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현장이 폭염과 사투 중이다. 정확히는 상대가 너무 강해 피하기도 힘들 지경이다. 옥외작업이 많은 건설현장의 경우는 상황이 더욱 처절하다. 공사를 끝내야하는 시간은 정해져 있는데 연일 불볕더위가 계속되니 계획대로 공정을 진척하기가 너무나 어렵다.

폭염으로 작업 자체의 생산성이 떨어지는 상황 속에 근로자들의 건강보호 차원에서 물 지급과 함께 주기적으로 휴식도 보장해 주어야 한다. 정부의 서슬 퍼런 감시의 눈길도 현장의 목을 죄인다. 고용노동부와 국토부 등은 7월과 8월 동안 폭염에 취약한 건설현장에 대해 특별점검을 실시하는 가운데 열사병 예방 기본수칙(물, 그늘 휴식)을 위반한 사업장에 대해서는 작업중지 등 강력한 조치를 예고한 바 있다.

안그래도 어려운 건설업종이 폭염으로 인해 더욱 궁지에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실제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에 따르면 폭염으로 인한 근로자의 휴식시간 보장으로 공정진행률이 평소의 30∼40%로 떨어진 상황이다. 또 준공일을 맞추는데 상당한 애로가 있고 노무비 등 추가비용도 수반되고 있다.

사면초가(四面楚歌)라는 표현이 작금의 건설현장에 딱 맞다. 더는 이런 고통을 감내할 수가 없어 결국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가 지난달 25일 건설업종을 대변해 무겁게 입을 열었다. 폭염 속에서 무리하게 공사를 진행해 온열사망 사고 발생시 민·형사 책임 및 행정제재처분을 받게 되고, 발주기관이 공사일시중지 또는 공기연장 등의 조치를 해주지 않을 경우 지체상금까지 물어야 하니 정부가 재난급 폭염에 따른 공사현장 안전관리 긴급대책을 마련, 산하 발주기관에 시달하여 줄 것을 건의한 것이다. ▲폭염이 지속되는 경우(또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발주기관별로 계약예규에 따라 공사일시정지 등 조치 ▲공사일시정지가 어려운 경우 공기연장(공기연장시 계약금액 조정, 발생한 손해에 대한 발주자 부담) 등이 주요 건의 내용이다.  

다행히 정부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지난달 27일 고용부에 따르면 일선 건설현장에서 촉박한 공기 등으로 인해 충분한 휴식 제공 등 열사병 예방 기본수칙을 지키기가 쉽지 않은 점을 감안하여 공사연기의 사유에 폭염도 포함될 수 있도록 관련규정의 개정을 추진하는 방안을 관계부처와 협의 중이다. 적절한 조치이자 환영할 만한 일이다. 부디 이른 시일 내에 좋은 결과가 도출되길 바란다.

정부가 폭염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더불어 기업이 폭염으로부터 근로자의 안전보건을 지키는 것 역시 매우 기본적이고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다만, 이 공통의 목표이자 당연한 일이 잘 진행되고 원하는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기업이 제대로 할 수 있는 환경을 정부가 제도적으로 만들어줘야 한다.

인도적인 차원에서 기업이 앞장서길 바라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또 단순히 기업의 희생과 배려만 요구해서도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없다. 이는 결국 보여주기식 안전관리, 법 준수를 위한 안전관리만 불러올 뿐이다.

이제 여름의 시작인 7월이 지났다. 본격적인 여름인 8월이 남았고 지금 같은 이상기후가 계속되면 앞으로 무더위가 몇 달을 이어갈지 누구도 쉽게 예측할 수 없다. 정부가 신속히 폭염 대책을 보완하여 건설근로자와 건설현장의 애로가 해소되길 기대한다. 아울러 건설사들도 정부 지원에 화답하여 총력을 다해 폭염으로부터 근로자들의 건강을 지켜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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