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광수의 마음 돋보기

문광수 교수(중앙대 심리학과)
문광수 교수(중앙대 심리학과)

 

직업 건강 심리학(Occupational Health Psychology) 영역에서는 그동안 스트레스에 대해 이롭기 보다는 부정적인 영향이 많은 것으로 간주해왔다. 그동안 스트레스에 대한 연구는 만병의 근원이고, 감기부터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간주해왔다. 즉 스트레스는 사람들의 적으로 여겨왔다.

하지만 최근 연구 결과들은 스트레스에 대한 생각을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한 대표적인 연구를 소개하면 미국의 국가 건강 인터뷰 조사(National Health Interview Survey) 연구(Keller, Litzelman, Wisk, et al, 2012)다. 이 연구에서는 1998년부터 2006년까지 8년 동안 성인 약 3만 명을 추적 조사하였다. 이 연구의 대표적인 질문은 “지난 한 해 동안 당신은 스트레스를 얼마나 경험하셨습니까?”이다. 그리고 추가적인 질문은 “당신은 스트레스가 건강에 해롭다고 믿으시나요?”였다.

이러한 질문을 바탕으로 사망한 사람들의 자료를 추적하여 다시 분석하였다. 분석결과 지난해 많은 스트레스를 경험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 보다 사망할 위험성이 43% 더 높았다. 하지만 이러한 효과는 스트레스가 건강에 매우 해롭다고 믿는 사람들에게만 해당되는 결과였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지만 스트레스가 건강에 해롭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사망과 관련이 적었고 오히려 이러한 사람들의 사망확률은 스트레스를 거의 받지 않은 사람들과 유사하였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스트레스 자체 보다는 스트레스가 본인에게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믿음이 부정적인 결과를 유발한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그렇다면 스트레스에 대한 생각의 변화가 사람들을 더 건강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인가? 연구 결과들은 그렇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 즉 스트레스에 대한 생각의 변화가 신체 반응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평가자들 앞에서 발표하거나 어려운 문제를 풀어야 할 때, 그리고 평가자의 반응이나 표정이 좋지 않을 때,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다. 심장은 빨리 뛰고, 호흡도 빨라지고, 땀도 난다. 우리는 보통 이러한 변화를 불안하거나 상황에 잘 대처하지 못하는 신호라고 해석한다. 하지만 이러한 신체의 변화를 이러한 문제 상황을 해결하려고 하는 에너지를 얻기 위한 반응이라고 생각하면 어떨까? 하버드 대학의 한 실험연구에서는 이러한 스트레스 받는 상황 전에 참가자들에게 스트레스 반응이 유익한 것이라는 교육을 받았다. 연구결과 교육을 받지 않은 참가자들 보다 교육을 받은 참가자들이 스트레스를 덜 받았고, 덜 긴장했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리고 혈관도 스트레스 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들 보다 더 이완되었다. 즉 심장은 빨리 뛰지만 혈관은 넓어졌다. 이러한 신체적 반응은 용기를 낼 때의 생리적 반응과 유사한 것이다. 즉 스트레스에 대한 생각의 변화가 생리적 변화를 가져온 것이다.

따라서 스트레스를 부정적인 것으로 보고 제거하기 보다는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스트레스를 더 잘 대처하게 해주고 우리의 삶을 더 건강하게 만들어 줄 수 있다. 


참고문헌: Keller, A., Litzelman, K., Wisk, L. E., Maddox, T., Cheng, E. R., Creswell, P. D., & Witt, W. P. (2012). Does the perception that stress affects health matter? The association with health and mortality. Health Psychology, 31(5), 677-6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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