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우 교수의 산업안전보건법 해설

정진우 교수(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정진우 교수(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산업안전보건법」에서는 사업주 외에도,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를 하는 자에 해당하는 법인의 대표자, 법인 또는 개인의 대리인, 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도 법적 의무주체로 되어 있어(이에 대한 법적 근거는 양벌규정이다), 이들 모두 피의자로 입건될 수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사안에서 법인의 대표자를 입건하여야 하는지, 안전보건관리책임자인 현장소장을 입건하여야 하는지, 아니면 감독자의 위치에 있는 자를 입건하여야 하는지가 논란이 될 수 있다. 특히, 대기업처럼 전국에 여러 개의 사업장을 두고 사업장마다 공장장 등 책임자를 두고 있는 경우 누가 「산업안전보건법」상 형사책임을 지는지가 문제가 될 수 있다.

위반 시 형벌이 부과되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죄의 경우 고의범이므로 안전조치의무 위반에 대한 고의가 있어야 한다. 법인인 사업주는 행위능력이 없으므로 위반행위는 법인 대표자, 종업원에 의하여 이루어지게 된다.

이 경우 누가 위반행위의 현실적인 주체인지를 확정하는 문제는, 사업주가 법인이든 개인이든 회사의 규모, 법인 대표자 또는 개인 경영자의 업무와 개별사업장의 업무 간 구체적인 업무분장 관계, 안전관리에 관한 업무의 실질적인 권한 위임(부여) 여부, 당해 사안에서의 관리·감독내역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개별 사안마다 구체적·개별적으로 판단한 다음, 대표자 또는 대리인, 사용인 등 종업원 중에서 실질적으로 위반행위를 주관하거나 관리·감독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을 행위자로 입건하는 방식으로 처리하여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여러 장소에 공사현장을 두고 있는 대규모 건설회사의 경우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대하여 본사 대표이사를 형사피의자로 입건하는 것은 책임주의 원칙에 비추어 쉽지 않을 것이다. 이 경우에는 그 현장에서 안전보건관리책임자로 지정되어 안전보건업무를 실질적으로 총괄관리하고 있는 위치에 있는 현장소장을 우선적으로 입건하여 위반행위를 하였는지 여부를 수사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대기업 제조업체도 본사와 장소적으로 분리되어 있는 제조공장에서 안전조치의무 위반으로 사고가 발생한 경우, 본사 대표이사보다는 안전보건업무를 실질적으로 총괄관리하고 있는 위치에 있는 당해 공장의 공장장을 우선적으로 입건한다.

요컨대, 우선적으로 입건 대상이 되는 것은, 상사의 지시에 따라 기계적으로 작업을 지시하는 중간관리자나 감독자가 아니라, 해당 사업장에서 안전보건조치에 대한 실질적인 의사결정권한과 집행권한을 가지고 있는 자이다.

대법원은 기계에 의한 위험예방조치 미이행 및 인체에 유해한 작업장에서의 작업환경측정 미실시로 인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건에서 회사 근로자의 안전보건에 관한 책임을 지고 있는 대표이사에 대하여 위 미이행 행위의 주체라고 하여 법인의 대표이사를 당해 위반행위에 대한 행위자로 인정한 바 있다(대법원 2006.1.12, 2004도8875).

반면, 하급심 중 일부 판결은 회사의 규모, 피고인의 업무와 회사의 개별현장에서 행하여지는 작업의 관계, 소속 근로자의 안전사고 현장에서 이루어진 회사의 작업에 대한 안전관리책임은 회사의 현장소장이 담당하고 있었던 점, 피고인과 현장소장 사이의 업무분담관계 등을 고려하여 볼 때, 위 사고현장에서 직접 근로자들을 지휘·감독하지 않았던 대표이사인 피고인을 행위자로 볼 수 없다고 판시하기도 하였다(의정부지방법원 2005.3.31, 2004노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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