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선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직업건강실장

 

 최근 산업현장에서 ‘건강’의 개념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기존에 근골격계질환과 뇌심혈관질환의 예방적인 측면에 그쳐있던 ‘건강관리’의 범위가 직업병 유발요인이 다양화됨에 따라 이제 ‘직업건강’ 전체적인 측면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방향은 최근 정부의 ‘안심일터 만들기 4대 전략’ 및 ‘제3차 산재예방 5개년 플러스 계획’에도 잘 드러나 있다. 이들 정책에는 새로운 직업병에 대한 대응을 강화하고, 근로자들의 건강증진활동을 활성화한다는 내용이 담겨져 있다. 이런 추세에 맞게 최근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도 산업보건실의 명칭을 직업건강실로 변경했다. 이제 작업현장이 아닌 직업적인 측면에서 접근하여 근로자들의 건강관리를 더욱 강화해나가겠다는 취지에서다. 본지는 직업건강실 박정선 실장을 만나 직업건강의 발전방향 그리고 직업건강실의 향후 계획 등에 대해 들어봤다

  Q. 평소 안전보건에 대한 철학이 있으시다면 듣고  싶습니다.  
 
  한마디로 말씀드리자면 “일터를 포함한 우리 사회에 안전보건을 문화로, 생활로, 습관으로 정착시키는 것” 입니다. 우리사회는 지금까지 안전보건을 하드웨어적인 측면에서 접근해 왔습니다. 산업재해는 사회현상의 일부이며 안전보건은 경영의 한 부분이어야 합니다. 향후 직업건강실의 사업도 근로자와 사업주는 물론 온 국민이 의식을 바꾸고, 안전을 생활화할 수 있도록 하는데 중점을 둘 것입니다. 즉 사람 중심의 문화적 접근방식을 강화할 계획입니다.

 안전보건을 먼저 생각하고, 작은 것부터 실천하는 안전문화가 정착될 때 진정한 선진국이 될 수 있습니다. 안전보건을 우리 사회의 문화로 정착시켜야 합니다. 
 
Q. 산업의학분야에서는 유일하게 최근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의 정회원으로 선출되셨습니다.
 
 본격적으로 직업병 예방분야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높아진 것 같아 개인적으로도 의미가 매우 큽니다. 18년간 직업병 예방을 위해 연구해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국내 의학 발전은 물론 전국 산업현장 근로자들의 건강증진에 기여하도록 최선을 다해나갈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 건강한 일터, 행복한 일터가 조성되고, 그를 통해 모든 국민이 행복해질 수 있는데 일조해나가고 싶습니다.

Q. 공단의 산업보건실 명칭이 올해 직업건강실로 변경되었습니다. 어떤 의미가 있나요.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산업구조가 크게 변화하여 이제는 제3차 산업인 서비스업이 2/3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실제 서비스업은 2001년 이후 연평균 7.9%씩 사업장 수가 증가해 지난 2009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전체 사업장의 62%(970,354개소)를 차지했으며, 근로자수도 연평균 5.4%씩 증가하면서 현재에는 약 6백만 명이 서비스업에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이미 제조업과 건설업의 비중을 뛰어넘은 것이지요.

 공단은 이미 이러한 사회구조적인 변화를 예측하고 1997년에 영문 명칭을 Korea Industrial Safety and Health Corporation(KISCO)에서 Korea Occupational Safety and Health Agency(KOSHA)로 바꾼 바 있습니다.

 

 산업보건실도 영문으로는 예전부터 Depart ment of Occupational Health로 바꾸었지만, 막상 우리말은 고치지 못하고 그대로 사용해 왔습니다.

 그러다가 이제 더 이상 지체하지 말고 공단 본부의 ‘산업보건실’을 ‘직업건강실’로 바꾸어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산업보건’이라고 하면 먼저 제조업(공장)의 작업환경부터 떠올리게 되지만, ‘직업건강’이라고 하면 교사, 간호사, 은행원, 운전기사 등 그야말로 다양한 직업인들의 직업 활동과 관련된 유해위험요인을 생각토록 하기 때문입니다. 

 즉, 제조업 중심의 공학ㆍ기술적 작업환경개선 활동뿐만 아니라 건강에 취약한 직업군들의 다양한 건강유해요인을 찾아내어 그에 대한 맞춤형 대책을 제시한다는 취지로 이번에 ‘직업건강실’로 이름을 바꾼 것입니다. 산업보건의 영역을 점차 넓혀 가고자 하는 의지의 표명으로 봐 주시면 됩니다. 

 Q. 올해 중점 추진할 사업들을 설명해주시기 바랍니다. 

 직업건강실로 명칭이 바뀌는 올해부터 건강에 취약한 직업군을 타킷으로 삼아 예방활동을 적극 추진해나갈 방침입니다. 유해·위험요인이 많은 취약직업군의 근무특성과 작업방식까지 포함하여 건강유해요인을 체계적으로 조사해나가고 이를 토대로 건강문제의 새로운 해결책을 제시하려고 합니다.

 아울러 ‘근로자건강센터’를 3개 지역에 신설하여 소규모 사업장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기초산업보건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며, 자율적으로 근로자 건강증진활동을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장을 대상으로는 비용을 지원해나갈 계획입니다.

 또한 직업병 예방 및 뇌심혈관질환ㆍ근골격계질환 예방을 위한 소규모사업장 보건관리 종합지원사업과 작업환경측정 및 특수건강진단 비용 지원사업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입니다. 특히 2006년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에 따라 작업환경측정·검진기관 및 석면해체제거작업자 등에 대한 종합적인 질적 평가가 2012년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인데, 우리 직업건강실에서는 이에 대한 시범사업도 전개해나갈 계획입니다.

 Q. 최근 직업건강의 세계적인 추세를 짚어주신다면?

 최근 세계화, 정보화의 영향 아래 산업구조 및 고용형태의 중심이 제조업, 건설업에서 제3차 산업인 서비스산업으로 점차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에 따라 장시간노동, 교대근무 및 야간근무, 구조조정(Down sizing) 등의 요인으로 노동강도가 증가하고 고용이 점차 불안해지고 있으며, 이에 최근 직무스트레스와 같은 새로운 형태의 유해인자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 이러한 추세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입니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직무스트레스로 인한 우울·불안·수면장애·집중력저하 등의 불안전한 건강상태가 다른 어떤 사고보다 근로손실일수 또는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이 큰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EU의 경우 작업관련 손실일수의 50~60%가 스트레스와 관련되어 있으며(European Agency for Safety and Health at Work, 2000), 업무관련성 스트레스로 지출되는 비용은 최소 매년 200억 유로에 이르고 있다는 연구결과도 나온 바 있습니다(직무스트레스 고위험군 특성에 따른 연구, 한국산업안전보건연구원, 2009).

 이처럼 상황이 심각해지자 신규 직업병에 대처하기 위한 선진국들의 움직임은 최근들어 더욱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영국 산업안전보건청(HSE)에서는 2010~2011 안전보건 사업계획에서 작업관련 근골격계질환과 직무스트레스 문제를 집중 해결해야 할 가장 주된 대상으로 선정했을 정도입니다.

Q. 우리나라에서 근로자 건강과 관련해 시급히 해결해야할 현안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우리나라의 산업구조도 여러 선진국과 비교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오히려 발전 속도가 빠르면서 새로운 유해물질 및 위험요인에 보다 더 많이 노출되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우리나라에서도 ‘근로자 건강증진활동’이 생산적인 직장생활을 돕기 위한 활동으로 확고히 정착되어야 합니다. 지금 이 시점이야 말로 ‘소극적 건강’에서 ‘적극적 건강’으로의 전환이 필요한 것이지요.
 
 이를 위해서는 최근 정부의 유해요인 관리 정책에 맞춰 노사가 사업장의 건강위해요인들을 스스로 찾아내고 이를 적극적으로 개선해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노사의 참여와 역할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지요.

 Q. 마지막으로 하고싶으신 말씀이 있으시다면?

 국가경쟁력을 확보하고, 안전선진국으로의 도약을 위해서는 기업과 우리사회가 건강한 노동능력의 유지ㆍ증진을 위해 함께 힘써 나가야할 것입니다.

 우리 공단 직업건강실의 모든 직원들도 우리나라 산업현장에 건강한 직장문화가 조성될 수 있도록 맡은 바 역할에 최선을 다해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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