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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한진 을지대학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오한진 을지대학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성과 위주의 사회 속에서 누구나 마음의 상처를 받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왜 내게 이런 일이 생겼을까?’ 하며 불평과 불만을 갖다 보면 우울해지기 쉽다. 자신은 완벽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잘하지 못하고 현실과의 괴리가 클수록 자신의 모습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자신이 원하는 모습과 다르니 열등감에 사로잡히고 자신을 부정하게 된다. 모든 일을 완벽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스스로 정한 비현실적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일을 잘해도 스트레스를 받고 못하면 더 스트레스를 받고 패배감에 시달린다. 쓸데없는 생각을 많이 해서 마음이 늘 불안하고 사소한 일도 지나치게 염려하는 불안한 마음 상태에 빠지게 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우리나라에서 불안·공황장애를 앓고 있는 인구가 52만 명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한경쟁 사회 속에서 살면서 누구나 스트레스를 겪고, 생각지 못한 상황들 앞에서 삶의 변화를 꾀하며 불안을 느낀다. 하지만 불안이 지속되고 심각해지면 신경증이나 공황장애, 불안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

불안,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별것 아니다
매사 불안하고 걱정이 많다고 다 불안장애라고 할 수는 없다. 불안장애는 조절할 수 없는 불안한 느낌이 다양한 신체 증상으로 나타나 최소 6개월 이상 지속될 때에야 의심해볼 수 있다. 불안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지나친 근심으로 매사 걱정하여 늘 긴장하고 불안해하거나 우유부단을 보이며 사소한 일도 지나치게 염려한다. 그 결과 집중이 어렵거나 주의가 산만하고 초조감, 불면증이나 우울증도 흔히 나타난다.

공황장애는 불안장애 중 하나로 예기치 못한 엄청난 두려움이나 불쾌감이 갑작스럽게 시작되고 불안을 느끼는 질병이다. 심장이 심하게 뛰고 식은땀이 나며 부들부들 떨리거나 숨이 가쁘고 막히는 느낌, 가슴의 통증과 메스꺼움 또는 복부의 불편감, 어지럼증 등이 급격하게 발생하고 비현실감, 자신에 대한 통제를 잃거나 미칠 것 같은 두려움, 죽을 것 같은 공포감, 감각의 이상 등의 증세가 나타난다. 이 중 네 가지 이상의 증상이 10분 이내에 최고조에 달하는 것을 공황발작이라고 한다. 신체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극도의 불안감으로 생기는 것이다.

불안은 삶을 위협하는 위험을 감지하고 피하기 위해 필요한 감정일 수 있다. 하지만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불안이 지나치다면 문제가 된다. 특히 완벽주의자들이 작은 실수에도 전전긍긍하고 지나치게 비약하며 불안해하는 경향이 강하다. 불안을 달래기 위해 일중독에 빠지거나 술과 담배 등으로 해소하려고도 하지만 악순환만 반복될 뿐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병적인 불안에서 벗어나는 법
불안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고 잘 다스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신이 처한 현실을 직시하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의 모습을 받아들여야 한다. 자신의 머릿속에 그려놓은 상에 부합하기 위해 부족한 자신을 끊임없이 다그치기보다는 현실의 모습을 인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현재의 성취 수준이 자신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 역시 중요하다. 완벽주의에 빠져 비현실적인 목표를 세우고 실패할 때마다 남을 의식하며 스스로를 비난하면 결국 자존감만 낮아질 뿐이다.

자신의 생각을 단숨에 바꿀 수는 없겠지만 마음이 만들어낸 실체가 없는 불안으로 두려워하지 말고 마음을 다잡으며 하고 있는 현재의 일에 집중하며 불안을 밀어내자. 실제로 우리는 현실에서 일어나지도 않을 먼 미래에 대해 막연히 불안해하는 경우가 많다.

불안한 감정에 대해 생각할수록 더욱 빠지기 마련이다. 불안을 다스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불안해하고 두려워하는 원인이 내적인 열등감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과도하게 받아들여서 생긴 것은 아닌지 불안의 정체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현재 자신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 것인지를 찾아내고 생각을 차분히 정리해본다. 자신이 처한 현실을 받아들여야 자신의 생각에만 사로잡히지 않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마음을 다스려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다. 평소 명상이나 요가 등을 통해 화, 분노, 초조, 욕심, 질투 등으로 인한 마음의 병을 안정시키고 건강에 좋지 않은 술과 담배도 될 수 있으면 줄여보자.

고민이 있거나 힘들면 심리적인 지지를 해주는 가족이나 친구에게 솔직하게 털어놓는 것이 바람직하다. 감정의 날이 서 있는 상태로 모든 일에 옳고 그름을 시시콜콜 따지고 남을 평가하는 데 더 이상 자신의 에너지를 쏟지 않도록 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혼자서 감당해내지 못할 만큼 불안 증상이 심하면 병원에서 항불안제를 처방받는 것도 좋다.

몸과 마음을 가꾸는 건강한 생활습관으로 스스로에 대해 자신감을 갖고 자기 통제력을 키운다면 불안 자체에 매달려 시달리지 않을 것이다. 인생은 결국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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