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우 교수의 산업안전보건법 해설

정진우 교수(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정진우 교수(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안전배려의무는 사용자(사업주)가 근로자에게 부담하는 근로계약(고용계약)상의 의무로서, 근로자의 노무제공을 위해 설치하는 장소(시설), 설비 또는 기계·기구 등을 사용하거나 사용자의 지시 하에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근로자의 생명, 신체 등을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도록 배려하여야 할 의무이다.
즉, “사업주가 근로자를 채용할 때에 당해 근로자의 생명과 건강을 유지하기 위하여 주의의무를 다하면서 근로하게 한다.”는 것이 암묵적으로 계약내용으로 되어 있고, 이 안전배려의무에 위반하여 재해를 입게 한 경우에는 채무불이행책임이 발생한다는 법리이다.

우리나라에서 안전배려의무는 현재까지 실정법상 개념 또는 근거가 명시되어 있지는 않고 판례와 학설에 의해 확립되어 왔다. 우리나라에서는 종래 사용자의 귀책사유로 근로자에게 재해가 발생하여 근로자가 사용자에 대해 민사책임을 묻는 손해배상청구를 하는 경우, 불법행위책임(민법 제750조에 의한 불법행위책임, 민법 제756조에 의한 사용자의 배상책임, 민법 제758조에 의한 공작물의 설치.보존하자책임)을 그 근거로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다가 대법원 판례에서 근로계약(고용계약)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신의칙(신의성실의 원칙)상 인정되는 부수적 의무로서 안전배려의무 또는 보호의무라는 개념이 등장한 것은 1997년에 들어와서부터이다.   

판례는 안전배려의무에 대해 “근로자가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물적 환경과 인적 조치를 정비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할 의무”라고 보고 있다. 실제의 소송에서는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안전배려의무의 내용이 인정되고 있다. 그 내용은 지금까지의 판례, 학설을 토대로 다음과 같이 분류될 수 있다.

<설비·작업환경>
① 시설, 기계·설비의 안전화 또는 작업환경의 개선대책을 강구할 의무 ② 안전한 기계·설비, 원재료를 선택할 의무 ③ 기계 등에 안전장치를 설치할 의무 ④ 근로자에게 보호구를 사용하게 할 의무

<인적 조치>
① 관리감독을 철저히 할 의무 ② 충분한 안전보건교육을 실시할 의무 ③ 질병유소견자 등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자에 대해 치료를 받게 하게 하는 등 적절한 건강관리나 업무경감 등을 행하고 필요에 따라 배치전환을 할 의무 ④ 유해위험업무를 유자격자, 특별교육 이수자 등의 적임자로 하여금 담당하게 할 의무
안전배려의무는 재해발생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하여 물적·인적 관리를 다할 의무로서 결과책임은 아니다. 따라서 산업재해가 발생한 경우라도 사회통념상 상당하다고 생각되는 방지수단을 다하였으면 안전배려의무 위반에 근거한 손해배상책임은 면제된다.
즉, 문제가 된 재해에 대해 예견가능성이 없었다는 것, 예견가능성이 있었더라도 사회통념상 상당한 재해예방조치를 취하였다면 안전배려의무 위반은 아니다. 그러나 법원에 의한 예견가능성 또는 위험회피(재해방지)조치에 관한 판단은 일반적으로 사업주 측에 대해 엄격하게 판단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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