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사는 데 있어서 생명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을까. 지난 5월 11일 새벽 2시쯤 광주에서 심장마비로 쓰러진 아버지를 초등학교 6학년 어린이가 심폐소생술로 구해낸 일화가 있었다. 심폐소생술이란 심장이 활동을 갑자기 멈추었을 때의 응급처치법이다. 어린이는 선경지명이 있었던 모양이다.

아버지가 심장마비로 쓰러진 적이있는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베개를 가지고 심폐소생술을 연습하였다고 한다. 마침 아버지가 쓰러지자 침착하게 심폐소생술을 실시하여 생명을 건진 것이다. 어른도 하기 힘든 상황을 초등학생이 지혜롭게 대처했다는 것에 놀랐다. 초등학생이면 집에서 응석을 부릴나이가 아닌가.

우리나라에서도 일본처럼 시민안전체험관을 짓고 안전에 대한교육을 하고 있다. 동영상을 시청하게 하고 마네킹으로 심폐소생을 한다. 심폐소생술의 요령은 다음과 같다. 먼저 고개를 뒤로 젖혀 기도를 확보한 후 인공호흡을 한다. 그리고 흉부를 손꿈치로 압박한다. 인공호흡 2번과 흉부압박 30회를 반복하는데, 성인이 체중을 실어 압박해야할 정도로 힘이 필요하다. 어쩌면 성장기에 있는 초등학생이 실행하기에는 쉬운 일이 아니다.

필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초등학생은 반드시 심폐소생술을 할 줄알아야한다는 것이 아니다. 또 심폐소생술의 중요성을 강조하려는 것도 아니다. 이 두 가지는 이미 여러 매체를 통해 익히 강조되어 왔던 부분이기에, 필자는 다른 관점에서 이를 바라보고자 한다.

‘4분의 기적’이라는 말이 있다. 호흡과 맥박이 정지되면 4분부터 뇌가 손상을 입기 시작하고, 10분후면 심한 뇌손상 혹은 뇌사상태가 된다. 때문에 심장마비로 쓰러진 환자에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조기 응급처치이다. 4분 이내에 심폐소생술을 실시하여야 뇌손상을 줄여주므로 ‘4분의 기적’이라고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4분의기적을 만들 수 있는 인력(긴급히 심폐소생술을 할 줄 아는 사람)과 장비(구급차량, 심실제세동기)가 부족하거니와 개인주의로 인해 이기적을 만들 수 있는 여건 역시 절대 미흡한 상황이다. 특히 사회가 양산한 개인주의는 이 ‘4분의 기적’을 거의 불가능 하게 하고 있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매년 2만명 가까이 심정지 환자가 발생한다. 2008년 통계에 따르면 119신고 후 구급차가 도착하는 시간은 평균 7.8분이었다. 서울시 119구급대의 5분내 도착률은 31.6%라고 한다. 촌각을 다투는 시간 속에서도 구급시간이 지연되고 있는 셈이다.

그럼 119구급대의 도착이 지연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교통정체가 가장 큰 장애물이다. 1분1초가 아까운데 비상사이렌을 아무리 울려도 차량들이 길을 내주지않는다. 구급대원들은 다급한 마음에 중앙선을 침범하면서 현장에도착하는데도 ‘4분의 기적’을 수행할 수 있는 시간에는 크게 늦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가하면 응급 상황이 아닌데도 119전화벨을 울리는 사람들이 많다. 단순 감기환자나 찰과상으로도 119를 호출한다. 상습적으로 택시처럼 119구급차를 이용하는 경우를 본적도 있다. 한 사람이 200여회 이용한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119신고가 접수되면 가까운 곳의 구급차가 출동하는 것이 원칙이나, 비응급 출동이 많기 때문에 먼 거리에있는 구급차가 출동하여 지연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나는 지금까지 나의 안일함을 추구하기 보다는 공동체의 행복을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라는 생각을 지니고 살았다. 그러나 개인주의가 팽배해진 사회 속에서 나의 이성도 가끔은 마비되곤 한다.

나는 몇 가지 제안하고 싶은 것이있다. 먼저 인구 이동이 많은 지역에 구급차량과 심실제세동기를 늘릴 필요가 있다(심지어 학교에도 심실제세동기를 비치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시민들의 개인주의적 행동에 대한 제재를 좀 더 강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행복한 안전사회는 구성원 모두가 안전에 대해 책임지고, 안전을 위한 제반여건이 갖춰졌을 때 만들어지는 것이다. 하루빨리 위의 문제점들이 해결되어 ‘4분의 기적’이 우리사회 전반에 널리 퍼져나가길 기대한다.

저작권자 © 안전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