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 Talks

오한진 을지대학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오한진 을지대학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나 혹시 중병에 걸린 거 아닐까?’

요즘 몸 상태가 조금만 좋지 않아도 불안해하는 건강염려증에 빠진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 공중파나 케이블TV에서 의학정보를 다루는 프로그램이 늘고, 인터넷,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커뮤니티 등을 통해 검증되지 않은 많은 의학 정보들이 난무하면서 나타난 결과다.

자신의 건강에 대해 관심을 갖고 관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여러 매체를 통해 다양하게 접하는 걸러지지 않은 의학 정보들로 불안해하며 건강에 집착하는 것은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 건강염려증은 자신의 몸 상태에 대해 실제보다 심각한 병에 걸려 있다고 생각하여 불안해하고 공포를 갖는 일종의 강박장애다. 사소한 신체적 증상을 지나치게 비관적으로 받아들이고 의사의 진단도 믿지 않으며 스트레스가 심해 일상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고통스러워하고 질병에 대한 두려움이 심각해지면 우울증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러한 증상이 6개월 이상 지속되면 건강염려증으로 진단한다.

건강염려증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데 공통점은 병원을 돌며 CT, MRI 등 각종 검사를 반복하는 닥터 쇼핑이다. 이들은 자신의 신체적 증상을 잘못 이해하는 데서 오는 심리적 불안임을 인정하지 않고, 별다른 이상이 없다는 의사의 진단을 믿지 않는 것은 물론, 몸이 아픈데도 합당한 치료를 못 받고 있거나 제대로 된 진단을 받지 못해 오진이라고 생각한다. 극단적인 경우 스스로 중병으로 진단을 내리기도 한다. 자신이 생각하는 병에 집착하여 큰 병원이나 유명한 전문병원을 전전하면서 스스로 질병이나 검사 결과를 연구하거나 의학 정보를 수집하며 확인받고 싶어 한다.

◇지나친 건강 강박 없애기
병원을 찾는 사람 중 4~5%는 건강염려증 환자에 속한다고 한다. 아픈 곳이 없는데도 병원을 찾는 사람들 중에는 실업, 취업난 등의 스트레스를 신체적 불안으로 키워 병을 앓는 경향이 많고, 연령이나 결혼 여부, 경제적인 상태 및 교육수준과는 관계가 없다고 한다. 특히 만성 퇴행성 질환이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해 건강에 대해 불안해하는 40~50대가 많다.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한국인의 건강상태와 의료기관 이용’ 보고서에 따르면 OECD 건강통계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만 15세 이상 한국 사람의 35.1%만 자신의 건강 상태가 좋다고 생각하고 나머지 65%는 자신의 건강상태에 대해 실제보다 과도하게 부정적으로 여기는 건강염려증이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를 입증하듯 몸에 좋다는 각종 비타민에 온갖 건강보조식품이 쏟아지며 호황을 누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약을 남용하거나 오용하여 생기는 부작용뿐만 아니라, 각종 검사로 인한 방사선 노출로 암 발생 위험도 증가하고 있다.

건강염려증 환자들은 몸이 어딘가 안 좋으면 의사에 대한 불신으로 무턱대고 각종 검사들을 통해 병이 있다는 확인을 받으려 한다. 물론 정기적으로 받는 건강검진은 특별히 증상이 없어도 조기 발견으로 건강을 지킬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의 건강상태를 주기적으로 확인하는 것은 필요하다. 건강검진 결과 이상이 없다고 술이나 담배 등 몸에 좋지 않은 습관을 지속하다가 뒤늦게 병이 악화되는 경우도 있다. 더욱이 건강검진이 개인의 모든 병을 샅샅이 다 찾아내는 만능검사가 아니기 때문에 가족력 등을 고려해 스스로 알아서 확인하고 챙기는 것은 건강을 위한 기본자세다.

◇건강에 대한 걱정 대신 스트레스 해소를
문제는 병의 증상을 잘못 이해하거나 확대 해석하여 병을 키우고 몸이 아프면 중병에 걸린 것으로 생각하는 잘못된 생각에 따른 비현실적인 공포나 믿음이다. 건강염려증 환자는 겉으로는 아파 보이지 않고 검사 결과도 정상으로 나오는데 몸 여기저기가 아프다고 믿기 때문에 증상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스트레스나 불안 등을 완화시키기 위한 약물이나 상담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건강염려증 환자가 호소하는 불안 증상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환자가 확실한 근거 없이 불필요한 검사나 치료를 받지 못하도록 환자의 아픔에 공감하며 병의 특징이나 경과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막연한 두려움이나 공포를 떨치도록 도와야 한다.

넘쳐나는 건강 정보의 홍수 속에서 건강에 대한 끝없는 불안에 시달리지 않으려면 지나친 건강 정보를 접하지 않도록 조절할 필요가 있다. 몸이 아프면 신체의 변화에 민감해지기 마련이지만 지나친 건강에 대한 관심은 오히려 건강 강박으로 이어져 없는 병도 만드는 심각한 고통을 초래한다. 평소 균형 잡힌 식습관이나 규칙적인 운동과 충분한 수면, 스트레스 해소 등을 통한 건강습관을 갖는 게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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