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한국안전학회 추계학술대회’ 개최
국내외 산업안전 정책의 현재와 미래가 한 눈에
현장에 즉시 적용 가능한 기반연구 활성화

 

국내 산업안전의 실태와 최신 안전연구동향을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는 학술 교류의 장이 성황리에 마무리 됐다.

한국안전학회(회장 장성록)는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사흘간 경북 경주시에 소재한 현대호텔에서 ‘2018 추계학술대회’를 개최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안전관련 학술 행사라는 명성에 걸맞게 대회에는 국내외 안전 분야의 주요 인사를 비롯해 학회 회원, 안전관계자 등 500여 명이 참석했다. 특히 윤양배 대한산업안전협회 회장은 축사를 통해 현재 우리나라 산업안전 분야의 현주소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며 참석자들의 큰 공감을 이끌어냈다. 또한, 고광훈 고용노동부 산업안전과장이 ‘고용노동부의 건설사고 예방 정책방향’에 대해, 박두용 안전보건공단 이사장과 토요사와 야스오 일본노동안전위생종합연구소 소장이 각각 한국과 일본의 ‘안전보건 미래방향’에 대한 특별강연을 실시하며 참석자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

지난 8일 열린 2018 한국안전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장성록 한국안전학회 회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지난 8일 열린 2018 한국안전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장성록 한국안전학회 회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올해 대회에는 인간·시스템안전, 안전정책, 기계안전, 재난안전, 건설안전, 연구실안전 등 다양한 분야에서 190여 편의 논문이 제출 됐을 뿐만 아니라 주기적 안전성평가, 조선업 원.하청 안전보건 상생협력, 건설사고 예방체계 구축 방안 등 특별 세션도 함께 마련되면서 그 어느 때보다도 뜨거운 관심과 열기 속에 진행됐다.
장성록 안전학회 회장은 “학술대회는 정부와 학계, 산업계가 함께 산업안전분야의 현안에 대해 논의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라며 “산업현장에서 즉시 적용 가능한 기반연구를 활성화해 우리 사회 전반의 안전관리체계가 개선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윤양배 대한산업안전협회 회장이 지난 8일 열린 2018 한국안전학회 추계학술대회 개회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윤양배 대한산업안전협회 회장이 지난 8일 열린 2018 한국안전학회 추계학술대회 개회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고용부, 백화점식 아닌 핵심사업 위주의 점검·감독 예고
고광훈 고용부 산업안전과장은 건설사고 예방체계 구축방안 특별 세션에 참여해 ‘고용노동부의 건설사고 예방 정책방향’에 대해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고용부는 산업안전보건법 전면개정 후속조치(공포 1년 후 시행)로 발주자와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의 하위규정을 신속히 정비할 방침이다. 또한 건설업의 모든 재해율 지표를 사고성 사망재해율로 변경할 계획이다. 특히 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PQ) 시 1000대 건설업체에 적용됐던 환산재해율을 모든 건설업체로 확대하는 한편, 앞으로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재해율을 평가하는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다.

아울러 백화점식 사업보다는 핵심사업 위주로 점검.감독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우선 건설업에서 사고가 다발하는 타워크레인과 비계를 중점 점검할 예정이다. 다만, 안전한 작업통로와 발판이 확보되었다고 볼 수 있는 시스템비계 설치현장은 감독 대상에서 제외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2단 동바리가 설치된 사업장 전체를 감독하고, 필요 시 작업중지 등의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고광훈 과장은 “2022년까지 사고사망자를 절반으로 줄이기 위해 법 제도 개선을 비롯해 산업안전.근로 감독관 충원, 예산 등 인프라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라며 “건설 근로자의 안전을 확보하는데 학계, 건설업계가 정부와 함께 나서달라”고 당부했다.

◇한·일 안전보건의 미래 방향 제시
이날 마련된 특별 강연에서는 박두용 공단 이사장과 토요사와 야스오 일본노동안전위생종합연구소 소장이 각각 한국과 일본의 안전보건 미래 방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해 참석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박두용 공단 이사장은 산업안전보건법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 최소기준이 아니라 사업주가 지키려 노력해야 하는 목적 지향적(goal-oriented law)인 바람직한 기준이라고 강조했다. 처벌이 아닌 예방이 목적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박 이사장은 치안안전의 경우 고의를 가진 범죄자 0.1%를 제재·처벌하고, 나머지 선량한 사람 99.9%를 범죄자로부터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를 국가 치안행정의 기본 전략으로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전략을 산업안전보건법에 동일하게 적용하면 전체의 99%가 법을 위반하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전의 경우 고의로 사고를 내는 사람이 대부분이 아님에도, 법을 위반할 가능성이 있는 잠재적 위반자 99%를 제재하는 결과가 나오게 된다는 것이다.
이에 박 이사장은 “따라서 안전사고의 경우 사람의 생명이 달려있는 중대재해 위반자 0.1%를 제재.처벌하고, 나머지 선량한 기업 99.9%는 보호하는 방안으로 처벌 전략을 변경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서 토요사와 야스오 소장은 일본의 건설안전보건 현황에 대해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일본은 법적으로 발주자는 안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표현이 모호하여 패널티를 부여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현재 발주자의 책임을 강화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발주자가 시공자 등에게 안전한 공사를 위해 충분한 시간과 예산을 지원토록 했다. 설계단계에서부터 안전을 반영하는 내용도 담겨있다. 이 사항들은 2020년 개최되는 도쿄 올림픽 관련 시설건축물에도 적용될 예정이다. 

토요사와 야스오 소장은 “일본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전체 사망사고의 3분의 1이 건설업에서 발생하고 있다”라며 “건설업에서 발생하고 있는 사고를 줄이기 위해 법 개정과 캠페인 등을 지속적으로 실시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토요사와 야스오 일본노동안전위생종합연구소 소장이 ‘일본의 안전보건 미래 방향’을 주제로 특별 강연을 하고 있다.
토요사와 야스오 일본노동안전위생종합연구소 소장이 ‘일본의 안전보건 미래 방향’을 주제로 특별 강연을 하고 있다.


◇현실 반영한 압력용기 안전검사제도 개선 필요
이호진 대한산업안전협회 인증검사본부 차장은 ‘압력용기 안전검사제도 개선방안에 관한 연구’를 발표했다.

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압력용기에 대한 안전검사는 전체 설비(29만304대)의 35.3%인 19만7004대로 가장 많았다. 압력용기 검사대상은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인데, 안전검사 불합격률은 2014년 1.23%, 2015년 0.92%, 2016년 0.88%, 2017년 0.68%로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이 차장은 불합격률이 계속 줄어드는데도 압력용기에 의한 사망사고가 매년 꾸준히 발생하고 있는 점에 문제를 제기하고, 압력용기 안전검사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에 대해 연구했다.

안전검사 고시에 따르면 안전검사기관에서 실시하는 일반적인 검사기준은 총 11가지다. 이중 작동검사 대상은 압력계와 압력방출장치 두 가지다. 이때 초음파 두께측정기와 비파괴 시험장비가 사용되어야 하지만 실제 안전검사에서는 초음파 두께측정기만 사용되고 있다. 비파괴 시험장비의 경우 비파괴 검사자격을 가진 검사원이 시험하고 판정해야하는데, 안전검사기관에는 이러한 자격을 갖춘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러한 문제는 용접이음부 검사 시 많이 나타나고 있다.

압력용기 검사기준에 따르면 용접이음부가 육안검사로 판정이 곤란한 경우에는 액체침투탐상검사 또는 자분탐상검사를 실시하고 검사결과 이상발견 부위는 방사선투과검사 또는 초음파 탐상검사를 실시해야 한다.

용접이음부에 균열 또는 이상이 있다면 비파괴 검사를 실시할 필요 없이 즉시 불합격 처리하면 되지만, 육안검사로 판정이 불가능하면서도 액체침투탐상검사, 자분탐상검사 등 비파괴 검사를 실시할 검사원이 없을 경우엔 즉시 검사 및 판정을 내릴 수가 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 차장은 이를 위해 한국비파괴검사협회에 등록된 183개의 비파괴검사기관에서 비파괴 검사를 실시한 이후 성적서를 제출하고 이를 안전검사 시 확인할 수 있다면, 압력용기 안전검사기관의 비파괴 검사원이 부족한 현 상황에서 좀 더 효율적이고 정확한 검사가 가능해진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압력용기의 내면 검사방법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현재 내면 검사기준을 살펴보면 필요 시 압력용기를 정지 상태로 만든 후 맨홀, 덮개판 등을 개방해야만 가능하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필요 시’라는 문구가 모호할 뿐만 아니라, 현실적으로는 개방이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타 법의 사례처럼 압력용기 안전검사 시 제조일로 부터 10년 이상 되었거나 안전인증을 받지 않고 사용된 압력용기는 의무적인 개방검사 또는 비파괴검사를 실시할 수 있도록 보완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 조선업 원·하청 안전보건 상생협력 사례 소개
대회에서는 연구나 정책 관련 정보뿐 아니라 현장의 생생한 우수사례 또한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조선업 원.하청 안전보건 상생협력 정착사례가 상세히 소개된 것이다.

현재 현대중공업에서는 협력사 자체의 안전관리 역량이 향상될 수 있도록 각종 안전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우선 협력사 자체의 자율안전관리 능력 강화를 위해 협력사 전담 안전관리자 선임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맞춤형 안전관리 컨설팅을 통해 기술지도도 받도록 하고 있다. 단순히 지원하는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협력사별로 주기적인 모니터링을 실시해 안전관리자의 역량을 평가하고 있다. 평가 결과, 미흡한 사업장은 안전전문기관의 기술 지도를 우선 배정하고 현장 집중 안전관리 대상에 포함해 관리한다. 우수한 사업장 및 안전관리자에게는 즉시 포상을 실시하고 있다.

아울러 협력사 근로자 개개인의 안전의식 향상을 위해 다양한 안전체험 프로그램 교육을 진행하며 원.하청이 상생하고 협력하는 안전문화를 구현해 나가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곽정훈 씨는 발표를 통해 “현대중공업은 작업을 준비하고 실제 업무를 하는 동안 작업자 스스로가 안전한 방식으로 작업을 선택할 수 있는 수준의 안전의식과 안전문화를 형성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라며 “앞으로 보다 세심한 안전활동을 전개하며 사업장 내 안전사고를 줄여나가겠다”고 밝혔다. 

◇기계·설비의 설계·제조단계에서 위험성평가 법제화해야
국내 위험성평가의 문제점과 그 개선방안에 대한 연구도 발표됐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일반대학원 안전공학과 정다예 씨는 먼저, 안전보건공단의 위험성평가 지원프로그램(KRAS)의 경우 위험성평가에서 가장 중요한 유해위험요인을 파악할 수 있는 단계가 체계적이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으로 추락, 넘어짐 등이 기계적 요인으로 분류돼 유해위험의 범위가 불분명할 뿐만 아니라, ‘기타 항목’이 없어 사업장마다 다르게 존재할 수 있는 다양한 유해위험요인을 충분히 포괄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해설지침서와 KRAS에서 기계.설비의 설계.제조 단계에서의 위험성평가를 전혀 다루고 있지 않다보니 자칫 사용단계에서 위험성평가가 의미 없는 활동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일반 위험성평가와 특정 위험성평가 간의 관계를 명확하게 구분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보니 많은 사업장에서 특정 유해위험요인 또는 공정에 대한 위험성평가의 실시로 사업장 전체에 대한 위험성평가를 실시한 것으로 간주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다예 씨는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KRAS에서 유해위험요인 분류 기준 및 범위를 보다 분명하게 하고, 기계.설비의 설계.제조단계에서 위험성평가 실시를 법제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ISO/IEC31010과 같이 다양한 위험성평가 기법에 대한 지도 및 홍보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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