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 Talks

오한진 을지대학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오한진 을지대학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아무리 몸에 좋은 음식도 한꺼번에 먹으면 탈이 나기 쉽다. 운동도 그렇다. 몸에 좋은 운동이라도 한꺼번에 몰아서 하면 몸에 무리를 줘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

◇과도한 운동은 오히려 스트레스

몸이 피곤해 솜처럼 늘어져도 운동을 하고 난 뒤 몸이 개운해지는 경험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땀까지 흘릴 정도면 더 말할 것도 없다. 확실히 적당한 운동은 피로를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도 그럴 것이 운동을 하면 혈액순환이 잘되고, 몸에 쌓인 노폐물이 땀으로 배출이 되니 개운한 느낌이 들 수밖에 없다. 게다가 운동을 하면 모르핀보다도 진통효과가 강력한 엔도르핀이 분비돼 통증을 잊고 기분이 좋아진다.

하지만 이 또한 어디까지나 적당한 운동을 했을 때의 얘기다. 운동을 너무 과하게 하면 엔도르핀이 아니라 젖산이라는 피로 물질이 분비돼 심한 피로를 느끼게 된다. 흔히 젖산은 근력 운동과 같은 무산소 운동을 할 때만 생성된다고 아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렇지 않다. 유산소 운동도 너무 강도 높게 하면 젖산이 쌓인다. 유산소 운동으로 에너지를 소모하는 속도보다 근육에 젖산이 쌓이는 속도가 더 빨라서 피로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최대심박수의 85% 이상의 강도로 유산소 운동을 하면 젖산이 쌓인다.

젖산이 쌓이지 않게 하려면 운동하는 중간중간 적당한 휴식을 취해야 한다. 일주일에 서너 번씩 나누어 운동을 할 때도 적절한 휴식을 취하면서 운동하는 것이 좋다. 불가피하게 주말에 몰아서 운동을 할 때는 더더욱 적당한 휴식을 취해야 한다. 무조건 운동을 많이 하면 몸이 건강해질 것이라 착각하고 무리하면 근육에 젖산이 많이 쌓여 피로가 심해지고, 그로 인해 스트레스도 많이 쌓일 것이다.

◇ 몰아서 하는 운동은 무릎에 치명적

한꺼번에 몰아서 운동할 때 가장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는 부위가 무릎이다. 평소 운동을 하지 않아 관절이나 근력이 약한 상태에서 살을 빼기 위해 갑자기 달리기를 한다든지 주말 등산이나 마라톤 등 과한 운동을 충분한 준비 없이 하면 관절에 충격이 가해지기 때문에 무릎에 크게 무리를 줄 수 있다. 특히 무릎은 우리 몸에서 가장 많은 하중과 충격을 견디는 관절로 다른 관절에 비해 체중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대한슬관절학회는 중장년층 무릎 관절 환자가 급증한 주요 원인을 중장년층의 비만 인구가 늘고 자신의 상태를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운동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국내 고도비만율은 2002∼2003년 2.7%에서 2012∼2013년 4.2%로 크게 높아졌고, 같은 기간 무릎절골 환자도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만이 무릎 관절에 부담을 줘 통증을 유발한 것으로 분석됐다.

현대인에게 가장 흔한 슬개대퇴증후군은 무릎 통증 원인의 20~40%를 차지할 정도로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반복된 동작이나 습관, 특정 시간대에 운동을 몰아서 할 때 관절이나 척추 등에 무리가 오는 것을 슬개대퇴증후군이라고 하며 ‘과사용증후군’이라고도 한다.

부딪히거나 특별히 다친 적도 없는데 무릎이 아플 때는 슬개대퇴증후군을 의심해야 한다. 주로 달리기 초보자들이 무리하게 장거리를 달릴 때 생긴다. 달리기는 체중의 3~4배에 달하는 충격이 다리로 전달되기 때문에 무릎에 부담이 크다. 여기에 갑작스러운 무릎 사용으로 무릎 주변 근육이 경직되면서 굽히거나 뛸 때 무릎에 통증이 생기게 된다. 슬개골을 지지하는 허벅지의 근육이 약하거나 X자형 다리, 평발 등도 흔한 원인이다.

이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릎 위쪽인 대퇴 사두근과 무릎 아래쪽 근육인 햄스트링, 허벅지 안쪽 근육인 대퇴 내전근 등 다리 근육을 강화시키는 운동이 좋다.

그렇다면 얼마나 운동을 해야 할까. 성인과 노인의 경우 1주일에 150분 이상의 중고강도 유산소 운동이나 10분 이상의 격렬한 운동을 할 것을 권장한다. 또한 평소 적정한 체중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며 윗몸일으키기나 팔굽혀펴기, 스쿼트 같은 근력 운동과 30분 이내의 가벼운 걷기 등의 운동이 좋다. 단, 무릎 통증이 느껴지지면 무조건 중지해야 한다. 등산이나 마라톤 등의 운동을 위해서는 충분한 준비 운동과 허벅지 근력을 강화하는 웨이트 트레이닝 등의 근력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

관절에 무리가 가는 자세는 피하는 것이 좋다. 쪼그려 앉거나, 양반다리는 관절에 무리를 줄 수 있어 금물이다. 또 등산을 할 때는 스틱 등 적절한 장비를 사용해 하중을 분산시키는 것이 좋다. 평일에 못한 운동을 주말 등 특정 시간대에 무리해서 하기 보다는 평소 30분이라도 꾸준히 운동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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