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은 공짜가 아닙니다
안전은 공짜가 아닙니다
  • 승인 2018.06.1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Safety Column
임현교 충북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
임현교 충북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과학입니다’

한 때, 이런 광고문구가 대히트를 친 적이 있다. 인생의 1/3을 수면으로 보내는 인간에게 있어서, 침구라는 것은 안락함의 상징이기 때문에 편안한 수면을 보장할 수 있는 제품이라는 걸 강조하기 위한 의미에서였을 것이다. 그런데 최근, 기대와 반대로, 더 건강하려고 구입하였던 매트리스로부터 매일밤 방사선을 쬐어왔다는 소비자들의 피해와 우려, 그리고 불만이 쏟아져 세간이 소란스럽다.

소비자들은 침대회사를 탓하고 있고, 침대회사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걸겠다고 한다. 큰 사건 후에 으레 그러했듯 이번에도 전문가들은 효과 검증 없이 음이온이 발생한다는 비과학적인 주장으로 마케팅을 펼쳐 온 업체의 무책임이 원인이라는 둥, 안전하지 않는 방사성 물질을 허술하게 관리한 정부에도 책임이 있다는 둥, 책임소재 논란이 분분하다. 법적 논란이야 나중에 법정에서 가려지겠지만, 적어도 필자가 보기에는 소비자들이 ‘마음 편히’ 소비를 할 만큼 세상은 이제 ‘안전’하지 못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원래 영어의 ‘safety(안전)’는 ‘걱정없다’는 의미의 라틴어 ‘secrus’로부터 유래했다고 한다. 다시 말해, ‘안전’은 ‘걱정없다’는 말이지, ‘사고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또는 ‘위해가 없을 것이다’라는 의미는 아니다. 왜냐하면 걱정이 없어도 사고는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영어의 안전에 해당하는 우리말은 아마 ‘안심’이 해당되지 않을까 한다. ‘편안한 마음’ 그것이 ‘걱정없다’가 아니고 뭘까. 하지만, 우리말에는 이와 별도로 ‘안전’이란 용어가 있으니 혼동스럽다. ‘안전’하면 ‘안심’할 수 있는 건가, 아니면 반대로 ‘안심’할 수 있다면 ‘안전’하다고 할 수 있는 건가.

서양 사람들은 이런 용어의 의미와 활용에 대하여 철학적이고 합리적인 의미를 붙이는 걸 좋아해서, 일찍이 1990년에 발행된 국제표준규격 ISO/IEC GUIDE 51:1990에는 ‘품질은 안전의 동의어가 아니며, 품질기준과 안전기준의 역할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 ‘절대 안전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선언이 포함되었다.

‘안전’이란 해당 위험요인으로 인해 예상되는 위해가 사회적 통념상 용인되는 기준(리스크, 위험)보다 작은 상태를 가리킨다. 반면, ‘안심’이란 마음 심(心)에서 알 수 있듯이 자신만이 알 수 있는 것이다. 즉, ‘안심’할 수 있는가 없는가는 전적으로 주관적인 개념이다. 그러니, ‘안심’할 수 있다고 해서 ‘안전’한 것도 아니며, ‘안전’하다고 해서 ‘안심’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소비자들은 ‘안전’과 ‘안심’을 같은 의미로 혼동하고 있는 것 같다.

우리나라에는 제품으로부터 소비자의 권익과 안전을 확보하기 위하여 ‘소비자기본법’, ‘제품안전기본법’ 그리고 ‘제조물책임법’ 등 몇 가지 법이 있다. 이 중 ‘제품안전기본법’은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고, 건강과 재산에 대한 피해를 예방하여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는 목적 하에 국민, 국가 및 지자체의 권리와 기능 등 기본적인 사항을 선언적으로 규정한 것이라 일반소비자에게 느껴지는 도움은 별로 없다.

반면, ‘제조물책임법’은 제조물의 결함으로 발생한 손해에 대한 제조업자 등의 손해배상책임을 규정함으로써 피해자 보호를 도모하려는 것이 직접적인 목적인데, 일반소비자라면 알아 두면 도움이 될 만한 내용들이 있으니, 한 번쯤 공부해 두는 것이 좋다.

‘편안한 마음으로 생활하려는데 갑자기 어려운 공부라니?’하는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다. 선진국에는 많은 사람들이 “…를 연구하는 모임”, “…를 생각하는 모임” 등을 구성하여 지역 내외의 커뮤니티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우리나라에는 그런 모임이 있다는 소식을 필자는 거의 들어 본 적이 없다. 바로 우리 사회에 부족한 부분이 그 점이다. 복잡해지는 세상이고, 어려워지는 제품일수록 정보를 수집하고 지식을 습득하려는 노력이 없이는 소비자는 스스로의 ‘안전’도, ‘안심’도 기대할 수 없다.

우리나라의 ‘소비자기본법’ 5조(소비자의 책무) 제2항에 ‘소비자는 스스로의 권익을 증진하기 위하여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습득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도 그런 까닭이다. 국가가 아무리 노력해도, 소비자단체가 아무리 목청을 높여도 소비자의 권익과 안전을 100% 보장해 줄 수는 없으니, 소비자 스스로 안전과 권익을 보호받으려면 공부하고 공부해야 한다는 뜻이다.

얼마 전에는 가습기 세척제의 유해성으로 인해 시끄럽더니, 아기들 기저귀와 여성 생리대를 거쳐 이제는 방사선까지. 자연방사선을 포함, 우리 주변에도 방사선이 널리 만연하고 있어서 낯선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원자력안전분야에 생활용품의 방사성 안전성까지 포함된다는 사실은 필자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 그만큼 방사성 물질은 아직도 일반인에게 낯설다. 화학물질도 공부하고, 방사선도 공부하고, 또 … 돈과 시간을 들여 노력하지 않으면 안전도, 안심도 없다. 세상에 역시 공짜는 없다. 그러니, 독자여러분, 명심하시길. “안전은 공짜가 아닙니다!”
어떤 분의 블로그에 다음과 같이 쓰여 있는 게 눈에 띄었다.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과학도 아닙니다. 다만, 청소의 대상에 불과할 뿐입니다.” 평생 동안 매트리스 청소는 모두 집사람에게 전담시키고 있으니, 청소과학이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필자는 매우 무지몽매한 소비자에 불과할 뿐이다. 청소 공부, 시작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