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광수의 마음 돋보기

문광수 교수(중앙대 심리학과)
문광수 교수(중앙대 심리학과)

 

기업의 안전문화 달성을 위해서는 경영진과 임원진들의 지지도 필요하지만(top-down), 현장의 위험 요소가 어디 있는지, 상황은 어떠한지, 동료들은 안전하게 작업하고 있는지 등 안전한 작업을 위해서는 실제로 현장을 가장 잘 아는 근로자들과 같은 아래로부터의 참여와 지지(bottom-up)가 필수적이다. 사고는 경영진이나 임원에게 발생하지 않는다. 현장 근로자들이 사고의 당사자이다.

즉 안전 문화 달성을 위해서는 안전 관리 프로그램에 안전관리 대상이 되는 작업자들의 지속적인 참여와 몰입이 필요하다. 작업자들 스스로 그 과정에 속한다는 느낌(과정에 대한 주인 의식)을 가져야 안전 프로그램이 운영.유지되고 원하는 결과를 달성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현장 근로자들이 안전 프로그램의 목적과 가치 그리고 원리를 이해할 수 있도록 이에 대한 기본적인 교육이 되어야 하고 프로그램의 절차나 과정에 직원들의 의견이나 요구가 반영될 수 있도록 직접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결국, 직원들 입장에서 “위에서 지시하니까 따라해야 하는 것”이 아닌 “직원들에게 이득이 되는 것”으로 프로그램이 인식이 되어야 진정한 상향식 프로그램이 가능하다.

그리고 상향식 프로그램이 되기 위해서는 안전 관리가 결과(outcome) 중심에서 지속적인 과정(process) 중심으로 변화되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많은 기업에서 관리하는 안전 관련 결과는 주로 사고빈도(Incident frequency), 사고 비율(Incident rate), 심각한 사고 비율(Severe rate)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러한 결과들은 예방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결과들이 아니다. 주로 이미 일이 벌어지고 난 사후에 관리하는 방식이고, 반응적인 방식이며, 실패에 대한 교훈으로 사용된다. 이러한 결과를 강조했을 때 대표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현상들은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생각하고 사고가 발생하지 않으면 안전하다는 인식을 가지며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는다. 그러다가 사고가 발생하면 많은 활동을 한다. 사고조사, 특별 교육, 특별 점검 주간 같은 활동이 이뤄지고 시간이 좀 흐르면 활동은 없어진다.

이러한 결과중심의 문제점은 사고는 자주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조직의 안전 향상을 위한 시간과 노력의 투자를 잘 반영하지 못한다. 그리고 사고가 없다는 것이 안전하다는 인식이나 안전 관리가 잘 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사고에 초점을 두는 것은 조직 내 부정적 분위기를 조성하게 되고, 주로 책임자를 문책하거나, 인사고과에 불이익을 주는 부정적인 방식으로 조치가 이뤄진다. 이에 따라 사고를 숨기려는 경향이 증가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들이 지속되면 안전관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쌓이게 되고, 관리자와 근로자들의 자발적 참여는 더욱 어려워진다. 심하면 안전관리에 대한 무기력에 빠지기도 한다.

결과 중심의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무재해 운동이다. 정부기관의 수상을 위해 그리고 사업 참여를 위해 무재해가 어느새 ‘목표’가 되면서 이를 위해 산재를 은폐하는 부작용이 생긴다. 올해 39년 만에 정부의 무재해 운동이 폐기되면 산재예방의 패러다임이 과정 지향적 방식으로 전환되었다(머니투데이, 2018. 1. 30.). 무재해 운동은 산업재해에 대한 인식 수준이 낮던 산업화시기에 재해의 위험성을 널리 알리고 재해 예방을 위한 경각심을 일깨웠다는 데 큰 의의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결과중심의 방식이 부작용을 가지고 있으며, 예방 중심으로 가기 위해서는 과정 중심으로 변화시킨 결정이 바람직하다고 판단된다.

그렇다면 결과가 아닌 지속적인 과정을 측정할 수 있는 지표는 무엇이 있을까? 고용부는 사업주의 안전보건역량, 사업장 위험성 평가, 안전보건체계의 원활한 운영, 안전한 기계·기구의 사용 등을 제시하였다. 좀 더 추가적으로 제시하자면 사고의 원인이 불안전 행동임을 고려했을 때, 근로자들의 안전행동 수준, 안전한 상황·조건, 그리고 이러한 안전·불안전 행동과 조건들을 어떻게 관리하는지에 대한 지표들이 관리될 필요가 있다.

저작권자 © 안전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