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 및 배선기구 부분

정성효 대림산업 안전보건팀 부장
정성효 대림산업 안전보건팀 부장

 

소방청 국가화재 정보센터의 최근 10년 치 통계자료를 참조하면 한국에서는 매년 약 4만여 건의 화재가 발생하고 있고, 그중 약 20%에 해당하는 8000여건이 전기에서 기인한 전기화재이다. 대구서문시장(2016년 11월), 인천소래포구(2017년 3월), 제천스포츠센터(2017년 12월), 밀양세종병원(2018년 1월) 등에서 일어났던 대형 화재 참사는 공통적으로 전기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화재였다.

날로 대형화, 복잡화되어가는 건축설비에 소방설비가 미흡한 상태로 화재가 발생하면 치명적인 재해로 이어진다. 최근 전기안전공사의 통계자료를 참조하여 전기화재의 발화 형태별 비율을 살펴보면 누전(漏電)에 의한 화재가 약 71%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누전(漏電)은 전기가 정상적인 통전경로(通電經路)를 벗어나 누설(漏洩)되는 전기이다. 누전의 형태는 배선(配線)의 절연피복(絶緣被覆)이 손상되어 전선 간에 누설 전류가 흐르는 단락(短絡)형 누전과 전기 충전부(充電部)가 노출되어 대지(對地)로 누설 전류가 흐르는 지락(地絡)형 누전이 있다.

누전차단기(漏電遮斷器)의 동작원리는 해당 차단기에 접속된 전선 조합(組合)에서 나가는 전류(電流)의 양과 돌아오는 전류의 양을 실시간 비교하여 차이가 발생할 때 누전으로 감지하여 전원을 차단한다. 누전차단기의 이러한 동작 원리에서 지락형 누전의 경우는 누전 차단 동작이 가능하지만, 단락형 누전의 경우에는 정상 통전 경로는 아니지만 전선 조합 내에서 누설 전류가 흐르므로 누전차단기에 접속된 전선에서 나오고 들어가는 전류의 양이 동일한 값이 되어 차단기가 누전을 감지하지 못한다.

다시 말해서 지락형 누전에서는 누전차단기에 물려있는 회로 외부로 누설전류가 흐르기 때문에 누전차단기 동작감도(動作感度) 이상의 누설 전류가 흐를 때 규정시간 내에 전원의 차단이 일어나 화재나 감전을 예방할 수 있지만, 단락형 누전에서는 누전차단기에 물려있는 전선 간에 합선 형태로 누설전류가 흐르면서 누전 보호 회로 외부로 유출되지 않으므로 누전을 감지하지 못한다. 그래서 단락형 누전에서는 누전차단기의 정격 사용 전류 이상의 누설전류가 흐를 경우에만 과전류(過電流) 차단 기능이 동작하여 차단 동작이 일어난다. 그런데 누전차단기의 정격 허용전류에 비해 극히 작은 값의 누전 전류로 인해 발생하는 전기 스파크(Spark)나 줄열이 발화원이 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단락형 누전에서는 누전차단기가 화재예방 기능을 상실하는 것이다.

더구나 노후 건축물이나 재래식 시장의 경우 누전 차단 기능은 없고 과전류(過電流) 차단 기능만 있는 커버나이프 스위치, 배선용(配線用) 차단기 등을 사용하고 있는 상태가 많아 누전으로 인한 화재에 대해 거의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어있다. 설상가상으로 이러한 건축물에서 사용하는 전기설비가 날로 많아지면서 배선용 차단기나 커버나이프 스위치의 허용전류를 초과하게 되어 차단(퓨즈용단, 차단기 Trip)되는 일이 발생하면 퓨즈는 철선으로 교체하고, 배선용 차단기는 용량이 큰 것으로 교체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정상적인 방법은 건축물에 설치되어있는 전기배선의 굵기(허용전류)를 증설하고 노후된 배선기기들을 교체하는 작업과 병행하여 차단기 용량을 증설해야 하지만 무지와 안전의식의 부재, 소요비용과 시간에 대한 부담으로 최악의 방법을 사용하는 경우가 빈번한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는 건축물 내의 배선에 허용전류를 초과하는 과전류가 흘러도 차단기가 동작하지 않는 상태가 되어 전기화재를 유발한다.

이런 실태에서 전기화재 예방대책을 세 가지 측면에서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건축물에 설치된 배선의 허용전류보다 낮은 정격 차단 전류를 가진 누전차단기(漏電遮斷器)를 반드시 설치한다. 그래야 전선에 허용전류 이상의 전류가 흐르거나 지락형 누전(漏電)이 발생했을 때 전원을 차단하여 화재를 예방할 수 있다.
둘째, 단락(합선) 형태의 누전 시 누전차단기가 누전을 감지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한 보완책으로 전원선과 함께 보호접지선(保護接地線)을 동시에 배선하는 형태의 전선을 사용한 것이다. 단상(單相) 전원을 사용할 경우에는 ‘도1’과 같이 두 전원선 사이에 보호 접지선을 일체형으로 삽입한 3선 일체형 전선을 사용하고, 삼상(三相) 전원의 경우 동일한 형태로 세 전원선의 가운데에 보호 접지선을 일체화한 4선 일체형 전선을 사용하는 것이다. 이 경우 접지선은 통전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선간 누전 시 지락(地絡) 회로를 형성하여 누전을 감지하기 위한 용도이므로 전원선의 굵기보다 작은 규격을 적용할 수 있다. 이 방법을 적용할 때는 전선의 설치형태에 따른 통전줄열(通電 Joule Heat)의 냉각도를 고려해서 규정되는 전선 규격별 허용전류 값의 재검토가 병행되어야 한다.

셋째, ‘도2, 도3’과 같이 콘센트와 플러그 보호 접지극의 기계적 강도를 강화하여 접지 회로 접속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다. 콘센트와 플러그의 보호 접지극이 기계적으로 손상되어 접지 회로가 단절되어 누전 전류가 보호 접지 회로로 흐르지 못하면서 누전차단기의 부동작이나 접지극 접촉부에서의 화재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콘센트와 플러그 보호 접지극의 기계적 내구성을 강화하여 전기기기와 전원 측 접지 회로 접속을 견고하게 하여 누전차단기의 동작을 보증하고 접지 접속부에서의 화재를 예방할 수 있다. 특히 플러그의 접지극은 ‘도3’과 같이 ‘ㄷ’자 형태를 적용하여 기존 콘센트의 접지극이 손상, 변형되었을 경우에도 접지 회로 접속이 가능하고 콘센트 내부에 수분이 유입되었을 경우에 누전차단기가 동작하여 안전성이 높아진다.
상기 세 가지 방법을 병행할 때 배선과 배선기구에서 발생하는 전기화재의 많은 부분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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