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간설정위원회’가 최저임금 상·하 구간 설정, ‘결정위원회’가 심의·의결

정부의 공익위원 단독추천권 폐지
최저임금 여론 수렴 토론회 개최…찬반의견 팽팽
“노사 추천에 의한 전문가 선정…갈등만 반복할 것”



 

이재갑 고용노동부장관이 지난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논의안에 대해 브리핑 하고 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장관이 지난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논의안에 대해 브리핑 하고 있다.
(이미지 제공 : 뉴시스)

 

최저임금위원회가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로 이원화된다. 전문가로 구성된 구간설정위원회가 최저임금 상‧하 구간을 정하면, 결정위원회는 해당 범위 내에서 최저임금을 확정하는 방식이다. 아울러 공정성 논란을 야기했던 정부의 공익위원 추천권도 사실상 폐지된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7일 오후 4시30분 정부서울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정부 초안’을 발표했다. 최저임금 결정체계는 지난 1988년 최저임금제도가 도입된 이후 30년 만에 처음 개편되는 것이다.

이번 개편안의 핵심은 최저임금위원회를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로 이원화 하는 것이다. 9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구간설정위원회에서 최저임금 상‧하한 구간을 정하면 결정위원회가 그 구간 내에서 최저임금을 심의‧의결하는 방식이다.

그동안 최저임금위원회는 노사의 최초 제시안을 중심으로 논의가 이뤄지다보니 노사 교섭 과정에서 극심한 갈등이 일어났다. 2016년 적용 최저임금 심의를 살펴보면 노사의 최초 제시안이 ‘0%(동결) 대 79.2%(인상)’ 일 정도로 그 격차가 컸다. 최저임금을 결정한 32회 중 표결 없이 노‧사‧공 합의에 의해 결정된 경우는 7회에 그쳤고, 표결한 25회 중에서도 노‧사 모두 참석한 경우는 8회에 불과했다.

아울러 근로자의 생활보장과 고용‧경제 상황이 보다 균형 있게 고려되도록 최저임금 결정기준에 고용수준, 경제성장률을 포함한 경제 상황, 사회보장급여 현황 등을 추가 반영한다.

이 장관은 “전문가들이 객관적인 지표를 근거로 설정한 구간에서 심의가 이뤄지기 때문에 그동안 노사 요구안을 놓고 줄다리기 하듯 진행돼 온 최저임금 심의과정이 보다 합리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정부가 추천권을 모두 가지고 있어서 공정성 논란을 야기했던 공익위원에 대해서는 국회가 일정규모 추천권을 행사하도록 하는 방안과 노·사 단체가 공익위원 선정 과정에도 참여할 수 있도록 추천권과 순차배제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결정위원회 노동자·사용자 위원은 현재와 같이 법률이 정한 최저임금위원회 노동자·사용자 위원 추천권이 있는 노사 단체가 추천하되, 청년·여성·비정규직 노동자와 중소·중견기업·소상공인 대표를 반드시 포함하도록 법률에 명문화할 예정이다.

이 장관은 “결정위원회 공익위원을 정부가 단독으로 추천하는 것이 아니라 공익위원 추천권을 국회나 노사와 공유한다면 그간 최저임금 결정과정에서 반복돼 왔던 소모적인 논쟁들은 상당부분 감소될 것”이라며 “사실상 정부가 최저임금을 결정한다는 논란도 많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지난 1월 10일, 16일 두 차례 최저임금 결정체계의 제도개선을 위한 전문가 토론회를 열었다. 24일에는 노사단체, 시민단체 등이 함께하는 대국민 토론회가, 21일부터 30일까지는 온라인 대국민 설문도 진행될 예정이다.

◇위원회 이원화 두고 ‘옥상옥’ vs ‘전문성 제고’
지난 10일 열린 전문가 토론회에서는 최저임금 결정체계를 이원화하는 것이 단연 화두였다.

전윤구 경기대 교수는 “구간설정위원회는 노사 추천에 의해 전문가를 선정하기 때문에 또 다시 노사 간 대립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라며 “이는 결과적으로 불필요한 이중의 일을 하는 옥상옥(屋上屋)으로 작용해 자칫 갈등만 두 번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준모 성균관대 교수도 “기존 최저임금위원회의 노·사 정치교섭 문제를 개선하고 과학성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구간설정위원회를 둔 것인데 다시 노사 추천을 받아 전문가 위원을 선정한다면 의미가 없다”면서 “유관학회나 국회의 추천을 받은 뒤 노·사 교차 배제권을 부여하는 게 바람직한 방안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반면, 박귀천 이화여대 교수는 “전문가 그룹이 1년 내내 운영되면 지금보다는 전문가들이 다양한 기준과 실증적인 자료를 가지고 논의할 수 있다”라며 이원화 방식이 객관성과 전문성을 높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기업 지불능력’ 모호…법제화 의문
전문가들은 최저임금 결정기준에 기업 지불능력 등 고용‧경제상황을 반영하는 것에 대해 그 기준이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전윤구 경기대 교수는 “결정기준에 고용과 경제 효과를 반영한다는 부분은 최저임금법의 목적이나 헌법 32조의 규정 관점에서 바람직하지만 고용‧경제 상황과 관련된 지표 중에서 기업의 지불능력을 고려하겠다는 게 독립적인 지표가 될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밝혔다.

박귀천 이화여대 교수도 “기업의 지불능력이라는 게 천차만별인데 이런 추상적 기준을 법에 넣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반면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 지불능력이라는 지표는 굉장히 중요한 상징성을 가질 수 있다면서 세부결정 기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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