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광수의 마음 돋보기

 

문광수 교수(중앙대 심리학과)
문광수 교수(중앙대 심리학과)

 

안전은 우선순위가 아니라 가치로 내재화 되어야 한다

“안전이 최우선이다” 이러한 표어는 다양한 사업장에서 자주 볼 수 있고 많은 기업의 대표들이 하는 말이다. 여러 기업의 안전 관련 물품에도 이러한 표어가 인쇄되어 있다. 그리고 기업의 안전·건강 담당자들도 늘 강조하는 말이다. 하지만 안전은 우선순위가 아니다. 이런 말을 하면 당황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안전은 그 어떤 상황에도 변하지 않는, 가치(value)로 내재화 되어야 한다.

안전 심리학자인 Geller는 다음과 같은 예를 들었다. 우리가 매일 아침 일어나서 가장 우선적으로 하는 것은 무엇인가? 아마 사람들마다 다양할 것이다. 어떤 사람은 잠이 좋아서 최대한 잠을 더 잘 수도 있고, 건강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운동을 하기도 하고, 아침밥을 먹는 사람, 커피를 마시는 사람, 아침 뉴스를 보거나 신문을 읽는 사람 등 매우 다양하다. 앞선 사례에서 우선순위는 매우 다양하다. 하지만 이 모든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했을 한 가지 행동이 있다. 무엇일까?

이에 대한 대답은 늦게 일어난 날을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잠, 식사, 운동, 커피, 뉴스 읽기는 모두 생략된다. 이러한 것들은 우선순위가 아닌 것이 된다. 모든 사람들이 아침에 모두 하고, 시간 제약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 한 가지는 바로 ‘옷을 입는 것’이다.

위의 아침에 일어나서 하는 행동의 예들은 상황이나 조건 그리고 사람의 변화에 따라 우선순위는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우선(priority)이라는 것은 위계적인 순위가 있다는 의미이다. 순위는 때때로 바뀔 수 있다. 현장의 작업 상황을 한번 생각해보자. 안전이 늘 우선순위인가? 때때로 생산성이나, 품질 등이 우선순위로 바뀌는 경우가 많다.

사람이, 상황이 바뀌어도, 시간의 제약이 있어도 변하지 않는 것이 가치이다. ‘옷을 입는 것’은 어떤 경우에도 반드시 일어나는 행동이다. 이처럼 안전도 가치가 되어야 한다. 임원이 바뀌어도, 작업이 바뀌어도, 일상 작업에서 반드시 지켜야하는 것이다. 설혹 생산성, 품질, 효율성이 좀 더 요구되는 상황에서도 안전은 일상(routine)이 되어야 한다. 글로 강조하지 않아도, 모든 작업자들이 공유하는, 협상의 대상이 아니며, 의문이 제기되지 않아야 하는 것이 안전이다. 즉 안전이 습관화되고, 내재화되어야 하고, 안하면 어색한 것이 되어야 한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기업 경영진에서 안전이 가치가 되어야 하고, 모든 의사결정과 작업에 안전이 가장 먼저 고려되어야 하며, 안전 관리 프로그램, 그리고 일상의 작업에서도 안전과 관련된 절차가 일관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안전에 대한 생각, 태도, 행동이 나타나도록 안전 프로그램이나 기업 정책, 보상들이 동기부여를 해주어야 한다.

일회성의 교육이나, 단기간의 프로그램으로 회사 내의 안전이 가치가 되기는 어렵다. 안전이 회사의 가치로 자리 잡고 내재화되기 위해서는 상당히 오랜 시간동안 꾸준한 노력과 실천, 그리고 일관성 있는 프로그램 실행이 이뤄져야 한다. 그리고 안전이 가치가 되었을 때 높은 수준의 안전 문화를 달성할 수 있다. 따라서 장기적 관점에서 지속적인 안전 향상에 대한 목표를 가지고 안전 정책이나 프로그램이 실행되어야 한다. 앞서 다른 패러다임 변화에서 강조했듯이, 결과보다는 과정 중심으로 그리고 이러한 지속적인 과정을 측정할 수 있는 지표를 중심으로, +의 가치로, 직원들이 참여할 수 있고, 직원들에게 이익과 도움이 되는 안전 관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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