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한진 을지대학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오한진 을지대학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많은 사람들이 즐겨 마시는 술은 일상의 희로애락에 따른 삶의 굴곡마다 함께하며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고 있다. 우리나라의 관대한 음주문화 탓에 1인당 알코올 소비량은 OECD 회원국 34개국 중 22위이고 아시아 국가 중 1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4명은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세계보건기구가 제시하는 적정 알코올 섭취 권장량(남성 기준 소주 5잔, 맥주 5.5잔, 양주 4잔)보다 많이 마시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질병관리본부 질병예방센터의 ‘우리나라 식품군별 섭취량 추이(1998~2014년)’ 보고서에 따르면 술을 통한 에너지 섭취량이 1998년 39.3kcal에서 2014년 100kcal로 약 2.5배 많아졌는데 이는 예년보다 알코올 도수가 상대적으로 낮은 맥주, 막걸리, 포도주를 많이 마신 데다 술로 섭취하는 에너지 양 자체가 증가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알코올은 칼로리는 높지만 영양적인 가치는 없기 때문에 습관적 음주는 비만증과 영양결핍을 초래할 수 있다. 음주는 간암 원인 3위에 꼽힐 만큼 몸에 해롭다. 간에서 분해되지 않은 알코올은 지방으로 변해 간에 쌓이고 이것이 독소가 돼 간을 공격하게 된다. 건강한 사람도 1일 알코올 섭취량 이상을 마시면 알코올성 간질환이 생길 수 있고 아무리 술이 센 사람도 계속 술을 마시면 해독 능력이 떨어져 간질환 위험이 높아진다.

알고 마시면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다
술을 마시면 처음에는 기분이 좋아지고 긴장이 풀리기도 하지만 술의 양이 많아지면 행동에 문제를 일으킨다. 지나친 음주는 간질환, 심혈관질환, 암과 같은 신체적 질병은 물론 판단력을 떨어뜨리고 자기 통제가 되지 않아 음주운전 등 각종 사건사고 발생률을 높인다. 또한 알코올중독과 같은 정신과적 질환을 일으킨다. 따라서 술을 마실 때는 술의 위험성을 알고 마셔야 한다. 사람마다 알코올 분해 효소(아세트알데하이드)의 양이 다르기 때문에 적정 음주의 기준도 다를 수밖에 없다. 적정 음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음주 속도와 음주의 양이다. 자신이 시간당 분해할 수 있는 알코올 양에 음주 속도를 맞추는 요령이 필요한 것이다. 결국 단숨에 술잔을 비우기보다는 얼마나 천천히 마시는지가 중요하다. 보통 평균적으로 1시간 동안 분해되는 알코올의 양은 10g(소주 1잔)정도이다. 이것에 기초한 것이 ‘표준잔’인데, 즉 자신이 마신 술의 양과 알코올 도수에 따라 함유된 ‘순수 알코올 양의 수치’를 숫자로 환산한 개념이다. 보통 1표준잔이란 알코올 10g이 포함되어 있는 술 한 잔을 의미한다. 세계보건기구 기준에 따라 보통 약 10g을 표준잔으로 정의하고 있다. 술에 포함되어 있는 알코올의 양을 계산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술의 양(mL 혹은 cc)×알코올 도수(%)×0.8 = 알코올의 양(g)” 예를 들어, 소주 한 병(360mL)을 마셨을 경우 알코올 도수(19%)와 0.8(부피단위 mL를 알코올 질량 기준으로 바꿔주기 위한 지수)을 곱하면 소주 한 병을 통해 내가 마신 알코올의 양이 54.72g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소주 한 병은 표준잔으로 5.42잔이 나온다. 따라서 소주 한 병이 우리 몸에서 대사되는 데 약 6시간이 걸린다고 보면 된다.

 

건강을 해치지 않는 음주법
술을 마시면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식도암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담배는 알코올 흡수를 촉진시키고, 알코올은 니코틴 흡수를 가속화한다. 술 마시면서 담배를 피우면 심장, 간, 뇌 등에 거의 연탄가스와 비슷한 타격을 준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건강에 치명적이다.

술도 적당히 마시는 건 오히려 건강에 도움이 된다. 실제로 술을 적정량 이하(여성은 소주 1잔/일, 남성은 2잔/일)로 마시면 전혀 마시지 않는 사람에 비해 치매에 걸릴 확률이 절반이나 줄어들며, 장수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하지만 그 이상은 암을 비롯한 다양한 질병이 발생할 위험을 높인다. 술을 많이 마시면 구강, 인두, 후두, 식도, 간, 유방, 대장에서 일차암이 발생할 위험이 커진다. 폭음을 할 경우 위암, 식도암, 췌장암, 심장의 부정맥과 돌연사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음주로 인해 사회적 혹은 직업적 의무를 지키지 못하거나 신체적 문제가 발생하는 상황에서도 계속해서 술을 마시거나, 반복적·법적 문제를 유발하고 사회적 대인관계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술을 마시고 있는 경우를 ‘알코올 남용’이라고 한다.

마시는 술의 양이 점점 늘거나 같은 양으로는 만족감이 줄어들고 금단 증상(손떨림, 불면, 불안, 헛것이 보임)이 있을 때, 술에서 깨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거나, 술 때문에 중요한 일을 포기하고, 술로 인해 심리적·신체적 문제가 있음을 알면서도 술을 마시는 증상 등이 나타날 때는 ‘알코올 의존’을 의심해볼 수 있다.

극단적인 사례 같지만 술을 즐겨 마시는 사람이라면 누구도 여기서 자유롭다고 확신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럼 술을 어떻게 마셔야 건강을 해치지 않을까? 가급적 하루 적정 알코올 섭취량을 넘지 않도록 주의하고 과음할 경우 최소 2~3일의 회복기를 두어야 한다.

고카페인 에너지음료를 술과 함께 마시는 것을 피하고, 한 번에 술잔을 비우기보다는 여러 차례 천천히 나눠 마시는 게 중요하다. 또한 술을 마신 뒤에는 알코올 속의 각종 발암물질이 입 안에 남아 구강점막과 식도 등에 암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양치질을 해야 한다.

하지만 건강에는 치명적인 흡연과 과음은 중독성이 강한 만큼 가능한 한 피하는 것이 좋겠다.

저작권자 © 안전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