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국제 유가 상승세가 최근 4년 만에 최고점을 찍으면서 국내 산업계에 빨간불이 켜졌다. 유류비가 수익에 직결되는 항공업계와 해운업계는 지속적인 국제 유가 상승이 매출과 영업이익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중이다.

정유업계도 국제 유가의 지속적인 상승세로 인한 정제마진 하락을 경계하고 있으며 화학업계도 나프타 가격 인상으로 인한 원가 부담이 커질까 노심초사하고 있는 모습이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25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은 전날보다 0.27% 오른 72.28 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브렌트유 가격은 80달러 선을 돌파했다. 이날 영국 ICE 선물거래소에서 북해산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배럴당 0.67달러(0.83%) 오른 81.87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국제 유가는 지난해 석유수출국기구(OPEC) 총회에서 이뤄진 감산 합의 연장에 합의했지만 미국 셰일오일 생산량 증가에 힘입어 올 한해 60달러 선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지난 4월 미국이 시리아에 대한 공습을 단행한 것과 맞물려 국제 유가는 빠른 속도로 상승세를 보였다. 이후 국제 유가는 등락을 거듭하며 안정권에 진입하는 듯 한 모습을 보였지만 또 다시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중이다.

중동발(發) 지정학적 리스크가 지속되고 주요 산유국들이 원유 증산을 거부할 경우 100달러 돌파도 가능하다는 전망까지 나오자 국내 산업계도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고유가 여파에 항공업계‧해운업계 매출 하락 우려
올해 2분기 국제 유가 여파로 매출 직격탄을 맞은 항공업계가 대표적이다.

항공업계에서는 유가 상승분에 따라 항공권에 유류할증료를 부과하고 있기 때문에 고유가 시대에는 항공권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항공료가 뛸 경우 장거리 여행객이 줄어들어 매출 및 영업이익 감소가 발생할 수 있다.

항공업계는 여름 휴가철과 추석연휴 특수 등에 힘입어 3분기 실적 반등을 이뤄낼 수 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유가 상승을 뛰어넘는 여객 수요 강세로 인해 매출 상승세를 예상한 것이다. 하지만 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수준으로 오를 때 항공사가 부담해야 하는 유류비 지출이 연간 2000억원에 달해 하반기 실적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해운업계도 국제 유가 상승에 울상이다. 2분기 선박에 사용되는 벙커C유 가격은 1t당 450 달러를 육박했다. 이는 1분기보다 20% 이상 상승한 가격이다. 국제 유가가 지속적으로 오를 경우 벙커C유 가격도 오를 수 있고 유류비용이 운송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해운업계는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이와 함께 미·중 무역전쟁이 지속될 경우 올해 하반기부터 미주 운임이 크게 떨어질 수 있어 해운업계의 위기감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 보인다.

정유업계는 단기적으로 국제유가가 상승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갑다는 입장이다. 재고마진율이 높아져 단기적인 수익 극대화를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제 유가가 장기적으로 상승세를 보일 경우 정제마진을 하락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석유화학업체들도 최근 국제 유가 상승이 나프타 구매 가격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달갑지 않다는 입장이다. 나프타는 원유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생산되는 화학 물질로 플라스틱, 섬유, 고무 등의 기초 원료로 사용돼 석유화학의 쌀로 불린다.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은 나프타를 원료로 사용해 화학제품을 생산·판매한다.

국제 유가가 80달러 선을 넘어서면서 나프타 가격이 t당 700달러 선까지 치솟고 있다는 점이 가장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국제 유가 상승에 따른 원재료 값이 올라간 부분을 제품에 전가할 수도 있지만 이 경우 에탄과 석탄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제품 대비 경쟁력이 하락할 수 밖에 없어 고민 중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국제 유가 상승으로 정유업계 등은 매출이 크게 오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유가 상승이 달갑지 않을 수 있다”며 “국제 유가 상승과 관련해 각 산업계에서 대응책 마련에 분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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