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0대 재난재해 정리
안전한 대한민국을 위한 모두의 염원에도 불구하고 ‘人災·安全不感症’ 매스컴에 연일 등장
주거취약계층 거주시설의 위험성 문제 수면 위로

부푼 희망과 기대를 안고 시작했던 2018년 무술년(戊戌年)도 어느덧 저물어 가고 있다. 특히 올해는 문재인 대통령이 각종 현안에 대해 본격적인 드라이브를 건만큼 정부의 적극적인 행보가 이어진 가운데, 안전 분야에 있어 크고 작은 변화가 많았던 해로 기록되고 있다. 연 초부터 범부처가 행정력을 결집해 ‘국민생명지키기 3대 프로젝트(산업재해·교통사고·자살 예방)’를 수립해 발표한 것은 물론, 1990년 이후 28년 만에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이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국 곳곳에서는 각종 안전사고가 이어져 ‘인재(人災)’, ‘안전불감증(安全不感症)’이란 단어가 연일 매스컴에 오르내렸다. 본지는 올해 발생한 주요 사고들을 반면교사(反面敎師) 삼아 새해에는 반드시 안전 선진국으로 나아가길 희망하며 ‘2018년 10대 사고’를 정리해 봤다.
 

 



 

(이미지 제공 : 뉴시스)

 

1. 전남 영광 교량공사 중 무너진 철근에 근로자 2명 사망

새해를 맞이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사망재해가 발생해 국민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1월 17일 오전 9시 29분께 영광군 군남면에 소재한 교량 건설현장에서 작업 중이던 근로자 2명이 철근더미에 깔려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당시 근로자 A씨와 B씨 등은 군남면 도장리에서 불갑면 순용리(77.5m)로 연결되는 교량건설 기초 공사 중 하나인 철근 연결 작업 중 변을 당했다. 이날 사고는 총체적인 안전불감증이 불러온 인재(人災)로 확인됐다. 경찰 조사 결과 철근을 연결할 때 구조물의 안전성을 위해 철근을 바닥에서 짧고, 긴 순으로 반수이음(엇이음) 조립해야 함에도 같은 높이로 일정하게 시공해 1.5t의 중량이 가중된 것이다. 또 무등록 건설업체가 철근 연결 작업 공사를 맡은 것은 물론, 철근이 설계 도면대로 설치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한 작업이 진행됐고, 안전점검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외에도 해당 철근은 사고에 앞서 6~7회의 선형작업을 통해 용접된 부위의 강도와 결속력이 현저히 떨어져 있었다. 시공사 등은 이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철근 해체 후 재시공이나 보강작업 등 아무런 안전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미지 제공 : 뉴시스)

 

2.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 46명 사망·109명 중경상

지난해 연말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를 삼킨 화마(火魔)는 올해도 나타나 대한민국을 다시 한 번 비통에 빠뜨렸다. 지난 1월 26일 오전 7시 32분경 경남 밀양에 소재한 세종병원에서 화재가 나 입원해 있던 환자 등 무려 46명이 사망하고 109명이 중경상을 입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이날 사고는 병원 1층 응급실 내 탕비실 천장 내부 콘센트용 전기배선이 합선되면서 발생했다. 요양병원의 특성상 고령자 또는 거동이 불편한 환자가 많아 대피가 늦어진데다가 스프링클러도 설치돼 있지 않아 인명피해가 컸다. 아울러 불법.증개축, 비상 발전기 미가동을 비롯해 소방훈련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안전관리가 부실했던 점도 이번 참사가 발생한 배경으로 지목됐다. 한편 이번 화재는 건축물 화재안전기준을 대폭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건축법 하위법령 개정과 화재위험성이 높고 대형인명피해가 우려되는 전국 건축물을 대상으로 ‘화재안전특별조사’가 추진되는 계기가 됐다.
 

(이미지 제공 : 뉴시스)

 

3. 부산 엘시티 추락사고, 부실 안전관리·감리 및 공무원 유착 등이 결합된 총체적 人災

올해에는 현장 내 만연한 안전불감증과 부실한 관리.감독이 결합된 후진국형 안전사고가 발생해 충격을 더했다. 지난 3월 2일 오후 1시 50분께 해운대 엘시티 공사현장 56층에서 시스템작업대(SWC)가 200m 아래 지상으로 추락하면서 근로자 4명이 사망하고 6명이 부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작업대 앵커의 클라이밍 콘과 타이로드의 체결 길이가 기준(55㎜ 이상)보다 현저하게 짧은 10.4~12.4㎜로 결합돼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장 근로자가 시공 시 타이로드의 노란색 도색 부분까지 결합해야 함에도, 거꾸로 체결하거나 앵커 플레이트를 클라이밍 콘에 밀착해 반대로 조립하는 등 설계도면에서 정한 설치방법도 인지하지 못하고 작업에 임한 것이다. 또 현장을 철저히 관리감독해야 할 관리감독기관에서 현장 관계자들에게 지속적으로 향응을 제공받고 부실감독을 해 온 사실이 경찰 조사 결과 밝혀져, 국민들로부터 지탄을 받기도 했다.

(이미지 제공 : 뉴시스)

 

4. 강원도 정선 철광산 매몰사고…근로자 6명 死傷

광산 근로자가 발파사실을 모른 채 작업을 지속하다 매몰돼 사망하는 어처구니없는 사고도 발생했다. 지난 4월 26일 오후 3시 40분쯤 강원도 정선군 신동읍 H철광 신예미 광업소 지하 525m 갱내에서 환기용 갱도를 뚫기 위한 발파작업 중 갱도가 무너져 근로자 3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이 사고는 현장 안전관리책임자인 A씨와 B씨 등 2명이 화약을 발파하기 전 발파 지점 인근에 작업자들이 있는지 여부를 면밀히 확인하고, 주변에 유동 인원을 통제할 수 있는 감시원을 배치하는 등 관련 규정을 준수해야 함에도, 이를 확인하지 않고 발파하여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A씨는 사건 당일 발파 현장에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1급 화약류관리기사 자격증을 소지한 B씨는 본인만 대발파(300㎏이상 발파)를 할 수 있었음에도 자격증을 소지하지 않은 근로자에게 발파하도록 지시했으며, 발파작업일지 등에 대발파가 아닌 일반 발파를 한 것처럼 허위 기재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장 내 만연한 안전불감증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밖에도 갱내 근로자 등에게 정기적인 안전교육을 실시하지 않은 것은 물론 수시·정기점검, 화약류 취급상황 조사 및 현장 안전진단 등 관리 감독도 소홀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안전관리책임자 A씨 등 2명을 비롯해 화약류 관리 책임자 등 총 10명은 사법처리 됐다.

(이미지 제공 : 뉴시스)

 

5. 충남 예산서 고속도로 유지·보수 중 추락사…근로자 4명 사망

지난 5월 19일 충남 예산군 대전당진고속도로 당진 방향 차동1교에서 교각 하부 점검 통로(난간)가 탈락되면서 작업 중이던 근로자 4명이 40여 미터 아래 수풀로 추락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는 교각과 점검 통로를 연결해주는 앵커볼트가 설계상 다르게 시공된 것이 원인인 것으로 확인됐다. 국과수 현장감식 결과 앵커 볼트 8개가 빠져있고, 앵커 볼트도 설계상 길이가 120mm가 아닌 90mm로 시공된 것이 드러난 것이다. 해당 사고 직후 국토부는 관계기관과 합동으로 점검 계단이 설치된 모든 교량을 대상으로 점검시설 실태조사에 나섰으며, 감독기관인 대전지방고용노동청도 유지.보수업체인 D건설과 한국도로공사 대전충남본부 및 공주지사 등을 대상으로 특별감독을 실시했다.

(이미지 제공 : 뉴시스)

 

6. 세종시 주상복합 공사현장서 전선 단락으로 화재…40명 사상

일반적으로 동절기에 추진되는 고용노동부의 화재사고 예방 감독이 한 여름에도 실시되게 만든 화재도 발생했다. 지난 6월 26일 오후 1시 16분께 세종시 새롬동의 한 주상복합 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 지하 1층 1303동 좌측 구역에서 화재가 나 근로자 3명이 숨지고 37명이 부상을 당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국과수 감식결과 이날 화재의 원인은 전기적인 요인으로 밝혀졌다. 발화지점 등기구 잔해 전원선에 식별할 수 있는 단락흔이 발견된 것이다. 단락흔이 발견된 전선은 전등과 연결된 선으로 설계도면 상에는 없었지만 지하층 공사를 위해 임시로 설치된 것으로 확인됐으며, 이 전선이 끊어진 이유에 대해서는 밝혀지지 않았다.

사고 직후 이춘희 세종시장은 재발 방지를 위해 ▲위법행위 단속을 위한 안전감찰 전담 조직(4명) 신설 ▲대규모 건설현장 사고에 대한 관계기관 협조·점검 강화 ▲예상치 못한 재난·범죄 피해에 대비한 ‘시민안전보험’ 도입 ▲상시 안전 감시체계 구축을 위해 통·반장 등을 활용한 ‘안전보안관(40명)’ 제도 시행 ▲전문가 및 안전도시위원회 등과 함께 위해요소 적극 발굴 및 개선 추진 등 5가지 후속 안전 대책을 약속했다. 아울러 감독당국인 고용노동부는 이처럼 건설현장에서 계절적 요인과 관계없이 화재로 인한 대형사고가 지속 발생하는 점을 감안해 전국 200개 건설현장을 대상으로 불시감독을 실시하기도 했다.

(이미지 제공 : 뉴시스)

 

7. 인천 세일전자 생산공장 火災…고의적인 경보기 차단 등 고질적 안전불감증이 피해 키워

평소 소방점검을 철저히 했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안타까운 화재사고도 있었다. 지난 8월 21일 15시 43분께 인천시 남동구 논현동에 소재한 세일전자 생산공장 4층에서 큰 불이나 9명이 숨지고 6명이 부상을 당하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조사결과 이곳에서는 최초 발화지점인 4층 천장 상부에서 장기간 누수와 결로 현상으로 잦은 정전이 지속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교체와 보수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데다, 소방시설을 조작해 고의로 경보기 작동을 차단하는 등 안전불감증이 심각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아울러 화재 발생 2개월 전 민간 소방시설관리업체가 실시한 소방설비 점검에서도 무자격자로 구성된 점검 인력이 참여하는 등 부실점검도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이러한 부실점검 탓에 실제 화재 당시 4층에서는 초기 불길의 확산을 막아야할 스프링클러가 약 1시간 가까이 작동되지 않아 막대한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번 사고는 기업이 안전조치와 보건조치 의무를 소홀히 해 근로자를 사망으로 이르게 한 만큼, 산재 사망사고 발생 시 사업주와 경영진, 법인에 대한 처벌을 한층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기업 등의 안전관리위반범죄 처벌에 관한 특별법안’이 최근 국회에 제출되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

(이미지 제공 : 뉴시스)

 

8. 국민들의 간담을 서늘케 한 상도유치원 붕괴사고

건설현장 지반 붕괴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지하안전관리에 대한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하는 사고도 발생했다. 지난 9월 6일 오후 11시 22분께 동작구 상도동의 한 공사현장에서 지반이 침하되면서 인접해 있던 상도 초등학교 병설 유치원 건물 일부가 붕괴되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다. 심야 시간이라 건물에 남아있던 사람이 없어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주로 어린이들이 사용하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국민들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이번 붕괴사고 이후 관할 구청인 동작구청은 안전.재난관리 전담기구 ‘안전재난담당관’ 신설 추진 등의 대책마련에 나섰다. 아울러 부실 감리로 직결될 위험성이 높은 이른바 ‘셀프감리(자체감리)’가 이번 붕괴사고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됨에 따라 국토부가 지방자치단체가 감리업체를 직접 지정하도록 ‘공영(公營)감리’ 대상을 확대하는 건축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고, 10m 이상 굴착공사에 토목 감리원 상주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건설현장 굴착공사 안전대책’을 내놓는 계기가 됐다.

(이미지 제공 : 뉴시스)

 

9. 국가기간시설 안전관리 허점 노출된 고양 저유소 대형화재

국가기간시설의 부실한 안전관리가 만천하에 공개되는 사건도 발생했다. 지난 10월 7일 오전 10시 56분께 대양송유관공사 서울북부저유지에서 휘발유가 저장된 원형 탱크가 폭발했다. 이 폭발로 원형탱크의 콘크리트 상부가 날아가면서 불기둥이 치솟았고, 서울 등 인접지역에서 불길과 연기가 관찰될 정도로 화재 규모가 컸다. 당시 직원들이 사용하는 사무실과 사고가 일어난 유류 저장탱크는 상당한 거리가 있어 다행히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소방당국은 사고 직후 소방헬기 5대를 비롯해 장비 205대, 소방인력 684명을 동원해 진화작업에 나섰으나 워낙 화재 규모가 큰데다 대형 유류 화재의 경우 소화액이 사실상 통하지 않아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조사 결과 이날 사고는 현장 근접해 있는 건설현장에서 근무하는 스리랑카 근로자가 재미로 날린 풍등에 의한 실화(失火)가 원인인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누구나 쉽게 사용하는 풍등으로 인해 이러한 대형화재가 발생했고, 특히 국가기간시설임에도 불구하고 저유소 휘발유 저장탱크의 10개 유증환기구 중 단 1개에만 화염감지기가 설치되어 있었다는 사실이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주었다. 또 건초 등 저장탱크 주변 가연물이 그대로 방치돼 오는 등 저유소의 부실한 안전관리가 경찰 수사를 통해 속속 공개되면서 국민들의 분노를 자아냈다. 한편 대한송유관 공사는 이러한 화재 재발방지와 안전관리 강화를 위해 ‘안전 자문위원회’를 발족했으며, 이를 통해 법적관리 항목에 더한 글로벌 스탠다드 수준 이상의 안전관리 시스템을 확보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미지 제공 : 뉴시스)

 

10. 제도적 허점이 불러온 국일 고시원 화재…18명 사상

올해 빈번하게 발생한 각종 화재사고를 감안해 정부가 재발방지를 위한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성난 화마(火魔)는 기어코 빈틈을 파고들어 국민들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갔다. 지난 11월 9일 서울시 종로구에 소재한 국일 고시원 건물 3층 출입구 쪽에 위치한 301호 에서 화재가 나 7명이 숨지고 11명이 부상을 입는 등 총 18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고 직후 소방당국은 소방대원 173명과 경찰 40명 등 총 236명을 투입해 진화작업에 나섰고, 화재 2시간 만인 오전 7시께 완전 진화에 성공했다. 대규모 인원을 동원해 신속한 진화작업이 진행됐음에도 인명피해가 컸던 이유는 사고 건물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은데다가 건물 내 유일한 출입구 쪽에서 불이나면서 거주자들의 대피가 어려웠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사고는 관련법 개선의 필요성과, 주거취약계층 거주시설에 대한 화재 위험성 문제를 사회적으로 환기시키는 계기가 됐다. 한편 서울 종로경찰서는 중실화 및 중과실치상 혐의로 화재가 발생한 고시원 301호 거주자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 받았으며 현재 치료 중인 점을 감안해 퇴원 후 구체적인 사고 당시의 상황 등에 대해 조사할 방침이다.

저작권자 © 안전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