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우 교수(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정진우 교수(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대부분의 행정형법은 벌칙규정에서 양벌규정(쌍벌규정)을 두고 있다. 그런데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양벌규정은 일반 양벌규정과 구조가 다르다. 양벌규정은 일반적으로 행위자의 처벌을 별도의 처벌규정(벌칙 본조)에서 규정하고, 양벌규정에서는 행위자 이외의 자의 처벌만을 규정하는 구조이지만, 「산업안전보건법」에서는 사업주가 법률상 의무이행주체이므로, 법인의 경우 의무를 위반한 법인이 정범(正犯)에 해당하고, 법인의 대표자, 종업원은 단순히 행위자로서 의무이행주체가 아님에도 양벌규정에 의해 처벌되는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법인의 대표자, 종업원 등 행위자가 「산업안전보건법」에 의하여 처벌되는 근거는 「산업안전보건법」 제71조의 양벌규정 중 “그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라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 판례 또한 “산업안전보건법상 정해진 벌칙 규정의 적용 대상은 사업자임이 규정 자체에 의하여 명백하나, 한편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71조는 법인의 대표자 또는 법인이나 개인의 대리인, 사용인(관리감독자를 포함한다), 기타 종업원이 그 법인 또는 개인의 업무에 관하여 제67조 내지 제70조의 위반 행위를 한 때에는 그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그 법인 또는 개인에 대하여도 각 본조의 벌칙 규정을 적용하도록 양벌규정을 두고 있고, 이 규정의 취지는 각 본조의 위반행위를 사업자인 법인이나 개인이 직접 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그 행위자나 사업자 쌍방을 모두 처벌하려는 데에 있으므로, 이 양벌규정에 의하여 사업자가 아닌 행위자도 사업자에 대한 각 본조의 벌칙규정의 적용 대상이 된다.”(밑줄은 필자)고 판시하고 있다.(대판 2011.9.29, 2009도12515;대판 2007.7.26, 2006도379;대판 2001.5.14, 2004도74;대판 1995.5.26, 95도230. 같은 취지: 대판 2007.12.28, 2007도8401;대판 1999.7.15, 95도2870;대판 1991. 11. 12, 91도801 등).

즉, 판례는 「산업안전보건법」에서 법인의 대표자, 종업원(위반행위자)을 처벌하는 근거는 양벌규정이라는 점을 확인하고 있는 것이다.

양벌규정에 의한 사업주의 처벌은 위반행위자인 종업원의 처벌에 종속하는 것이 아니라, 독립하여 그 자신의 종업원에 대한 선임감독상의 과실로 인하여 처벌되는 것이므로, 종업원의 범죄성립이나 처벌이 사업주 처벌의 전제조건이 될 필요는 없다(대판 2006.2.24, 2005도7673;대판 2007.11.16, 2005다3229;대판 1987.11.10, 87도1213 등).

따라서 양벌규정에 의해 사업주를 처벌하는 경우, 그 대표자 또는 종업원이 그 법인 또는 개인의 업무에 관하여 소정의 위반행위를 한 것이 증명되면 그것으로 충분하고, 행위자가 기소ㆍ처벌되는 것을 요건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 결국, 위반행위자는 처벌되지 않고 사업주만이 처벌될 수도 있다.

한편, 「산업안전보건법」 중에는 의무주체가 사업주에 한정되어 있지 않고 폭넓게 일반인을 규제의 대상으로 하고 있는 조항이 마련되어 있다. 예를 들면, 황린 성냥 등의 제조·수입·양도·제공 또는 사용을 금지하는 제37조가 그것이다. 동조에 위반하는 행위를 한 자에 대해서는, 설령 그것이 법인 또는 개인의 업무에 관하여 행하여진 경우라 하더라도, 양벌규정을 기다릴 필요도 없이 법 제37조의 위반자를 처벌하는 것을 규정하고 있는 법 제67조만을 근거로 하여 처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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