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우 교수(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정진우 교수(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 행정형법에서는 법적 의무주체와 행위(범죄)주체가 분리되어 있는 특징이 있다. 법인사업주의 경우는 의무주체이더라도 범죄주체는 될 수 없다. 범죄주체는 법인으로부터 위임을 받은 행위자이다. 

그런데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의무이행의 위임은 사업주(법인은 대표자)가 특정의 의무이행을 종업원의 임무로 정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고, 의무의 이행을 가능하게 하기 위한 기타의 조건을 충족하여야 한다(권한의 부여). 정당하게 의무이행의 위임이 이루어져 있는 경우에는 위임에 의해 사업주를 위해 의무를 이행하는 임무를 지는 종업원이 의무자가 되고, 사업주는 그 선임·감독에 대해 주의의무를 부담하지만 본래의 의무는 벗어난다.

산업안전보건법의 형사책임은 사업주(법인의 경우는 법인기업 그 자체)가 지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실제는 회사라고 하는 법인 그 자체는 손도 발도 없기 때문에 법적 조치는 실행할 수 없다. 따라서 대표자가 법인을 대신하여 법적 의무조치에 대한 실행책임과 형사책임을 부담한다.  

그러나 대표자인 사장 본인이 매일 제조공장, 건설현장 등에 나가 직접 조치의무를 실행하는 것은 특히 대기업과 같은 경우는 곤란하다. 이 때문에 사업주가 조치의무를 진다고 해도, 실제로는 사업주인 법인의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조치의무를 이행하는 사람은 기업조직상 법인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고 있는 ‘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이다(법 제71조).

사장→공장장→제조부장→기계과장 식으로 위임(사무분장)되고 누가 그 조치의무를 행하여야 할지가 결정된다. 그리고 그 권한을 위임받고 있는 사람이 해당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그에게 부작위의무에 대한 형사책임이 물어진다.

개인기업이든 법인기업이든 기업조직의 내부에서는 사업주의 권한은 분할되고 순차적으로 조직 하부의 자에게 그 권한이 위임되어, 이들 권한을 위임받은 자들이 각각의 업무를 수행하고, 사업주는 이와 같은 유기적인 조직체인 기업 전체를 총괄관리하여 사업을 행한다. 사업주가 스스로 조치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에는, 사업주의 책임으로 조치를 이행해야 할 자를 정하고 그 자로 하여금 이행하게 하는 것도 인정하고 있다.

사업주 자신은 스스로에게 부과된 조치의무에 대하여 그 이행을 제3자에게 위임할 수 있고, 현실적으로 제3자에게 그 이행방법을 위임하더라도 조치를 강구할 의무가 소멸하는 것은 아니며, 어디까지나 법률상의 의무자임에도 불구하고, 사업주로부터 조치의 이행을 위임받은 자는 그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조치를 행할 의무를 질 뿐만 아니라, 양벌규정의 적용에 의해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의무자가 된다.

한편, 산업안전보건법상 위험방지를 위한 각종의 조치의무를 이행하여야 할 책임을 지고 있는 사업주가 동법상의 의무를 태만히 하였다고 하여 형사책임을 추궁받는 경우는 다음과 같은 3가지로 정리될 수 있다.

첫째, 종업원에게 의무이행의 위임을 하고 있지 않은 경우에, 사업주 스스로가 의무에 위반하는 행위를 하였을 때이다.

둘째, 종업원에게 의무이행의 위임을 하고 있지만, 그 이행에 필요한 권한을 종업원에게 주고 있지 않은 경우에, 의무위반이 발생한 때이다.

셋째, 유효한 의무이행의 위임이 이루어지고 있어도, 사업주 자체에게 위반행위가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 때이다. ① 사업주가 부작위의무에 위반한 경우, ② 종업원(법인의 대표자를 제외)에게 의무이행의 위임이 이루어진 후 사업주가 종업원에 의한 의무위반이 행해지도록 하거나 위반이 계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을 방치하거나 또는 종업원에게 위반행위를 지시하는 등의 행위에 나선 경우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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