社 說

고용노동부의 2017년 산업재해 발생현황을 살펴보면, 전체 재해자수 8만9848명 중 질병 재해자수는 9183명이다. 전년 동기 대비 무려 1307명(16.6%)이나 증가한 수치다. 더 큰 문제는 사고 사망자수(964명)는 전년 동기 대비 0.5% 감소한 반면, 질병 사망자수(993명)는 전년 동기 대비 22.9%가 증가했다는 사실이다. 이제 작업으로 인한 사고성 위험보다 근로자의 건강장해 예방에 보다 중점을 둔 안전·보건관리가 더 필요한 시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건강장해 문제는 비단 산업현장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대표적인 질병재해인 심장질환과 뇌혈관질환의 경우 암과 더불어 한국인의 3대 사인으로 꼽히며, 그 수치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특히 인구 고령화가 급격히 진행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급성 심정지로 인한 사망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실제 우리나라 심정지 사망자 수는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의 4배 이상에 달한다.

질병관리본부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는 연간 3만명 이상의 급성 심정지 환자가 발생한다. 여기서 문제는 ‘발생 이후’다. 급성 심정지 환자의 소생비율이 겨우 5%에 불과하다. 뿐만 아니라 심정지로부터 소생된 환자의 반 이상이 뇌손상으로 인한 장애로 사회에 다시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심장질환과 뇌혈관질환의 무서운 점은 급성 심정지 등 갑자기 심각한 증세가 발현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심혈관계 질환에 의한 사망의 절반가량이 돌연사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고, 심정지 환자의 70% 이상이 일상생활 중 증상이 나타난다. 언제, 어디서 비상상황이 발생할지 예측하기 어려운 시대에 우리 모두가 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만일 이러한 예기치 못한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우리는 생명을 구하기 위해 어떻게 행동해야 할 것인가? 정답은 전 국민이 응급처치요령을 익혀 위급 상황에서 즉각적인 대처를 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최초 목격자에 의한 응급처치의 중요성이 갈수록 더욱 부각되고 있다. 우선 심정지로 인한 사망을 줄이려면 심정지 환자에 대한 신속하고 효율적인 응급처치와 대응이 필요하다. 즉,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응급의료체계에 신고한 후 무작정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의 신속한 대응으로 환자의 생명을 구하고 장애를 경감시키며 치료기간을 단축시켜야 한다.
심장이 정지되고 4분 이상이 지나면 뇌손상이 시작되고, 10분이 지나면 뇌사 상태에 빠질 위험성이 크다. 따라서 초기 4분(골든타임)안에 심폐소생술을 시행해 심장박동과 호흡이 되돌아오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민 모두가 심폐소생술을 배워야 하는 이유다.

혹시 심폐소생술의 중요성을 알고 있고 할 수 있음에도 나중에 환자가 잘못될 시 법적인 책임을 지게 될까봐 머뭇거린다면 절대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고 당부하고 싶다. 우리나라는 2008년 국회에서 일명 ‘선한 사마리아인 법’을 제정하였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5조 2항’에 따르면 생명이 위급한 응급환자에게 응급의료 또는 응급처치를 제공하여 발생한 재산상 손해와 사상에 대하여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 해당 행위자는 민사책임과 상해에 대한 형사책임을 지지 아니하며 사망에 대한 형사책임도 감면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심폐소생술을 배우고 적극 실천한다면 명예로운 하트세이버(Heart Saver)가 될 수도 있다. 이는 심장 박동이 멈춰 죽음의 위험에 노출된 응급환자를 병원 도착 전까지 심폐소생술(CPR)과 자동제세동기(AED)를 이용해 생명을 구한 사람에게 정부가 주는 명예로운 인증서이다.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이웃과 동료에 대한 사랑을 실천하는 길은 멀리 있지 않다. 우선 가장 확실하고 빠른 길인 심폐소생술부터 모두가 익혀나갔으면 한다.

저작권자 © 안전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