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안전보건 역사의 새 장이 열렸다
산업안전보건 역사의 새 장이 열렸다
  • 승인 2019.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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社 說

“우리 아들 동료들이 위험에서 벗어나고, 우리 아들·딸들이 정규직화 되는 것은 이제 시작입니다”

고(故)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가 지난해 12월 27일 국회 앞에서 남긴 말이다. 이 날은 우리나라 산업안전보건역사에서 길이 기억될 날이 됐다. 2018년 마지막 본회의에서 원청의 안전·보건책임을 강화해 위험의 외주화를 막을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이른바 ‘김용균법’이 극적으로 처리된 것이다. 또 그간 안전보건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도 이날 의결되어 국회를 통과했다.

모두 안전보건에 있어 중대한 사안이지만, 특히 산업안전보건법은 30여년 만에 전면 개정되는 것이라 의미가 더욱 뜻깊다. 게다가 지난달 11일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 사망 이후 ‘더 이상의 억울한 죽음을 막아달라’는 산업현장과 시민들의 외침이 퍼지는 가운데 여야가 공방을 벌이며 막판까지 몰렸지만 결론적으로 모두의 소망이 이루어져 정말 다행스럽다.

사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법안의 통과는 불투명했다. 도급인의 책임 범위와 위반시 처벌 수위 등을 놓고 여야가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연내 처리가 어려울 것이란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오후에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각당 정책위 의장과 환경노동위 간사가 참여한 ‘6인 회동’에서 막판 쟁점이었던 도급인 책임강화·양벌 규정에 대한 합의를 극적으로 도출했다. 기존 정부안 대비 도급인의 책임 범위와 위반시 처벌 수위 등이 일부 후퇴한 점은 아쉽지만, 그래도 큰 틀에서 급변하는 산업현장에 맞춰 산업안전보건법 또한 상당한 변화를 이룰 수 있게 됐다는 점이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결과에 대한 평가는 다를 테지만, 일단 현 시점에서 민(民)과 정(政)은 나름의 역할을 했다. 이제 남은 것은 노(勞)와 사(使)다. 변화된 제도를 산업현장에 잘 정착시키고 철저히 준수하기 위해 협력해야 할 것이다. 

매년 연말 교수신문은 전국 대학교수를 상대로 ‘올해의 사자성어’를 꼽는 조사를 실시한다. 2018년 올해의 사자성어로는 임중도원(任重道遠)이 선정됐다. 그 후순위는 밀운불우(密雲不雨)였다. 임중도원은 논어(論語) 태백(泰伯)편에 실린 고사성어로 ‘짐(임무)은 무겁고 갈 길은 멀다’라는 의미고, 밀운불우는 주역(周易) 소과괘(小過卦)에 나오는 말로 ‘구름은 잔뜩 끼었으나 비는 오지 않는다’는 뜻을 담고 있다. 모두 작금의 우리 사회가 직면한 어렵고 답답한 상황을 짚은 사자성어라고 할 수 있다. 산업안전보건분야, 나아가 산업현장도 이와 다르지 않다.

거듭된 법·제도의 보완과 정부의 엄중한 감독에도 산업재해는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취약업종인 건설업과 서비스업의 문제는 심각하다. 이처럼 해결 못한 고질적 과제가 수두룩한데, 최근 지하 통신구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해 IT기반시설의 취약성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신규 화학물질관리 등 새로운 문제까지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 뿐만이 아니다. 불과 몇 년 전만해도 먼 미래의 이야기처럼 들렸던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들이 빠르게 현장 속으로 스며들고 있다. 딱, 임중도원과 밀운불우의 형국이다.

전면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이 이 복잡한 상황을 뚫어나갈 돌파구가 되기를 바란다. 변화된 법·제도를 기반으로 산재 사망사고가 근절될 수 있도록 노·사·민·정이 모두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올해가 안전보건인 모두가 그토록 염원하는 무재해 원년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