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다리를 둘러싼 정부와 현장의 마찰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올해부터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이 사다리 위에서의 작업이 금지임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이를 근절하기 위한 감독을 강화한 것이 그 배경이다.

고용부와 공단은 사망사고 위험이 높은 사다리 재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조치라고 말하지만, 현장에서는 실상을 외면한 탁상행정이라는 반발이 크다. 수 십 년 동안 사실상 묵인해주었던 통상적 작업 관행에 대해 갑자기 위법이라고 몰아세우면, 작업에 큰 차질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사다리 위에서의 작업이 그간 어느 곳에서나 너무나 흔하게 진행되어 왔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 논란의 불씨는 설비업계로도 번지고 있는 상황이다. 사다리 제작·판매 업계는 거센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고, 이번 조치의 혜택을 받고 있는 이동식비계 및 말비계 관련 업계는 당연한 조치라며 크게 반기고 있다.  

당장은 찬반의 목소리가 갈리고 있지만, 이 문제의 경우 이미 명백한 해답이 나와 있다고 밖에 볼 수가 없다. 앞서 언급했지만, 정부가 현장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사다리 위에서의 작업을 금지하고자 하는 것은 그로 인한 인명피해가 너무나 막심하기 때문이다. 고용부에 따르면, 최근 10년간(2008년 ~ 2017년) 사다리 관련 사고로 3만8859명이 다치고, 이중 71%인 2만7739명이 중상해를 입었다. 사망자도 317명에 달한다. 사다리는 지게차와 함께 사망사고 1위의 기인물이다.

또 굳이 심각한 피해 상황을 근거로 내세우지 않더라도, 사다리 작업 금지는 원래부터 법에 명시된 사항이기에 당위성도 충분하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24조를 보면 사다리는 ‘통로’라고 명확하게 명시되어 있다. 작업대가 아닌 것이다. 아울러 규칙 제56조를 보면 사업주로 하여금 비계(달비계, 달대비계 및 말비계는 제외한다)의 높이가 2미터 이상인 작업장소에는 ‘작업할 때의 하중을 견딜 수 있도록 견고한 것’ 등 안전기준에 적합한 작업발판을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장의 어려움은 이해한다. 관련 업계의 반발도 이해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사다리에서의 작업 금지가 올바른 조치로 보인다. 명분을 봐도, 돈과 불편함은 생명보호의 가치에 비견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현장의 경우 지금은 불편함으로 인해 작업 능률이 떨어질 것이 자명하고, 사다리 업계의 경우 매출 하락이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10여년 전부터 추진한 ‘자동차 안전띠 매기’가 지금은 당연한 문화로 자리 잡았듯, 사다리 위에서의 작업 금지도 모두가 동참을 하면 머지않아 문화로 자리매김할 수 있으리라 본다. 이때는 안전한 작업발판 위에서만 작업을 하고, 사다리는 이동에만 사용하는 것이 전혀 어색하거나 불편하지 않게 될 것이다.

지금부터 사다리 대신 이동식비계 또는 말비계 같은 안전한 작업발판을 사용하자. 또 안전모를 착용하고 안전대를 부착설비에 건 후 작업을 하자. 다만, 이것을 정부가 급하고 강압적으로는 추진하지 않았으면 한다. 현장이 준비를 할 수 있는 적응 기간을 충분히 준 후 자율적 참여를 근간으로 추진하길 바란다. 그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자율 안전문화의 방식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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