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fety Column

정성효 대림산업 안전보건팀 부장
정성효 대림산업 안전보건팀 부장

 

‘지피지기(知彼知己) 백전백승(百戰百勝)’이라는 말은 글자 그대로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을 싸워도 모두 이긴다’라는 의미다. 그런데 사실 저 말은 근거가 없는 말인데다, 현실에 정확히 부합하지도 않는다. 적을 알고 나를 안다고 해도 백전백승은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적이 나보다 너무 약한 것을 알면 내가 방심해 패할 수 있고, 적이 나보다 너무 강할 때는 싸움을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저 말은 손자병법에 나온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라는 문구가 과장돼 전해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놀랍게도 현실에서 백전백승의 승리를 달성한 예가 있었다. 이순신 장군은 일본 수군과의 전투에서 23번 싸워서 23번 모두 압승을 거뒀다. 인류 전쟁사에서 전무후무한 전설적 전승의 비결이 바로 ‘위험성 평가’였다. 이순신 장군은 전투 전에 적군과 아군의 전력, 주변 지형·지세, 날씨와 조류, 병사들의 마음마저 세심하게 살펴서 승산이 없거나 아군의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전투는 서슴없이 후퇴하여 싸우지 않았고, 반드시 이길 수 있는 여건을 미리 만든 다음 싸움을 시작했다. 전투를 시작하기 전에 철저하게 ‘전투 위험성평가’를 실시했다. 본질적으로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전쟁을 치르면서 위험을 철저하게 분석해 ‘고위험’의 불리한 전투는 절대 시작하지 않았다. ‘보통 위험’의 대등한 전투는 전장의 모든 요소를 조율해 아군의 위험을 감소시켜 승기를 확보한 다음 시작했고, ‘낮은 위험’의 유리한 전투에서도 철저하게 위험을 분석하고 대비해 완전한 승리를 거두었다.

‘지피지기 백전불태’의 정신으로 ‘전투 위험성평가’를 철저히 실행했던 것이 충무공의 전승(全勝) 비결이었다.
작업 위험성 평가는 ‘지피지기 백전불태’의 이치를 ‘지위지대(知危知對) 백업불태(百業不殆)’로 산업현장에 적용한 것이다. ‘위험을 알고(지위, 知危) 대비할 줄 알면(지대, 知對) 백 가지 작업에서(백업, 百業) 위태롭지 않다(불태, 不殆)’ 작업 시작 전에 작업에 내재해 있는 유해위험요인을 파악하고 그 위험성에 대한 대책을 ‘수립/시행’한 다음에 작업을 수행하면 모든 작업에서 위태로움이 없다는 것이다.

이순신 장군이 전투 시작 전 ‘전투 위험성평가’를 통해 조선 수군의 안전을 확보했던 것처럼 작업 시작 전에 ‘작업 위험성평가’를 통해 근로자와 설비의 안전을 확보하고 작업을 시작하는 것이 바로 ‘작업 위험성평가’의 본질이다.

작업 위험성평가는 작업 개시 전에 작업에 내재해 있는 유해위험 요인을 파악하고 안전대책을 ‘수립/적용’해 안전하게 작업을 수행하도록 하는 일련의 과정이다. 해당 작업의 ‘유해위험요인’을 발생 가능성과 발생 시 파급되는 피해의 정도로 구분해 빈도와 강도로 표현한 후 두 가지를 복합적으로 고려, 위험성의 정도를 분석해 위험성을 ‘감소/제거’하는 대책을 ‘수립/실시’하여 안전을 확보하는 기법이다. 작업 위험성평가는 사업주가 주체가 되어 안전보건관리책임자, 관리감독자, 안전/보건 관리자, 근로자가 모두 참여해 시행한다. 시행단계는 크게 5단계로 나누어지는데, 1단계는 사전 준비단계로 작업장의 위험성평가 실시 규정을 수립해 평가대상작업을 선정하고 평가에 필요한 각종 자료를 수집한다. 2단계에서는 해당 작업의 유해위험 요인을 파악한다. 3단계는 파악된 위험성을 정량화하는 단계로 해당 위험의 ‘발생 가능성/발생 시 피해의 정도’를 ‘빈도/강도’로 표시하여 수치화한다. 4단계는 위험성을 결정하는 단계로 정량화된 위험성을 “현재 상태로는 작업을 허용할 수 없는 고위험, 안전대책을 ‘수립/적용’해야 작업이 가능한 보통 위험, 파악된 위험에 주의하며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낮은 위험”으로 분류한다. 5단계는 위험성 개선 단계로 ‘고위험’, ‘보통 위험’에 대한 위험성 감소대책의 ‘수립/시행’으로 위험성을 감소시켜 허용 가능한 범위 내로 낮춘다. 마지막 6단계는 지금까지의 위험성평가 내용을 기록하고 공유하는 과정이다.

‘작업 위험성평가’는 단어가 가진 의미 그대로 작업 개시 전에 해당 작업의 위험성을 평가하고 그에 대한 대책을 ‘수립/시행’하는 일련의 과정이다. 작업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유해 위험성을 분석했을 때 ‘낮은 위험’으로 분류되는 작업은 통상적으로 허용하는 위험수준으로 그 작업에 내재해 있는 위험성을 관련자들에게 ‘제공/공유’해 해당 유해위험요인에 유의하며 작업을 수행한다.

‘보통 위험’으로 분류되는 작업은 해당 위험성에 대한 안전대책을 수립, 시행해 허용할 수 있는 위험범위 내로 위험성을 감소시킨 다음 작업을 수행한다. ‘고위험’으로 분류되는 작업은 작업방법에 치명적 유해위험성이 내재돼 있어 그대로는 작업 수행이 절대 불가능한 경우로 위험성을 감소시킬 대책이 없으면 해당 작업을 중지하고 다른 작업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

‘작업 위험성평가’를 철저히 시행하면 백 가지 작업을 위태로움이 없이 수행할 수 있다. 여기서 가장 유의해야 할 사항은 단지 위험성평가 실적을 위한 형식적 평가가 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잡음이 꼭 들어야 할 소리를 가려 버리듯 형식적 내용을 장황하게 늘어놓는 위험성평가는 정작 중대 위험을 가리는 부작용을 가져온다. 단 한 문장의 내용이라도 해당 작업에서 가장 취약하고 치명적인 유해위험 요인을 발굴하여 그 위험성에 대한 집중적이고 실질적인 대책을 수립하고 시행하는 실효성 있는 위험성 평가가 되어야 한다.

지위지대 백업불태 , 위험을 알고 대비할 줄 알면 백 가지 작업에서 위태로움이 없다. 그것이 ‘작업 위험성평가’의 본질적 의미이고 이순신 장군의 전승 비결이며 산업현장에서 사람과 설비의 안전을 수호하는 안전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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