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 Talks

오한진 을지대학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오한진 을지대학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누구든 슬프고 힘든 상황에 처하면 우울한 기분에 사로잡힌다. 경쟁이 치열할수록 다른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고 그럴수록 일에 매달리다 보면 괜스레 마음이 불안해지고 온갖 일에 대해 불필요한 걱정을 많이 하게 된다. 아무리 몸에 좋은 음식을 먹고 피트니스센터에서 운동을 해도 인생이 공허하기만 하다.

이런 상황에서 긍정적인 생각보다는 부정적인 생각이 많이 드는 건 당연지사다. 부정적인 생각도 많이 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습관이 된다. 어떤 일이 있을 때 좋은 점보다는 나쁜 점이 먼저 떠오르고, 잘될 것이라는 생각보다는 실패할 것이라는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매사 자신이 없고, 짜증이 나기도 한다. 부정적으로 사고하는 것이 습관이 되면 우울해지고,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우울증이 생기기 쉽다. 날씨 변화나 스트레스 상황 등 뚜렷한 원인에서 비롯되는 일시적인 우울감이라면 별일이 아닐 수도 있고 상황이 나아지면 대부분 풀리지만, 우울한 감정이 지속되어 만사 귀찮고 자신이 쓸모없는 존재라는 생각이 들거나 무력감을 느끼고 일상을 방해하는 병으로까지 발전하는 것이 문제다. 이런 감정이 심화되면 정서적 우울감이 아닌 치료가 필요한 병적 심리인 우울증인 것이다.

한국 성인의 12.9%가 우울증상 경험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한국 성인의 우울증상 경험’ 보고서에 따르면 19세 이상 성인 12.9%가 최근 1년 안에 우울증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성인 8명 중 1명이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는 셈인데 여성의 우울증 경험은 16.5%로 남성 9.1%에 비해 1.8배 높았다. 연령별로는 70세 이상이 17.9%로 가장 높았고 이어 60대 15.1%, 50대 15.0%, 40대 12.9% 순으로 나타났다. 나이가 들수록, 가구의 소득 수준이 낮을수록 더 우울증에 걸리는 경향을 보였다. 거주 지역별로 보면 도시(12.3%)보다 농촌(16.5%) 거주자에게서 우울증 빈도가 더 높았다. 그러나 최근 1년 동안 정신건강 상담을 받은 사람의 비율은 고작 9.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우울증은 의지가 약하거나 마음을 잘 다스리지 못해서라기보다 세로토닌 같은 뇌의 신경 전달물질이 부족한 데서 비롯되는 것이다. 정신질환이라는 사회적 낙인 때문에 병원에 가지 못해서 병을 키우는 사람도 많다.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라고도 불릴 만큼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고 일상생활에 많은 지장을 주지만 상담치료나 약물치료를 하면 나을 수 있다. 의지로 극복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약 처방을 받듯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자가진단을 통해 혹시 나도 우울증인지 점검해보자.

우울과 당당히 맞서 나아가는 법
각박한 현실을 살다 보면 누구나 우울증을 앓을 수 있기 때문에 평소 스트레스 관리를 통해 우울감을 잘 다스려야 한다. 다음의 대한신경정신의학회에서 정한 정신건강을 지키는 10가지 수칙을 참고해 실망과 어리석음을 되새김하기보다는 바닥에 떨어져도 튀어 오르는 공처럼 우울한 마음을 거두고 행복을 가꿔보자.

1. 긍정적으로 세상을 본다. - 동전에 양면이 있다는 사실을 믿게 된다.
2. 감사하는 마음으로 산다. - 생활에 활력이 된다.
3. 반가운 마음이 담긴 인사를 한다. - 내 마음이 따뜻해지고 성공의 바탕이 된다.
4. 하루 세 끼를 맛있게 천천히 먹는다. - 건강의 기본이자, 즐거움의 샘이다.
5.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한다. - 다툴 일이 없어진다.
6. 누구라도 칭찬한다. - 칭찬하는 만큼 내게 자신이 생기고 결국 그 칭찬이 내게 돌아온다.
7. 약속시간에 여유 있게 가서 기다린다. - 초조해지지 않아 좋고 신용이 쌓인다.
8. 일부러라도 웃는 표정을 짓는다. - 웃는 표정만으로도 기분이 밝아진다.
9. 원칙대로 정직하게 산다. - 거짓말을 하면 죄책감 때문에 불안해지기 쉽다.
10. 때로는 손해 볼 줄도 알아야 한다. - 내 마음이 편하고 언젠가는 큰 것으로 돌아온다.

무기력해지면 온갖 부정적인 생각이 들기 쉽기 때문에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는 명상을 하는 것도 좋다. 매일 자신을 위한 목표를 세워 작은 성취감을 맛보거나 관심 있는 분야의 취미 활동을 통해 즐거움을 찾는 것도 우울한 감정을 완화시킬 수 있다. 가벼운 유산소 운동이나 산책, 스트레칭을 하거나 좌절과 실의에 빠졌을 때는 친한 사람들과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하고 매일 즐길 수 있는 일을 만들어 바쁘게 움직이다 보면 스스로를 자책하거나 불안한 생각도 들지 않을 것이다. 스스로 정해놓은 규칙에 얽매여 스트레스 받지 않도록 마음의 근육을 단련해야 부정적인 생각을 갖지 않고 불안의 시대를 건강하게 헤쳐 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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