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잦은 사고로 우려가 끊이지 않았던 KTX가 결국 지난 8일 ‘탈선’이라는 대형사고까지 내고 말았다. 당시 주행속도가 시속 103㎞ 정도라 15명이 부상을 입는 데 그쳤지, 만약 속도가 더 빨랐거나 심한 곡선구간에서 사고가 났다면 엄청난 참사가 벌어질 뻔했다.

이번 KTX 탈선사고를 보면서, 많은 국민들이 다시금 지난 9월 발생했던 서울 상도동 유치원 붕괴 위험 사고를 떠올리고 있다. 두 사고 모두 정말 운이 좋았다 뿐이지, 아찔한 사고이기는 마찬가지다. 특히나 최근 유치원 문제로 사회가 워낙 시끄럽다보니, 상도유치원 붕괴 위험 사고 역시 쉽게 잊히지 않고 있다.

당시 사고를 되짚어보면, 지난 9월 6일 밤 인근 다세대주택 공사장 옹벽이 굉음과 함께 무너지면서 상도유치원 건물이 10도가량 기울었다. 낮 시간이 아니었던 게 천만다행이었다.

서울시의회 조상호 의원(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이미 지난 3월말 이상징후가 발견돼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이수곤 교수에게 점검을 의뢰한 결과, 위험성을 경고 받고 구청·교육청 및 시공사에 알렸다고 한다. 이후 수차례 구조안전진단 업체에 진단을 맡겼고, 사고 전날인 9월 5일엔 교육청과 유치원, 공사업체 쪽이 대책회의도 했다.

당시 이수곤 교수가 작성한 자문의견서에는 상도유치원 주변 공사현장은 지질상태가 취약해 철저한 지질조사 없이 설계·시공할 경우 붕괴될 위험성이 높으니 ▲시추지질조사 및 시추공내 영상촬영, 지표지질조사를 시행할 것 ▲현재 암반을 채취해서 전단강도를 직접 파악할 것 ▲본 지역에 발달하는 단층을 고려한 사면안정성을 재검토할 것 등의 조치가 추가적으로 필요하다는 내용이 적시됐다.

종합하면, 상도유치원 건물 인근 현장은 이미 5개월 전에 붕괴 위험성이 경고된 곳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시교육청과 관계 당국이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방관했던 것이다.

아무리 개인 땅이라지만, 높은 지대의 유치원에 바싹 붙은 부지에서 이런 공사를 벌인 것 자체가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사회라면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비단 상도유치원만이 아닐 것이다. 곳곳에서 벌어지는 다세대주택 등 소규모 공사의 경우, 흙막이나 옹벽 공사를 값싼 방식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건축주·시공사 쪽의 의뢰를 받은 업체가 감리를 맡아 부실감리가 이뤄진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자 지난해부터 소규모 공사장엔 ‘공영감리’ 제도를 도입했는데, 이번 공사장의 경우 공영감리가 이뤄졌는지, 감리 내용에 문제는 없었는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지속적으로 이상징후 신고가 들어갔는데도 안이하게 대응한 구청의 책임도 매우 크다. 동작구청 쪽은 심지어 대책회의에도 참석하지 않았다고 한다. 사고 약 1주일 전인 8월 31일 발생한 서울 금천구 가산동 아파트 옆 땅꺼짐 사고도 구청이 주민들의 신고에 굼뜨게 대응하다가 지반침하가 급속도로 진행된 경우다. ‘설마 큰일이야 나겠는가’ 하는 안전불감증이 대형 사고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잊었는가.

국토교통부의 지시·요청대로 앞으로 전국 지자체와 관련기관은 지속적으로 유사 공사장에 대한 안전관리 실태점검에 철저히 나서야 한다.

더불어 정부는 안전을 그토록 강조해도 왜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지 현장 상황을 섬세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잇따르는 사고를 우리 사회 안전시스템에 대한 마지막 경고로 여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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