대책의 의의와 추진 배경에 대해 설명해 주시기 바랍니다.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제천과 밀양에서 연이은 대형화재로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하자 대통령님의 지시로 2월초 청와대와 정부부처, 공공기관, 민간전문가 등이 참여한 ‘화재안전대책특별TF팀’이 구성됐습니다. 발족 이후 TF팀은 겉으로 드러난 문제점의 개선은 물론 근본적인 취약요인까지 발굴해 효과적인 대안을 마련하는 데 역점을 두었고, 그 결과물이 지난 4월 발표된 ‘화재안전특별대책’입니다. 대책은 정부만이 아니라 국민이 함께 참여하는 화재예방활동을 추진하고, 화재안전제도를 사람 중심으로 전환하며, 소방대응력을 대대적으로 보강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Q. 대책 중 화재안전제도를 사람 중심으로 바꾼다는 것이 눈에 띕니다.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그간 화재안전제도가 시설 중심이다보니, 인명피해를 효과적으로 예방하는데 한계가 있었던 게 사실입니다. 이에 사람과 이용자, 특히 안전약자 중심으로 제도의 근간을 바꾸어 나갈 방침입니다.

몇 가지 추진 사항으로는, 우선 건물 층수나 면적 중심으로 설정된 현행 소방시설기준을 이용하는 사람의 특성을 충분히 고려해 개선할 계획입니다. 또 화재원인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전기화재를 예방하기 위해서 취약시설 안전점검을 확대하고 전기안전관리체계의 개선방안도 마련하고자 합니다.

아울러 화재예방을 위한 사전조치 및 관리체계를 개선하기 위해 불시소방특별조사를 확대 실시해 점검의 실효성을 높일 예정입니다. 특히 부주의에 의한 화재가 많은 공사장에 대해서는 화기취급 관리를 크게 강화할 것입니다. 이밖에 화재 발생 시 화염이나 연기가 급속하게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가연성 외장재 사용금지 대상도 지속 확대할 계획에 있습니다.


Q. 화재의 위험을 근본적으로 제거하기 위해서는 역시 국민들의 참여가 절실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어떤 정책이 집중적으로 추진됩니까?
국민 여러분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관심이 없다면 화재예방의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하기가 어렵습니다. 이에 민방위훈련과 연계해 전국민이 참여할 수 있는 화재대피훈련 및 불시소방훈련을 확대 실시하고, 시민들이 쉽게 찾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체험형 교육시설도 확대 설치할 것입니다. 이와 함께 건물 내에 설치된 안전시설의 용도와 사용법에 대한 주민 참여식 교육도 더욱 활성화시킬 예정입니다.

그리고 국민들이 계속해서 안전에 대한 관심을 이어갈 수 있도록 추진되고 있는 과제에 대해서는 진행상황을 주기적으로 점검·공개하는 한편, 정책의 신뢰성과 사업추진의 효과성을 높이기 위한 대국민 및 언론 홍보도 지속 실시할 방침입니다.


Q. 앞으로 화재대응시스템도 크게 강화될 것으로 보이는데, 대책을 통해 중점적으로 추진되는 사항은 무엇입니까?
우선 화재안전관리에 필요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위험요인별 맞춤형 개선대책을 마련코자 7월초부터 화재안전특별조사를 실시할 예정에 있습니다. 2021년도까지 모두 202만여개 동의 특정소방대상물을 전수조사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입니다. 조사를 통해 건축.소방.전기.가스시설 등의 물적요인은 물론, 이용자 특성.행정처분이력 등 인적요인과 소방관서와의 거리.관할 소방서 역량 등 환경적 요인까지 상세하게 살펴볼 것입니다. 특히 점검결과는 ‘소방안전정보통합D/B’로 구축해 인명구조 및 화재진압작전 등에 폭넓게 활용할 방침입니다.

또한, 화재신고 단계부터 정확한 상황관리를 위해 119상황실과 출동소방대의 신고내용 동시 청취 활성화, 전국119통합정보시스템 구축, 국가재난통신망과 연계한 소방통신망 선진화 사업도 추진할 계획입니다.


Q. 단기적으로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할 정책은 무엇인가요?
안타깝게도 화재로 인한 인명피해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소방청이 해결해야 할 가장 큰 숙제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5년간(2013~2017) 화재로 인한 연평균 사망자가 307명에 달하는데, 이를 매년 2%씩 감소시키는 것이 1차 목표입니다. 이를 통해 2022년에는 화재 사망자를 연간 276명 이하로 낮추고자 합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OECD 국가 중 화재로 인한 사망률 최저 국가가 되는 것이 최종 목표입니다. 이를 위해 최근 5년간 사망자 수가 높은 화재장소별로 특별대책을 추진 중에 있습니다. 특히, 화재발생 대비 인명피해가 가장 높은 주거시설에 대해서는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를 확대하는 등 예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밖에 5월 22일, 석가탄신일을 맞아 다수의 사람들이 운집하는 전통사찰에 대한 화재안전대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6.13 지방선거가 원만히 진행될 수 있도록 화재안전점검 등에도 철저를 기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Q. 오는 9월 10일부터 17일까지 2018 충주세계소방관경기대회가 개최되는데 준비는 어떻게 되고 있나요?
세계소방관경기대회는 전 세계의 소방관(군인 포함)들이 스포츠 경기를 겨루는 국제대회로 2년 주기로 개최됩니다. 올해의 경우 성공적인 남북정상회담의 의미를 되살리고 평화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북한소방관(인민보안부 소방대)에 참가 요청을 했고, 태권도 시범단 공연도 추진 중에 있어 더욱 의미가 남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경기는 최강소방관경기, 소방차 운전, 축구 등 75개 종목으로 필수종목 37종, 임의종목 38종으로 나누어 열립니다. 소방청 개청 이후 처음으로 개최되는 국제행사인 만큼, 우리나라 소방의 위상을 드높이고 북한을 비롯한 전 세계 소방관들과 화합을 도모하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꼼꼼히 준비해 나가고 있습니다.

특히 본 행사 외에도 세계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제1회 대한민국 소방정책 국제심포지엄과 전국소방기술경연대회, 119인명구조견 시범 등 다양한 행사를 병행 추진하여 더 큰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Q. 끝으로 전국의 소방공무원과 안전관계자들에게 격려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항상 국가 안전의 최접점인 재난과 산업현장에서 헌신하고 있는 일선 소방공무원과 안전인들의 노고에 늘 감사해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의 존재 이유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며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 여러분 하나, 하나가 국민들의 영웅이라고 생각합니다. 궂은 뒤에 더 밝은 해가 뜨고 높은 언덕을 오르면 하늘이 더 가까워지듯, 비록 지금 힘이 들고 또 그 노력만큼 빛을 보지 못하더라도 자부심과 사명감을 가지고 맡은 바 소명을 다해주기 바랍니다. 여러분들의 숨은 노고와 헌신이 우리 대한민국을 안전선진국으로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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