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 기관사 등 16명 부상
사고 원인은 선로전환기 오류로 추정
정부 “안전권을 기본권으로 천명한 상황에서 부끄러운 사고”

(이미지 제공 : 뉴시스)

 

지난 8일 강릉에서 출발한 KTX 고속열차가 주행 중 탈선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자칫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열차는 지난 10일 오전 운행이 재개됐지만 최근 오송역 KTX 단전사고 이후 정부가 철도안전관리를 강화하겠다고 약속한 상황에서 또 다시 사고가 발생하자 국민들은 철도안전 사고에 대한 정부의 대응능력과 의지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사고는 지난 8일 오전 7시 30분께 강릉역을 출발한 KTX산천 서울행 806 열차가 시속 103km로 달리던 중 차량 10량이 선로를 이탈하면서 발생했다. 이 사고로 승객 15명과 역무원 1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사고 직후 코레일은 사고수습대책본부를 가동하며 400여 명의 복구인원과 기중기, 구원 기관차 등 장비를 총동원해 복구 작업에 나섰다. 그리고 사고 발생 45시간 여 만인 지난 10일 5시 30분께 운행을 재개했다. 코레일은 당분간 안전한 고객 수송을 위해 사고가 발생한 청량신호소 구간은 시속 40㎞ 이하의 속도로 서행할 예정이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지난 9일 사고 현장을 찾아 “국토부가 코레일의 정비 실태나 사고 대처 등 전반적인 문제에 대해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했는데 또 이런 사고가 발생해 더 변명의 말이 필요 없다”며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한편 오영식 코레일 사장은 이번 탈선 사고와 관련해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지난 11일 사의를 표명했다.


◇1년간 사고 우려 안고 달린 KTX…오류 시스템 전면 개봉한 적 없어
현재까지 진행된 사고 조사 결과 이번 사고는 선로전환기의 신호 오작동이 원인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사고 직후 현장을 둘러본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들과 코레일은 남강릉분기점 선로전환기 전환상태를 표시해 주는 회선 연결이 잘못돼 신호시스템에 오류가 난 것으로 판단했다. 점검 결과 21B에 꽂혀 있어야 할 케이블이 21A에, 21A용 케이블은 21B에 서로 뒤바뀐 채 꽂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오류가 난 신호시스템이 시공부터 잘못됐을 가능성도 발견됐다. 국토부를 포함한 철도공단, 당시 시공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해당 신호시스템에 대해 확인 작업을 벌인 결과, 코레일이 해당 시설을 넘겨받은 뒤 유지관리 과정에서 통상적인 점검은 실시했지만, 해당 시스템을 전면 개봉한 적이 없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는 공사가 끝난 지난해 9월부터 1년이 넘도록 사고가 발생할 소지를 안고 KTX가 운행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해 코레일은 “21A와 21B에 연결된 잭만도 수십 개에 이른다면서, 이는 전문가가 아니면 절대로 건드릴 수 없고 전문가도 문제가 없는 한 개봉하거나 새롭게 잭을 연결하는 시도를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文 대통령 “철저한 사고 원인 규명과 함께 재발방지 대책 마련”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안전권을 국민의 새로운 기본권으로 천명하고 있는 정부로서 참으로 국민께 송구하고 부끄러운 사고”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오후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 비서관·보좌관 회의 모두 발언에서 “8일의 강릉선 KTX 사고는 ‘우리의 일상이 과연 안전한가’라는 근본적 불신을 국민에게 줬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천만 다행으로 열차가 저속 상태여서 인명 피해가 없었지만, 자칫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었던 사고였다”며 “부상을 당한 분들과 불편 겪은 분들께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이어서 문 대통령은 “우리의 교통 인프라가 해외로 진출하고 있고, 더욱 활발한 진출이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마당에 민망한 일”이라며 “국토부는 이번 사고 뿐 만 아니라 최근 크고 작은 철도 사고가 빈번하다는 사실을 중시해 철저한 사고 원인 규명과 함께 재발 방지를 위한 분명한 쇄신 대책을 마련해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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