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우 교수의 산업안전보건법 해설

정진우 교수(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정진우 교수(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형사범에서는 범죄를 행한 자만을 벌하지만, 산업안전보건법 등 각종 행정형법(행정범)의 영역에서는 직접 행위를 한 자연인(행위자) 외에 법인 또는 업무주(개인사업주)를 처벌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것을 ‘양벌규정’이라 한다. 이 경우 법인 또는 업무주(개인사업주)를 통틀어 사업주라고 한다.

법인의 범죄능력과 수형능력을 부인하는 입장에서도 행정형법은 윤리적 요소가 비교적 약하며 합목적적·기술적 요소가 강하다는 특수성을 강조하여, 양벌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법인’ 또한 처벌하는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즉, 법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특별히 규정하고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법률효과가 귀속되는 법인(업무주)에 대해서도 벌금형을 부과하고 있다.

법규위반의 성질상 법인(업무주) 또는 자연인(위반행위자) 어느 한 쪽만 처벌하는 것으로 그칠 사안이 아닌 경우에, 양쪽 다 처벌함으로써 범죄예방의 실효성을 높이려는 데 그 취지가 있다.  
오늘날 반사회적 법익침해활동에 대하여 법인 자체에 직접적인 제재를 가할 필요성이 강하게 인정된다 할지라도, 형벌이 부과되는 이상 형벌에 관한 헌법상의 원칙인 책임주의원칙이 적용된다. 따라서 양벌규정을 근거로 법인 또는 개인(사업주)을 처벌함에 있어서도 법인 또는 개인(사업주) 스스로의 고의·과실에 근거해서만 처벌이 가능하다(책임주의 원칙).

따라서 법인 역시 종업원 등의 위반행위와 관련하여 스스로 선임·감독상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한 과실이 있는 경우에만 양벌규정에 의거 처벌을 받게 된다(과실책임). 산업안전보건법에서도 양벌규정(제71조)의 단서에서 “다만, 법인 또는 개인이 그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해당 업무에 관하여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 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는 면책규정을 두어, 선임·감독상의 과실이 없으면 처벌이 면책되고 선임·감독상의 과실이 있으면 처벌을 받게 된다.

양벌규정의 이론적 근거를 엄밀히 설명하자면, 사업주의 대표자, 종업원(임직원)에 대한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감독의무를 해태한 책임이라고 함이 타당하다. 그러나 과실보다 더 중한 고의는 물론(당연히) 책임을 지는 사유에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에(물론해석) 또는 고의가 있었다는 입증은 과실의 경우보다도 훨씬 어려울 것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과실’에 의한 책임이라고 이론구성을 한다.

한편, 법인은 기관인 자연인을 통해 행위하므로 법인이 대표자를 선임한 이상 그의 행위로 인한 법률효과는 법인에게 귀속되어야 하고, 법인 대표자의 범죄행위에 대하여는 법인 자신이 자신의 행위에 대한 책임을 부담하여야 하는 바, 법인 대표자의 법규위반행위에 대한 법인의 책임은 법인 자신의 법규위반행위로 평가될 수 있는 행위에 대한 법인의 직접책임으로서, 대표자의 고의에 의한 위반행위에 대하여는 법인 자신의 고의에 의한 책임을, 대표자의 과실에 의한 위반행위에 대하여는 법인 자신의 과실에 의한 책임을 부담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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